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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02

역시,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 보수 목사들의 우중 시위에 부쳐 오늘 아침 에 흥미로운 기사 하나가 떴다. 제목도 눈길을 끈다. ‘보수 목사들 장대비 속 도로점거 왜?’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보수 목사의 모습은 하나같다. 주로 서울역 앞에서 성조기를 흔들거나 인공기를 불태우는 전투적인 모습과 분출하는 애국심을 가누며 ‘조국과 지도자’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 말이다. 기사에 담긴 사진 속에 빗줄기 속에서 우의를 껴입고 구호를 써 붙인 노란 종이를 든 사람들이 차도 한쪽을 점거하고 있다. 어쩐지 그들이 낯익어 보이는 까닭은 앞서 말한 대로 서울역이나 서울광장 등에서 보여준 혁혁한 전공(?) 탓인지도 모르겠다. 기사에 따르면 이 목사들 300여 명은 어제 오후에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주변, 덕수궁 대한문과 플라자호텔 앞의 1개 차로를 점거(!.. 2022. 7. 15.
‘그 바다’, ‘현해탄’이 아니라 ‘대한해협’이다 백년 넘게 잘못 써 온 ‘현해탄’, 버릴 때가 되었다 블로그에 쓰고 있는 꼭지 에서 김우진과 윤심덕의 정사를 다룬 글을 쓴 게 2017년 8월이다. 제목이 “1920년대식 ‘애정 증명’? 김우진과 윤심덕, 현해탄에서 지다”였는데, 어떤 독자가 댓글에서 ‘현해탄’이 아니라 ‘대한해협’으로 써야 옳다고 지적해 주어서 나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목을 고쳤다. ‘현해탄’은 ‘대한해협’이 아닌, 일본의 ‘조그만 바다’다 많은 한국인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현해탄’이라 쓰는 것은 ‘현해탄’을 쓰시마 해협이나 대한해협(Korea straits)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현해탄은 대한해협을 지칭하는 일본식 지리 용어이므로 ‘식민지 언어의 잔재’라 보는 의견도 있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한다. 아래.. 2022. 7. 1.
7월, 더 낮게 흘러서 가자 청포도의 7월에 7월이다. 1일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합법 조직이 된 지 8돌이 되는 날이다. 다분히 과장된 구호였지만, 전교조란 조직 명칭 앞에 ‘사천만의 꿈과 희망’이란 꾸밈말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혹독한 탄압의 시기였다. 1천6백여 명의 교사들이 학교에서 쫓겨났고 이 거리의 교사들이 정부청사 앞에서 원상회복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일 때마다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48시간 동안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지거나 닭장차에 실려 난지도 따위의 외곽지에 짐짝처럼 버려지기도 했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그때와 비기면 지금 전교조는 가히 ‘동네북’으로 전락해 버린 듯하다. 보수 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에게서 표를 구해야 하는 의사(疑似) 개혁 정치인까지 그 발길질에 열심히 가담한다. ‘.. 2022. 6. 30.
‘애완’과 ‘반려’, 혹은 버리는 사람과 거두는 사람 ‘애완’과 ‘반려’ 사이 오늘 아침, 모처럼 걸어서 출근하는 길이었다. 네거리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데 오른편 전봇대에 붙은 광고지가 눈에 띄었다. 신호가 들어왔다면 나는 무심히 길을 건넜을까. 나는 ‘강아지를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읽었고, 휴대전화로 두 장의 사진을 찍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는다는 여느 광고였다면 나는 무심히 스쳐 지나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예의 광고 속 강아지는 ‘8개월 전에 유기견보호센터에서 입양해 온 유기견’이라고 했다. ‘또다시 유기견이 되지 않도록’ 연락을 달라는 광고는 “저희에겐 소중한 ‘가족’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끝을 맺으면서 20만 원의 사례금도 제시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사실은 이런 낱말도 내겐 익숙하지 않다.)과는 나는 인연이 아주 멀다. 개나 .. 2022. 6. 17.
『직지(直指)』와 ‘금속활자’ 이야기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과 흥덕사지, 청주고인쇄박물관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흥덕사지의 청주 고인쇄(古印刷)박물관을 찾은 것은 지난 5월 27일, 문의문화재단지를 돌아보고 나서였다. 도시락까지 준비하고 소풍 삼아 문의에 갔었지만, 때를 훌쩍 넘기고 마땅히 도시락을 펼 데를 찾을 수 없었다. 오후 3시쯤, 아내와 내가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거기서 불편하게 도시락을 비운 사연이다. [관련 글 : ‘소풍’은 문의마을로 가서 ‘도시락’은 차 안에서 먹었다] 청주고인쇄박물관과 흥덕사지 방문 흥덕사지(興德寺址)는, 한국토지공사가 운천 지구 택지개발사업을 시작하고 청주대 박물관이 운천동 사지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발견되었다. 흥덕사지는 현장.. 2022. 6. 13.
영남 성골 유권자의 지방선거 ‘유감’ 2014년 제 6회 지방선거(2014. 6. 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는 자기 깜냥대로 이 선거의 ‘의미’와 ‘결과’를, 그 대차대조표를 내놓았다. 여야 모두 패배다, 비긴 셈이다, 대통령의 눈물이 여당을 살렸다, 야당의 성과는 세월호 영령 덕이다, 국민은 절묘한 중립을 선택했다……. 승패, 그 미묘한 대차대조표 단지 표현의 문제만이 아니니 그 각각의 평가는 모두 사실의 핵심이든 변죽이든 울리고 있을 터이다. 나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촌평을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적 선택을, 선거 결과를 통해 증명받고 싶어 하는 것이야 어느 쪽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리라. 막대기만 꽂아놔도 된다는 경상도, 그것도 여전히 ‘죽은 박정.. 2022. 6. 8.
6월, 아픔과 역사를 넘어 6월,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6월은 10월과 함께 그 숫자가 본음이 아닌 속음(俗音)인 [유월], [시월]로 불리는 달이다. [유궐], [시붤]처럼, 하기는 어렵고 듣기에는 거슬리는 발음을 쉽게 하기 위한 일종의 활음조 현상이다. 이달을 고비로 한 해가 꺾어진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것이다. 유월은 유독 민족 분단과 관련된 날이 많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6·25가 그렇고, 나라를 위해 죽어간 모든 이들을 기리는 현충일(6일)이 그렇다. 15일은 반세기가 넘게 계속되어 온 냉전의 세월을 끊은 6·15 선언이 7돌을 맞는 날이다. 불과 반세기 역사의 굽이마다 얼룩진 민족의 삶과 죽음은 얼마인가. 한국전쟁으로 남북은 각각 133만과 272만, 모두 405만여 명의 인명을 잃었다. 이 중 민간인 사상.. 2022. 5. 31.
“소멸 위험 지자체 1위 의성군, 농축산업이 살릴 겁니다” [도전 2018 지방선거④] 의성군수 선거에 출마한 의성농민회장 신광진 민중당 후보 “신광진 선생이 민중당으로 의성군수에 출마한다는구먼!” 경북 의성군 농민회장 신광진(59)이 지인들로부터 ‘선생’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20년 넘게 교직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사 출신이어서다. 충남대 공업교육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도 몇 해 동안 기업에서 일한 그는 좀 뒤늦게 교단으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기술과 컴퓨터 등의 교과를 가르쳤다. 농사를 짓기 위해 안정적인 교직을 떠났지만, 그는 농사로 수익을 올리는 대신 최소한의 생계를 꾸리며 농약을 거의 쓰지 않는 농사를 짓고 있다. 의성 토박이로 지역 농민운동에 뛰어든 그는 농민회장의 책임을 맡았고 촛불 정국 때 8개월간 의성군의 촛불을 이끌었다. 출마도 그의 ‘실천.. 2022. 5. 30.
‘자유한국당 지지도 1위’ 경북, 민주당에도 볕이 들까 2018년(제7회) 6·13 지방선거 경상북도 정당별 후보 등록 상황 분석 지난 25일로 제7회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끝났다. 모두 4천16명의 지방자치 지도자를 뽑는 6·13 지방선거의 평균 경쟁률은 2.32대 1로 집계됐다고 한다. 시도지사, 시군구의 장, 시도의회와 시군의회 의원 등 전국 후보 등록 수에선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옛 여당 자유한국당보다 단연 앞선다. 경북의 지방선거 후보 등록 상황, 여당이 맞나? 그러나 집권당임에도 불구하고 경상북도 지역의 후보 등록 상황은 좀 다르다. 지역 정당인 자유한국당의 세가 여당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호남지역에서의 자유한국당의 후보 등록 상황과 비슷하지만, 그 속내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박근혜 탄핵 이후 대구 경북도 예전.. 2022. 5. 28.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545일 만에 김천 촛불이 다시 켜졌다 [참관기] 김천 촛불 2095일…시민들, 860번째 촛불을 들다 퇴직 동료들의 단체대화방에 ‘김천 촛불’ 재개를 알리는 포스터가 뜬 것은 5월 첫 주의 토요일이었다. 아, 드디어 김천 촛불이 다시 켜지는구나 싶었지만, 다른 일로 바빠서 나는 그걸 잊어버렸다. 둘째 주 중반에 다시 대화방에 들어간 것은 포스터 아래에 적힌, ‘외로운 길에 응원 부탁합니다’라는 쪽지가 밟혀서였다. 김천 촛불 2095일…860번째 촛불을 켜다 촛불집회를 알린 이는 1992년 경북 북부의 시골 중학교로 같이 복직한 동료 구 선생이었다. 그는 2106년 첫 촛불집회부터 지금까지 시민대책위를 지키고 있는 진국의 활동가다. 그는 지치지 않고 대화방에다 촛불집회를 알리곤 했지만, 반향은 미미했다. 그게 미안해서 나는 서둘러 대화방을 떠.. 2022. 5. 16.
“정권이 바뀌었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내가 찍지 않았던 후보의 대통령 취임에 부쳐 지난 10일 오전 11시부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같은 시각에 나는 아내와 함께 텃밭에 있었다. 집에 머물고 있었다 하더라도 굳이 중계방송을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라디오를 틀었더니 중계방송이 나와서 바로 채널을 돌려버렸으니까. 유례없는 박빙의 표차로 결과가 엇갈린 이번 대선을 두고 “정치적 무관심의 대가는 자기보다 못한 사람의 통치를 받는 것이다”라거나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와 같은 명언을 불러오기에는 거시기하다. ‘정치 고관여 계층’ 간의 격돌, 제20대 대선 짐작했겠지만, 내가 투표한 후보는 아슬아슬하게 낙선했고, 전임 대통령이 발탁하여 검찰총장까지 오른 전직 검사가 정치 .. 2022. 5. 12.
5월, 그 함성으로 5월, 민주주의의 함성을 기억하며 ‘계절의 여왕’이라는 진부한 수사로는 5월을, 그 아픔과 상처 위에 돋아난 새살을 다 말하지 못한다. 쇠귀 선생의 그림과 함께 일별해 보는 5월의 달력에는 아직도 선연한 피의 흔적, 매캐한 최루탄 내음, 그 푸른 하늘에 나부끼던 깃발과 드높던 함성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벽두인 1일은 ‘메이데이(May Day)’다. 만국 공통의 이 ‘노동절’은 아, 대한민국에서만 ‘근로자의 날’이다. 이날의 역사도 만만찮다. 메이데이는 ‘공산 괴뢰 도당의 선전 도구’라는 이승만의 훈시에 따라 1957년, 3월 10일(대한노총 창립일)로 생일이 바뀐데다 1963년 박정희 정권에 의해 ‘근로자의 날’로 개칭되어 버린 것이다. “만약 그대가 우리를 처형함으로써 노동운동을 쓸어 없앨 수 있다고.. 2022. 5.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