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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02

‘치사율’과 ‘치명률’ 지시적 개념, 언어도 진화한다? ‘코로나19’의 습격으로 바야흐로 사람들은 생활을 빼앗겨 버린 듯하다. 나들이는커녕 이웃을 만나 안부를 나누는 단순한 일상도 삼가면서 숨죽인 시간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날마다 늘어나는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를 안타깝게 세면서 언제쯤 이 보이지 않는 적이 물러갈 것인가를 모두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 5명이 숨지면서 국내 사망자는 91명으로 늘었다. 천 명을 넘긴 이탈리아에 비겨 다행이라고 자위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보도는 코로나19의 국내 치명률이 1%에 근접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간 듣지 못한 낯선 개념이었지만, 나는 ‘치명률(致命率)’이 ‘치사율(致死率)’을 달리 표현하는 낱말이라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아, 문맹률(.. 2020. 3. 20.
수(數) 투? 화(化) 투? 지(G) 투에니? 로마자와 아라비아 숫자 읽는 법 1. 수학Ⅰ, 화학Ⅱ 2. 소나타 Ⅱ 3. G20 4. KBS 2TV 로마자를 읽는 방식은 정해진 것은 없는 듯하다. 영어와 같이 쓰인 아라비아 숫자도 마찬가지 같다. 첫머리에 제시한 글을 읽어보라. 세대에 따라, 또는 교육 정도에 따라 읽기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50대 중반의 ‘쉰 세대’인 나는 윗글을 다음과 같이 읽는다. 1. 수학 일, 물리 이 2. 소나타 투 3. 지 이십 4. 케이비에스 이 티브이 같은 로마자인 1과 2를 왜 달리 읽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과목 이름인 수학과 물리를 과정별로 ‘일, 이’라고 읽는 것은 꽤 오래된 전통이 아닌가 싶다. 줄여서 ‘수일, 수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반드시 아이들만은 아니다. 나와 거의 .. 2020. 3. 18.
수어(수화언어)도 ‘공용어’가 되었다 ‘수화(手話)’가 청각장애인의 언어로 인정되어 ‘수화언어’가 되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내는 웹진 에서 지난해 마지막 날 국회 본회의에서 ‘한국수화언어법’이 통과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수화’는 알겠는데 ‘수화언어’는 낯설다. 기사를 읽고 나서야 ‘수화(手話)’를 청각장애인의 언어로 인정해 ‘수화언어’라고 쓴다는 걸 알았다. ‘수어’는 그 줄임말이다. 한국수화언어법 국회 통과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공용어로 인정한 법률이다. 이 법은 한국수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여 한국수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언어권을 신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수화를 처음 겪은 게 중학교 때 본 영화 에서였다. 최은희와 김진규가 청각장애인으로 등장하는 영환데 자막을 통해서 .. 2020. 3. 18.
고데기와 ‘머리 인두’ 일본어 ‘고데기’의 대체어 ‘머리 인두’?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해 있던 일본어는 꽤 많이 사라졌다. 우리 세대가 알고 있는 어떤 일본어를 아이들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의 우리말 순화가 진행되어 온 세월에 비기면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양복저고리’와 ‘마이’ 양복저고리를 일러 ‘마이’라고 말하는 아이와 어른들이 적지 않다. 공중파 방송에 나와서 천연덕스럽게 ‘마이’를 뇌는 여자 연예인을 바라보고 있자면 거북하기 짝이 없다. 대체할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양복저고리’도 좋고, 그냥 ‘상의(上衣)’라도 괜찮고, 그것도 마땅찮으면 ‘재킷((jacket)’이라도 써도 좋을 일이다. ‘마이’는 싱글 양복을 가리키는 일본어 가타마에(かたまえ)에서 왔다. 이 말이 우리나라.. 2020. 3. 16.
‘되다’와 ‘돼다?’, ‘-데’와 ‘-대’의 쓰임 ‘되다’와 ‘*돼다’, ‘-데’와 ‘-대’의 쓰임 언젠가 ‘해를그리며’ 님이 ‘대, 데, 되’ 세 글자가 들어가는 말들이 헷갈린다며 도움을 요청해 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얘기하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동사 ‘되다’와 어미 ‘-데’와 ‘-대’에 관한 질문으로 보고 나누어 설명한다. ‘되다’와 ‘돼다’? ‘돼다’라는 낱말은 없다. 원래 동사인 ‘되다’의 어간인 ‘되-’에 어미가 붙어 ‘되어, 되어라, 되었-’ 등과 같이 활용한 것이 줄어서 ‘돼, 돼라, 됐-’이 되었을 뿐이다. · 되어 → 돼 · 되어라 → 돼라 · 되어야 → 돼야 · 되었다 → 됐다 ‘되’에는 간접인용을 할 때, 명령의 뜻을 가진 어미 ‘-(으)라’가 어간에 붙을 수 있다. · 아버지께선 훌륭한 시인이 되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 경우 ‘.. 2020. 2. 29.
국어원의 <표준 언어 예절> 둘러보기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국립국어원이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호칭어, 지칭어, 경어법에 대한 혼란과 어려움을 덜고자 “표준 언어 예절”을 펴냈다. 이는 1992년에 펴낸 “표준화법 해설”을 20년 만에 개정한 것이다. 이번 개정은 그동안 가정에 대한 의식이 변화하였고 직장 내에서 존중과 배려의 태도가 점차 확산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남에 따른 것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PDF 파일은 꽤 두툼하다.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한 “‘표준화법 해설’(1992)과 달라진 주요 내용” 중 몇 가지를 살펴본다. [PDF 바로가기] 어릴 때 쓰던 ‘엄마’, ‘아빠’, 장성한 후에도 쓸 수 있다 ‘엄마’, ‘아빠’는 본래 어릴 때 아버지,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로 흔히 ‘유아어’라고 하는 것이다... 2020. 2. 21.
‘선생님’보다 ‘교수님’이 더 높다? 권위와 호칭은 무관, ‘선생님’은 동양권 최고의 경칭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상대방의 직위에다 높임의 뜻을 가진 접미사 ‘님’을 붙여서 상대를 높인다. 회사에 가면 ‘사장님’이 있는가 하면 ‘대표님’도 있다. 국회에 가면 ‘의원님’이, 청와대에는 만인지상 ‘대통령님’이 있다. (그러나 이 호칭은 부르기가 좀 불편하다. 권위주의 시대를 겪은 이들은 오히려 ‘각하’가 더 편한 호칭일 수도 있겠다.) ‘기자님’, ‘피디(PD)님’ 같은 호칭이 낯설게 느껴지는데 이는 ‘기자’나 ‘피디’가 직위가 아닌 ‘직종’이기 때문이다. 직위에다 ‘님’을 붙이는 일반 원칙이 유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는 초·중·고등학교다. 학교 관리자인 교장·교감을 부를 때에는 ‘님’ 대신 ‘선생님’을 붙이는 게 일반적인 것이다. ‘선생’.. 2020. 2. 17.
잃어버린 언어, 입말과 속담 ‘입말’이 자꾸 ‘글말’을 닮아간다 입으로 하는 말을 입말[구어(口語)], 글로 쓰는 말을 글말[문어(文語)]이라 한다. 적어도 1894년 갑오개혁 때까지는 이 입말과 글말은 서로 맞지 않았다. 입말과 글말의 일치, 즉 언문일치(言文一致)는 1910년 이후 이광수·김동인 등의 작가에 의해 전개되었지만, 그 ‘이름과 실제’가 같이 완성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는 대체로 다르지 않은 입말과 글말을 쓰며 산다. 그러나 그 쓰임의 맥락이나 상황이 분명히 다르니 둘이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입말이 가진 순간성·현재성·즉흥성에 비추면 글말이 가진 장점은 분명히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입말이 그 발화(發話) 상황에 맞추어 과감한 생략이 허용되는 데 비기면 글말은 잘 갖추어 입은 입.. 2020. 2. 11.
새해 인사, ‘갈음’하나, ‘가름’하나? ‘대신하다’의 뜻은 ‘갈음하다’로 써야 한다 어떤 공공기관으로부터 전자우편 한 통을 받았다. 이 기관의 대표 명의로 보낸 신년 연하장이다. 예전처럼 종이 연하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니 거기서 절약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을 하며 편지를 열었다. ‘가름’이 아니라 ‘갈음’이다 잔뜩 맵시를 낸 ‘謹賀新年(근하신년)’ 네 글자 아래 지난 1년간 활동을 회고하고 새해에도 ‘배전(倍前)의 편달’을 부탁한다는 대표의 인사말이 실렸다. 그런데 마지막 인사말이 조금 걸린다. 틀림없다.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다. “(……) 을미년 새해 인사를 가름합니다.” 예의 인사말의 본뜻은 “(이로써) 새해 인사를 대신한다”라고 하는 의미니 ‘갈음하다’로 써야 옳다. 그런데 여기에는 ‘가름하다’로 써 놓은 것이다. 나는 정작 .. 2020. 2. 4.
영감, 자기, 오빠…, 그리고 ‘임자’ 배우자 호칭의 변천 부부끼리 서로를 부르는 말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쓰인 것은 ‘여보’다.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여보’는 가장 보편적인 호칭어라는 얘기다. 그다음은 ‘자기’다. 에서조차 용례를 설명하고 있지 않은 이 낱말(사전에는 삼인칭 대명사로 올라 있다)은 70년대에 등장한 꽤 ‘닭살 돋는’ 단어였다. 70년대에 ‘자기’라는 호칭어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널리 받아들여진 것은 그 시절이 부부간의 애정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때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0년 표준화법 실태조사에 따르면 부부간 호칭어는 ‘여보’(38.6%)가 가장 많이 쓰였고, ‘자기’는 24.3%가 사용했다. 지금도 여전히 ‘여보’가 대세이긴 하지만 부부간 호칭어는 바야흐로 ‘자기’에 이어 ‘오빠’로까지 옮아가고 있다.. 2020. 2. 2.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 ‘연면하다’와 ‘면면하다’ “끊어지지 않고 죽 잇따라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뉴스룸을 시청하다가 나는 화면 아래쪽의 자막을 읽느라 미간을 찌푸렸다. 그날 국회운영위원회 관련 뉴스였는데, 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환기하며 안보실장에게 질의하고 있었다. ‘발언’이란 그 무렵 나 의원이 미국 인사들에게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이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 : 총풍의 DNA가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데 안보실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잠깐이었지만, 나는 ‘면면이’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엔 그걸 ‘연면히’를 잘못 쓴 것으로 여겼다. 무심히 쓰지만, ‘연면히’는 한자어 ‘연면(連綿)’에서 파생한 부사다. 잇닿을 연(連).. 2020. 1. 31.
‘호작질’과 ‘저지레’ - 정겨운 우리말 ① 손장난? 아니 ‘호작질’ 선친께선 목수셨다. 일생을 전업의 목수로 사신 건 아니고, 젊은 시절 한때 나무를 만지셨다. 아버지께선 지금은 없어진 고향 집을 지으셨고 내 어릴 적 우리 집 곳곳에 있던 나무로 만든 가구들도 대부분 당신께서 손수 다듬으셨다. 방앗간과 대문간 그늘에 짜놓은 커다란 평상이나 길쭉한 나무 의자는 물론이거니와 왕겨를 때던 부엌마다 비치된 소쿠리도 아버지께서 만드신 거였다. 왕겨나 재를 담아내던 손잡이 달린 그 소쿠리는 바닥은 함석으로 손잡이는 나무로 만든 거였는데 용도에 따라 크기도 여러 가지였다. 때로 아버지께선 긴히 소용에 닿지 않는 것도 금방 뚝딱 만들어 내시곤 했는데, 그걸 만드실 때 누군가가 무얼 하느냐고 물으면 좀 겸연쩍으신지, “뭐 호작질 삼아서…….”하고 얼버무리시곤 했.. 2020.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