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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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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數) 투? 화(化) 투? 지(G) 투에니?

by 낮달2018 2020.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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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자와 아라비아 숫자 읽는 법

1. 수학Ⅰ, 화학Ⅱ
2. 소나타 Ⅱ
3. G20
4. KBS 2TV

 

로마자를 읽는 방식은 정해진 것은 없는 듯하다. 영어와 같이 쓰인 아라비아 숫자도 마찬가지 같다. 첫머리에 제시한 글을 읽어보라. 세대에 따라, 또는 교육 정도에 따라 읽기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을 것이다.

 

50대 중반의 ‘쉰 세대’인 나는 윗글을 다음과 같이 읽는다.

 

1. 수학 일, 물리 이
2. 소나타 투
3. 지 이십
4. 케이비에스 이 티브이

▲ 우리는 수일, 화이 세대지만, 요즘 아이들은 모두 수원, 화투를 쓴다.

같은 로마자인 1과 2를 왜 달리 읽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과목 이름인 수학과 물리를 과정별로 ‘일, 이’라고 읽는 것은 꽤 오래된 전통이 아닌가 싶다. 줄여서 ‘수일, 수이’라고도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반드시 아이들만은 아니다. 나와 거의 동년배의 화학 교사도 그랬으니까.)은 이를 ‘수 원(one), 화 투(two)’로 읽는다. 글쎄 물리 Ⅱ도 ‘물 투’로 읽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는 이제 ‘원투’가 ‘일이’보다 훨씬 친숙해졌다는 의미일까.

 

1. 수학 원, 물리 투
2. 소나타 투
3. 지 투에니
4. 케이비에스 투

 

‘소나타 투’는 별로 다툴 여지가 없다. 아직 이를 ‘소나타 이’라고 읽는 사람을 본 적은 없으니까.

아라비아 숫자를 읽는 방식은 좀 차별적이다. 나는 ‘지 이십’이라고 읽었지만, 텔레비전에 나온 어떤 국회의원은 ‘지 투에니(G twenty)’로 읽었다. 방송에서도 ‘지 이십’ 정도로 통일해 읽었던 것 같다. 그러면 ‘G7’은 어떨까. 이걸 ‘지 세븐(G seven)’으로 읽는 건 별 저항이 없다.

 

대체로 10 이하의 숫자를 영자를 읽는 것은 아마 부담이 없기 때문인가. 그러나 11이 넘으면 달라진다. 일레븐(eleven), 투웰브(twelve)……, 역시 이는 아직 우리에게는 그리 익숙한 숫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십’ 대신 ‘투에니’로 읽은 국회의원에게는 그게 훨씬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KBS 2TV’는 ‘케이비에스 투(two)’로 읽는 이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KBS1’을 ‘케이비에스 원(one)’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는 아무래도 ‘이(2) 티브이(TV)’ 정도로 읽는 게 타당할 듯하다.

 

모든 걸 규정으로 해결하려는 게 반드시 바람직하지도 않을 터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 숫자들을 읽는 통일된 규정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는 주말, 텔레비전 채널을 한국방송 제2TV로 돌린다.

 

 

2011. 5. 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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