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국어원의 <표준 언어 예절> 둘러보기

by 낮달2018 2020. 2. 21.
728x90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 언어 예절>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 언어 예절> 표지

국립국어원이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호칭어, 지칭어, 경어법에 대한 혼란과 어려움을 덜고자 “표준 언어 예절”을 펴냈다. 이는 1992년에 펴낸 “표준화법 해설”을 20년 만에 개정한 것이다. 이번 개정은 그동안 가정에 대한 의식이 변화하였고 직장 내에서 존중과 배려의 태도가 점차 확산하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남에 따른 것이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PDF 파일은 꽤 두툼하다. 국립국어원에서 제공한 “‘표준화법 해설’(1992)과 달라진 주요 내용” 중 몇 가지를 살펴본다. [PDF 바로가기]

어릴 때 쓰던 ‘엄마’, ‘아빠’, 장성한 후에도 쓸 수 있다

 

‘엄마’, ‘아빠’는 본래 어릴 때 아버지, 어머니를 지칭하는 말로 흔히 ‘유아어’라고 하는 것이다. 장성하면 정식으로 ‘아버지, 어머니’라고 하게 된다. 우리 세대야 ‘엄마’는 썼지만 ‘아빠’라는 말은 쓰지 않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버지 대신 ‘아빠’가 통칭으로 쓰이게 되었다.

 

선입관 탓인지 성인 남자가 ‘아빠’라는 말을 쓰는 걸 들으면 뭔가 민망한 느낌이 있다. 여자의 경우는 그나마 친근감을 표현하는 것으로 봐줄 수 있을 듯한데 남자의 경우는 좀 다르다. (글쎄, 이것도 일종의 권위주의적 사고일는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존대어마저 쓰지 않은 경우엔 시선을 둘 데가 없어진다.

 

나이 서른이 넘은 남자가 아버지더러 ‘아빠, 나야!’라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는 걸 들을 때는 좀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국어원은 이런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여 장성한 후에도 격식을 갖추지 않는 상황에서는 ‘엄마’, ‘아빠’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 40대의 자녀가 5, 60대의 부모를 향해 정답게 ‘아빠’를 부르는 상황. 그러나 그 그림은 어쩐지 자연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남자는 ‘매제’를, 여자는 ‘제부’를 쓸 수 있다

 

‘매제(妹弟)’나 ‘제부(弟夫)’는 실제 사용되고 있는 말이니 웬 뜬금없는 얘기냐고 반문하겠지만, 지금까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현실을 반영하지 않을 도리가 없는 것이다.

 

남자가 여동생의 남편을 호칭하거나 지칭할 때는 보통 ‘○서방’, ‘매부’를 쓰는데 여기다 ‘매제’를 추가했다. 이 말은 ‘매형-매제’와 같이 대립적 의미로 생긴 말 같다. ‘매제’는 일부 지역에서만 쓰이는 말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제는 중부 지방에서도 세력을 얻은 말이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여동생의 남편을 부르는 말은 ‘○서방’, ‘제부’ 등을 쓴다. 여동생의 남편을 ‘○서방’이라 하기 어려울 때는 ‘제부’로 부른다. ‘제부’는 전통적인 호칭, 지칭은 아니나 ‘형부’의 대립어로 널리 쓰이게 되었으므로 여동생의 남편을 부르고 가리키는 말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의 형을 지칭하는 말로 ‘시숙媤叔)’을 추가

 

이 역시 남부지방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말이다. ‘시숙(媤叔)’은 ‘남편의 형제를 이르는 말’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지만, 현실에서 주로 남편의 형을 가리켜 ‘시숙’이라 하므로 이를 반영한 것이다. 시동생이 화자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에도 그 시동생을 가리켜 ‘시숙’이라고 할 수 있다.

 

남편 누나의 남편은 ‘아주버님’, ‘서방님’ 중 ‘아주버님’만 쓴다

 

남편 누나의 남편에 대한 호칭은 ‘아주버님’이다. ‘아주버님’은 현재 여러 지역에서 시누이 남편을 부르는 말로 쓰일 뿐 아니라 남편의 형을 가리키는 말과 같으므로 남편 누나의 남편에 대한 호칭으로 무난하다는 것.

 

그러나 예전에는 허용했던 ‘서방님’은 이제 쓰지 않도록 했다. ‘서방님’은 보통 손아랫사람(결혼한 시동생, 남편 여동생의 남편)을 부르는 말이므로 남편 누나의 남편 호칭으로는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상도에서 남편 여동생의 남편을 부르는 말로 ‘시매부(媤妹夫) 님’도 호칭으로 적당하지 않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며느리는 시댁 쪽 사람들에게 남편이 부르는 것과 같이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며 ‘시-’를 넣어서 부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남의 댁’에다 ‘처남댁’ 추가

 

경상도에선 대체로 [처나무댁] 정도로 발음하던 게 바로 ‘처남의 댁’이었다. 이는 아내 오빠의 아내를 지칭하는 말, 아내 남동생의 아내를 호칭, 지칭하는 말이었다. 여기다 여러 지역에서 쓰고 있는 ‘처남댁’도 쓸 수 있도록 하였다. 단, 아내 오빠의 아내를 직접 부를 때[호칭]는 ‘아주머니’라 써야 한다.

 

높임 선어말 어미 ‘시’의 쓰임새 확대

 

직장에서 윗사람에게는 ‘-시’를 넣어 말하고 동료나 아래 직원에게는 ‘-시’를 넣지 않고 말하도록 했던 것을 직급과 관계없이 ‘-시’를 넣어 존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바꾼 것이다. 워낙 높임 과잉의 시대다 보니 ‘커피 나오셨습니다. 뜨거우시니 조심하세요.’와 같이 사물까지 높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물론 잘못이다.

 

‘축하드리다’도 쓸 수 있다

 

‘축하드리다’가 불필요한 공대라 하여 ‘축하하다’로만 쓰도록 하였던 것을 ‘축하합니다’와 함께 높임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 ‘축하드립니다’도 쓸 수 있는 표현으로 인정하였다. 상대를 높이는 뜻에서 ‘감사합니다’를 ‘감사드립니다’, ‘약속합니다’를 ‘약속드립니다’로 쓰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본 것이다.

▲ 겉봉의 이름과 속지 내용이 다른 청첩장,&nbsp; 바르게 쓰는 방법도 나와 있다 .

시대의 변화와 현실 언어를 반영한 이번 개정으로 사람들의 말글살이가 좀더 편리해질지 어떨지는 알 수 없다. 누구나 생활 속에 이용하고 있지만 정작 언어 예절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는 PDF 파일 내려받기와 함께 책자의 신청도 받고 있다.

 

‘표준 언어 예절’ 책자를 받기 원하시는 분(혹은 기관)은 전자우편(coin@korea.kr)으로 주소와 성함을 적어서 보내면 발간 수량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책을 보내준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1부씩만 보내 준다고 하는데 신청이 많아 배부가 지연될 수도 있다고 한다.

 

 

2012. 3. 18. 낮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