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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풀꽃과 나무 이야기

새로 만난 ‘분홍’ 살구꽃

by 낮달2018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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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살구꽃. 대체로 연분홍이 아른대는 흰빛이다. 위는 우리 동네, 아래는 이웃 가맛골의 살구꽃.

구글에서 ‘살구나무’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위키백과>에서는 살구나무 잎과 꽃을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잎은 길이 5~9 cm, 너비 4~8cm로 자라며 꽃은 흰색에서 분홍빛을 띤다.”

 

요컨대 살구꽃이 ‘흰색에서 분홍색을 띤다’는 것인데, 여러 해 살구꽃을 사진으로 찍어온 경험으로 보면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살구나무 가운데 제일 오래된 나무는 개화는 조금 늦어도 ‘흰색에서 분홍빛을 띠’는 꽃을 피운다.

▲ 내가 알아온 흰 살구꽃. 분홍끼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희고 청초한 꽃들이다.

올해는 산책길 코스를 이리저리 바꿔보는데, 위의 살구나무 근처에 있는 농장에서 조금 다른 살구나무를 만났다. 처음엔 워낙 붉은빛이 강해서 복숭아꽃인 줄 알고 무심히 지나쳤다. 그런데 하루는 지나치다 말고 유심히 들여다보니, 분명 꽃받침이 뒤집힌 꽃이다.  적어도 살구꽃을 다른 장미과의 꽃들과 구별짓는 가장 큰 차이가 꽃받침의 형태 아니던가.

▲ 새로 만난 분홍 살구꽃. 위는 이웃 가맛골에서, 아래는 동네에서 만난 살구다. 멀리서 바라보면 분홍빛이 강해서 복사꽃인가 했었다.

워낙 헛갈려서 인터넷에서 ‘분홍 살구’를 검색하니 몇 군데에 비슷한 꽃이 보였다. 품종의 차이인가 싶어 다시 검색해 봐도 마땅한 결과를 찾기 어려웠다. 비슷한 결과처럼 보이는 건 국립생물자원관의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이라는 꼭지의 ‘살구나무’ 항목이다.

 

“꽃은 4월에 잎보다 먼저 피는데 지름 25~35mm, 꽃자루가 거의 없으며 연한 홍색이다. 꽃받침잎은 5장이며 홍자색이고 뒤로 젖혀진다. 꽃잎은 5장이고 둥근 모양이다.”

 

마땅히 물어볼 데도 없으니 일단 그리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집 근처의 외진 농장에서 복사꽃 같은 나무 몇 그루를 만났다. 마침 주인이 있어서 물어보니 살구나무란다. 어느새 살구꽃도 지는 시기여서 이제 더는 비교할 수는 없다. 철따라 피고 지는 꽃도 이리 저마다 다르니, 우리의 ‘앎’이란 기실 얼마나보잘 것 없는 것인가.

 

 

2023. 4. 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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