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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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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야기] ‘생음악’과 ‘라이브(Live)’ ‘생음악’은 ‘라이브(Live)’로 대체되었다 나는 한글 문서 속에 빈번하게 쓰이는 로마자를 보면서 그게 생뚱맞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어지간한 로마자도 한글로 풀어서 쓰는 를 오래 보아서일까. 나는 굳이 를 라고 쓰자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너무 한글 속에 자발없이 쓰이는 영자를 보면 기분이 개운치 않다. 그러나 ‘시대가 시대’ 아닌가. 요즘 아이들은 일상의 대화 속에 로마자를 아주 천연덕스럽게 끌고 들어와 쓴다. 아이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리 ‘텔레비’나 ‘텔레비전’ 대신 ‘TV(티브이)’를, ‘컴퓨터’ 대신 ‘PC(피시)’를 즐겨 쓴다. 영어 낱말에다 ‘-하다’를 붙여서 쓰는 말도 아이들에겐 자연스럽다. ‘슬림(slim)하다’는 그예 ‘터프하다’나, ‘핸섬하다’처럼 우리말 낱말로 바뀌어 가.. 2019. 10. 6.
[한글 이야기] <한겨레> ‘섹션’과 <JTBC> ‘뉴스룸’의 영자 타이틀 유감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2) 가겨 찻집에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를 쓴 게 2013년 10월이다. 나는 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 쪽에 분, 회사 이름을 영자로 표기하기 시작한 현상에 관해서 썼다. 국민은행이 ‘KB(케이비)’라고 쓰기 시작한 이래 계속된 이 현상은 마침내 ‘NH-엔에이치’(농협)와 ‘MG-엠지’(새마을금고)에까지 이르렀다.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 이후 3년 워낙 ‘글로벌’ 시대라 하니 기업체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쓰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표기하면서 한글 없이 영자로만 쓰는 건 다른 문제라는 게 내 문제의식이었다. [관련 기사 : ‘KB 국민은행’에서 ‘MG 새마을금고’까지] 그리고 이제 이런 상표는 괄호 속에서 온전히 벗어나 민얼굴로 세상을 활보하고 있.. 2019. 10. 6.
[한글 이야기] ‘KB 국민은행’에서 ‘MG 새마을금고’까지 알파벳, 괄호 밖으로 나오다(1)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란다. 맞다. 한때는 괄호 속에 묶이던 로마자 알파벳은 이제 그 고리타분한 포장을 벗고 공공연히(!) 한글 속에서 늠름하게 쓰인다. 일상 언어 속에서도 영어는 마치 전근대의 한자어와 같은 지위를 얻은 것처럼 보인다. 인쇄물과 영상물에, 거리의 간판에 영자는 차고 넘친다. 대중가요에도 영어 구절이 마치 고명처럼 끼어든다. 더러는 한류를 타고 우리 노래가 바다를 건너기도 하니, 단순반복의 영어 가사를 섞어 놓은 이들 노래는 말하자면 국제화 시대의 ‘트렌드’가 된 셈이다. ‘괄호 밖’으로 나온 ‘로마자’들 기업체의 이름을 영어식으로 쓰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표기하면서 의심 없이 영자를 쓰는 건 다른 문제다. 세계 굴지의 글로벌 .. 2019. 10. 5.
그 산사의 단풍, 이미 마음속에 불타고 있었네 구미 태조산 도리사(桃李寺) 기행 대저 기억이란 그리 믿을 게 못 된다. 그것은, 더러 ‘본 것’과 ‘보고 싶은 것’의 절묘한 합성이거나, 보고 싶은 것에 대한 심리적 지향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구미 태조산 도리사(桃李寺)의 단풍이 내게 그렇다. 내 기억 속에서 그 절집 부근의 단풍은 늘 핏빛으로 선연하다. 그러나 어쩌다 한번 찾아보는 도리사의 단풍은 예전 같지 않았다. 물론 계절이 조금 이르거나 늦을 수도 있다. 들를 때마다 도리사의 단풍은 조금 옅어서 미진하거나 약간 넘쳐서 칙칙하기만 했다. 그 아쉬움은 해마다 구미 쪽을 지날 때마다 내 발길을 도리사로 이끌곤 하는 것이다. 도리사의 단풍, 마음속에 핏빛으로 선연하다 절집으로 들어가는 길치고 아름답지 않은 데는 없다. 더구나 손대지 않은 천연의 숲길.. 2019. 10. 4.
안동 ‘강남’의 정자들, 450년 전 원이엄마의 편지 [안동 정자 기행 ③] 안동시 정상동의 귀래정··반구정·어은정 귀래정(歸來亭)은 이굉(李굉, 흙 토 변에 팔뚝 굉厷 잔데 아래아 한글에는 이 글자가 없다.)이 반변천과 낙동강이 만나는 경승지에 지은 정자다. 낙포 이굉은 고성이씨 안동 입향조인 증(增)의 둘째 아들이다. 동생인 명은 군자정을 지었다. ‘귀래정’이란 이름은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취한 것이다. [관련 글 : 군자정은 ‘그의 삶’과 함께 기억된다] 에서 안동에서 으뜸으로 친 귀래정 같은 이름의 정자가 경북 영천과 전북 순창에도 있다. 영천의 귀래정은 조선조 말의 문신 현찬봉(1861~1918)의 우거(寓居)를 다시 세운 것이고, 순창의 그것은 신숙주의 아우 신말주(1429~1503)가 불사이군의 절의를 지키면서 은둔생활을 하던 곳.. 2019. 10. 4.
추억으로의 시간 여행 은혼(銀婚) 여행 - 남해 금산(錦山) 보리암(菩提庵) ‘흐르는 물’[유수(流水)], 더러는 ‘살(화살)’과 같다고 한다. ‘세월’ 이야기다. 아주 케케묵은 비유지만 그 진정성은 그 시간의 부피와 무게를 몸으로 이해하는 이들에게 뻐근하게 다가온다. 그것은 ‘귀때기’가 새파란 청년이, 솜털이 보송보송한 처녀가 시나브로 희끗희끗해진 귀밑머리, 굵게 팬 주름살의 중년으로 몸을 바꾸는 시간이다. 성마르고 강퍅한 성정이 니글니글한 여유와 너그러움으로 닳고 닳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 세월에 힘입어 아내와 내가, 지아비와 지어미로 만난 지 스물다섯 해가 되었다. 이른바 은혼(銀婚)의 시간에 닿은 것이다. 결혼기념일 따위를 따지는 것은 나라 밖에서 들어온 풍습이다. 이는 유럽의 기독교 국가에서 매년 결혼한 날에 축하예.. 2019. 10. 3.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 사라졌다고? 경북 안동 학가산(鶴駕山) 광흥사(廣興寺) 이야기 경북 안동의 진산(鎭山)에 대한 설은 분분해서 어느 것을 믿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안동서 가장 높은 산이 학가산(870m)이라는 건 이설의 여지가 없다. 이 산에 ‘학 수레’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치마폭처럼 넓은 산자락과 머리에 바위를 인 산세가 ‘사람이 학을 타고 노니는 모양’이어서다. “학가산에는 임금이 머물러 대궐과 육조 터가 남아 있는 2개의 산성 터가 있다. 또 산의 동쪽에는 능인 대덕이 살았다는 능인굴이 있으며, 산허리에는 거찰과 작은 암자들이 둘러 있다.” 이는 안동부의 읍지(邑志)인 에 담긴 기록이다. 불교 문화가 융성할 때에는 안동에는 150여 개의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절집이 깃든 곳이 학가산이다. 그.. 2019. 10. 3.
[오늘] ‘10·4 남북공동선언’, ‘6·15’를 이으며 ‘판문점선언’으로 [역사 공부 ‘오늘’] 2007년 10월 4일, 남북공동선언으로 6·15 실천방도를 밝히다 6·15공동선언은 통일의 원칙, 10.4선언은 그 실천강령 2007년 10월 4일 오후 1시,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 공동 서명했다. 이 ‘10·4선언’은 김대중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에 이은 ‘제2차 남북정상선언’으로 불린다. 이 공동선언이 천명하고 있는 합의 사항은 크게 3가지 영역, 즉 ① 통일문제 논의를 위한 남북한 각 분야의 접촉면 확대와 6·15공동선언 이행을 통한 남북한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② 서해 평화수역 조성 등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통한 항구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③ 민족경제·문화.. 2019. 10. 3.
‘삼성’ 물건 안 쓰고 살기 ‘삼성’ 물건 안 쓰고 살기, 불편하지만 할 만하다 ‘윤리적 소비’를 다룬 기사 “착한 커피, 혹은 더바디샵”을 쓴 것은 2007년 1월이다. 나는 거기서 ‘영악한 소비자’ 대신 ‘재화의 가치를 거기 투여된 노동으로 환산해 이해’하는 ‘합리적 소비자’를 이야기했다. 이들은 ‘반값으로 물건을 사게 된 행운을 기뻐하면서도 그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 거기 투여된 노동을 안타까워할 줄 아는’ ‘윤리적’인 소비자들이다. 윤리적 소비, 혹은 ‘삼성 물건 사지 않기’ 이들 윤리적 소비자들은 ‘여러 개의 동종의 상품 중에 꼬집어 한 제품을 고르면서, 자신의 선택이 갖는 윤리적 의미를 즐거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선량한 소비자’들이다. 나는 기사에서 이들의 참여가 ‘사람 사는 세상’을 여는 조그마한 실마리라는 것을 믿.. 2019. 10. 3.
허물어진 절터에 마주 선 돌탑과 서당 ‘나머지 탑’을 찾아서 ① 봉림사지 삼층석탑 [관련 글] 탑의 마을, 안동 임하리(臨河里) 안동지역의 탑을 다룬 기사 ‘저 혼자 서 있는 탑들’을 쓴 건 지난 1월 초이다. 내친김에 주변의 예천, 영양, 의성 지역의 탑도 한 바퀴 돌았다. 그러나 안동에는 여전히 미처 얘기하지 못한 탑이 제법 많다. 사람들에게 잊히고 있는 탑을 찬찬히 다 돌아보자고 작정했지만, 지금껏 고작 몇 기의 탑을 더 찾아보는 데 그치고 있다. ‘나머지 탑’이라는, 좀 거시기한 이름을 붙인 까닭은 이 탑들이 그 중요도나 가치가 다른 탑들에 미치지 못해 시도 지정문화재거나 문화재 자료여서다. 문화재를 위계와 등급으로 매기는 것은 매정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 중요도에 따라 분류하지 않을 수는 없을 듯하다. 문화재 중 으뜸은 국가 지정문.. 2019. 10. 2.
천년 고탑(古塔)에 서린 세월과 역사를 되짚다 [안동 탑 이야기 ④] 예천지역의 석탑 기행 [안동의 탑 이야기 ①]저 혼자 서 있는 탑들 [안동의 탑 이야기 ②]소멸의 시간을 건넌 돌탑들 [안동의 탑 이야기 ③]‘국보 맞아?’ 잊히고 있는 우리 돌탑들 주변에 아주 바지런한 후배 교사가 있다. 수학을 가르치는 이 김 선생은 인터넷 아이디를 전공과는 한참 거리가 먼 ‘탑도리’로 쓴다. 짐작했겠지만 그는 탑에 관한 공부가 깊어 그 내공이 이미 수준급이다. 내가 탑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은 유홍준의 ‘답사기’를 읽고, 해 질 녘의 ‘감은사탑’을 마음속에 담아 두면서부터지만, 탑에 대해 두어 마디라도 지껄일 수 있게 된 것은 두어 번 그와 함께한 ‘탑 기행’ 덕분이다. 그는 탑의 구조에서부터 역사, 시대별 양식과 특징 등을 뚜르르 꿰는 사람이지만, 나는 여.. 2019. 10. 1.
[오늘] 훈민정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역사 공부 ‘오늘’] 1997년 10월 1일-훈민정음,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기록유산이 되다 1997년 10월, 유네스코는 우리나라의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했다. 유네스코가 고문서 등 전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하여 1997년부터 2년마다 세계적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선정하는 사업에 첫 대상으로 훈민정음이 선정, 등재된 것이다. 1997년에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등재된 이래, 2001년에 『승정원일기』와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불조직지심체요절(佛祖直指心體要節)』, 2007년에는 『조선왕조 의궤』와 『고려 대장경판·제 경판』, 2009년에는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 2011년에는 조선 후기 왕들의 언동을 기록한 『일성록.. 2019.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