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여행, 그 떠남과 이름의 기록144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 여름휴가 대신 가면 딱이네 다 구경하려면 하루도 모라자... 볼거리 많은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난 20일, 가족과 함께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아래 수목원)을 다녀왔다. '산림 생물 자원 보전에 특화된 수목원'(수목원 누리집)이라는 이 수목원은 2018년 상반기에 정식 개관하였지만, 우리는 초행이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오르내리는 시기에 언감생심인 여름휴가 대신 우리는 이 수목원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수목원의 시드 볼트 애당초 별렀던 여행은 아니었다. 당일, 우리는 점심때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오후 2시가 다 돼서 출발했다. 가는 데 2시간, 수목원을 둘러보는 데 2시간쯤 걸리는 거로 잡고 떠났으나, 오후 4시에 도착해 수목원을 들어서면서.. 2021. 8. 29. 남이섬의 5월, 그리고 ‘책 나라 축제’ 남이섬엔 ‘남이’가 없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남이(南怡)섬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드라마 ‘겨울 연가’ 때문인가. ‘겨울 연가’의 남자 주인공 ‘욘사마’가 일본에서 뜨고 일본 관광객들이 이 드라마의 무대로 몰려 들면서였던가. 그러나 나는 그 드라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는 남이섬이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있는 북한강의 강 섬이라는 걸 알았다. 원래는 홍수 때에만 섬으로 고립되었으나, 청평댐의 건설로 온전히 섬이 되었고 남이 장군의 묘소 덕분에 ‘남이섬’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그러나 이 섬에 있는 묘소는 남이가 이 섬에 묻혔다는 전설의 결과일 뿐, 정작 남이의 묘소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경기도 .. 2021. 5. 31. 문학기행 - 춘천 김유정 문학촌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 문학촌을 찾아서 춘천시 신동면에 있는 경춘선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바뀐 것은 2004년 12월이다. 길에다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꽤 오래된 일이지만, 역에다 작가의 이름이 붙은 것은 처음이다. 25일, 이 간이역을 찾았을 때 청기와를 얹은 전형적 형태의 이 조그만 역사는 흰색과 보라색으로 단장하고 얌전하게 서 있었다. 역이 있는 신동면 중리는 작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 ‘실레마을’이다. 그가 태어나 자랐고, 20여 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와 마지막 삶을 꾸린 곳이다. 그는 이 고향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일을 소설의 소재로 활용했고 작품 속 등장인물도 이곳에 실존했던 인물들이 많았다. 작가가 스스로 소개한 고향 마을의 모습은 이렇다. “강원도 산.. 2021. 5. 28. 태릉? ‘선수촌’이나 ‘육사’ 말고 조선왕릉, 그리고 숲길 문정왕후 잠든 조선왕릉 태릉(泰陵)의 신록 구경 태릉(泰陵)을 다녀왔다. 무식하게도 ‘선수촌’과 ‘육군사관학교’ 따위가 있는 동네라고만 알았던 태릉이 조선의 능침(陵寢)이었다니…, 왕릉이라곤 경주의 오릉(五陵) 같은 거대한 봉분만 떠올리는 경상도 사람에게 조선왕릉은 그렇게 먼 곳이었다. 조선왕릉 누리집(royaltombs.cha.go.kr)에 들어가 보고서야 서울 주변에 왕릉이 태조의 건원릉(健元陵)부터 순종의 유릉(裕陵)까지 무려 42군데(연산군묘·광해군묘, 추존 왕릉 포함)나 있다는 걸 알았다. 하긴 서라벌이 신라 천년의 수도였던 것처럼 한양(漢陽)은 오백 년 조선왕조의 도성이었으니 더 이를 게 없다. 16일부터 조선왕릉 숲길 11곳을 개방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나는 가족의 서울행 일정에 겸사겸사 .. 2021. 5. 25. ‘시간의 복기’와 ‘글쓰기’로 마감되는 여행의 발견 시민기자의 ‘지각 여행·답사기’ 쓰기 여행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형식으로 보면 그것은 집을 떠나는 순간에 시작하여 다시 출발지로 돌아옴으로써 끝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어느 날, 여행지 한곳을 마음에 담아두고 가끔 거기로 달려가거나 돌아와 아쉬움으로 그 여정을 되돌아보는 ‘마음의 행로’는 여행의 어디에 해당할까. 낯선 곳으로 집을 떠나고, 돌아와 사진첩에 여정을 갈무리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행의 공식’은 십몇 년 전에 에 답사기 몇 편을 싣게 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탐승(探勝)과 휴식을 위한 여행이든, 유적이나 역사 관련 답사든 내게 그것은 돌아온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내 여행은 적지 않은 시간과 씨름한 끝에 몇 편의 글로 정리되어야만 비로소 마감되기 때문이다. 내 .. 2021. 2. 19. 문명의 철길 위에 펼쳐지는 ‘슬로우’ 바이크 [여행] 강원도 정선 레일바이크 탑승기 철길을 걸어 보았는가. 흔히들 ‘영원한 평행선’이라는 진부한 비유로 기억되는 기찻길을. 19세기의 마지막 해에 태어나 굉음을 지르며 들판을 달려오는 기차를 사람들은 ‘쇠말[철마(鐵馬)]’이라고 불렀다. 여전히 봉건 시대의 질곡을 채 빠져나오지 못한 시기에 그것은 마치 이후 물 밀듯 들어온 낯선 문명의 전초병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기관차는 증기에서 디젤로, 그리고 전기로 가파르게 발전해 왔지만 변하지 않은 것은 ‘기차가 철로를 따라 달리고 역에서만 선다’라는 점이다. 그래서일까. 기차는 ‘떠남’의 의미를 매우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운송 수단이다. 평행으로 이어져 소실점 저편으로 사라져 가는 철길은 ‘부재’의 의미를 새삼 환기해 주는 것이다. 기차여행이 버스나 승용차.. 2020. 9. 20.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 이삭, 파리에서의 낮과 밤 환승지 파리에서의 하룻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앞서 밝혔듯 상트페테르부르크 여행은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지만 아주 싼 항공료에 꽂힌 딸애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는 파리로 가서 하룻밤을 묵은 뒤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갔고 나올 때도 역순이었는데, 대신 드골 공항에서 바로 비행기를 갈아탄 점만 달랐다. 환승 때문에 하룻밤을 묵은 파리 7월 24일 오후 2시에 우리는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택시를 타고 파리 시내 호텔에 체크인한 게 3시쯤, 잠깐 휴식한 뒤, 우리는 서둘러 시내 관광에 나섰다. 우리 내외는 2016년 4월에 이은 두 번째 방문, 딸애도 파리는 2011년에 이은 7년 만이었는데, 아들 녀석만 초행이었다. 2016년 .. 2020. 8. 27. [상트페테르부르크] 그 낯선 도시에서의 5일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 기행] ⑤ 트롤리 버스와 안내원,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 관람, 그리고 미련*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여행은 일련의 과정이다. 여행이 단순히 마음에 둔 유적이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으로 한정되지 않는 까닭이다. 그것은 길을 나서면서부터 돌아올 때까지 여행자가 겪거나 보고 들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소한 부딪힘, 감정의 파문, 인상과 느낌까지를 포괄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면서 설레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 내외는 물론이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나는 그 설렘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특별한 기대나 마음의 결에 맺힌 곳이 하나도 없었다는 뜻이다. 나이 듦 탓이었을까. 아마 내겐 새로 만나는 어떤 풍경이라도 담담.. 2020. 8. 25. [상트페테르부르크]왕족 휴양소에서 노동자 휴양소로, 그리고 …페테르고프 여름 별궁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 기행] ④ 표트르 대제와 페테르고프 궁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다섯째 날의 여정은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 서부에 있는 페테르고프 궁전이었다. 흔히 ‘여름 궁전’으로 널리 알려진 이 궁전으로 가는 방법은 육로와 해로 두 가진데, 딸애는 일찌감치 바닷길을 선택해 두었었다. 운임이 싼 대신 이동 시간이 긴 육로보다 비싸지만, 시간이 덜 드는 여객선을 고른 것이다. 표트르의 궁전 페테르고프, 황제의 여름 별궁 숙소에서 우버 택시로 이사크 성당 근처의 선착장으로 가서 우리는 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네바 강변을 산책했다. 선착장에선 스웨덴의 공격을 방어하고자 네바강 하중도(河中島) 자야치섬에 건설한 페트로파블롭스크 요새가 건너다.. 2020. 8. 8.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누적된 모순은 가공할 폭발력을 감춘 채 19세기로 가고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 기행] ③ 예카테리나 궁전과 여제의 시대*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넷째 날 일정은 예카테리나 궁전이었다. 우리는 버스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남동쪽으로 25km 떨어진 푸시킨의 피서지인 차르스코예 셀로에 있는 예카테리나 궁전에 닿았다. 푸시킨? 그렇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로 시작되는 유명한 시를 쓴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시킨(1799~1837)이 한때 머문 이 도시는 1937년에 그의 이름을 따 푸시킨 시가 되었다. 예카테리나 궁전은 푸시킨시에 있다 버스 승객들은 물론 대부분 궁전으로 가는 관광객이었다. 관광객은 우리가 탄 버스만 아니었다. 현지에는 전세 버스로 닿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떠들썩하게 진을 치고 있었다. .. 2020. 8. 1. 동해 두타(頭陀)산성 샌들 등정기 동료들과 여행으로 찾은 동해 두타산성 바야흐로 이 나라의 여가 문화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것은 당연히 의복, 장비 등 관련 산업의 융성으로 이어진다. 어쩌다 아무 준비 없이 면바지 바람으로 인근 산이라도 오른 이들은 마치 경쟁하듯 전문 산악인의 복장과 장비로 중무장(?)한 등산객들의 기세에 기가 질릴 지경이 되었다. ‘히말라야 복장’은 아니라도 ‘샌들’은 곤란 오죽하면 “동네 뒷산 오르는데, 등산복은 ‘히말라야 등반용’”이라는 얘기가 떠돌겠는가. 한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아웃도어 고급품 풀 장착 시 가격’은 417만 원이다. 이쯤 되면 등산도 부자들이나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아니 들 수 없다. 짚신에서 고무신, 그리고 이른바 ‘지까다비’를 거쳐온 우리에게 수십만 원짜리 고어텍스 등산화.. 2020. 7. 28. [상트페테르부르크] 성장통과 혁명의 시대, 그리고 ‘레닌그라드는 함락되지 않았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사 기행] ② 카잔 성당과 피의 구원 성당, 그리고 레닌그라드 포위전*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우리 숙소가 있는 넵스키(‘네바강의 거리’란 뜻)대로는 네바강 강변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번화가다. 이곳은 원래 늪지대였는데 1710년에 처음으로 길이 뚫리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대표하는 문화, 상업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 아름다운 거리 주변에 카잔 성당과 성 이사크 성당, 피의 구원 성당뿐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과 카페, 상점들, 음악당 등이 모여 있다. 제정시대의 권력의 상징하는 30층 높이의 성 이사크 성당 성 이사크 성당을 찾은 것은 넷째 날, 페트르고프궁(여름 궁전)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이 성당은 성경 창세기의 ‘이삭.. 2020. 7. 25.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