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여행, 그 떠남과 이름의 기록146 약속한 지 20년 만에 지리산 ‘노고단’에 오르다 [지리산자락 지각 답사기] ② 지리산 노고단(老姑壇)) *PC에서는 가로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리산 산행 지리산은 젊을 때 두어 차례 올랐었다. 백무동에서 장터목을 거쳐 천왕봉에 이르는 코스로 처음 올랐고,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올라 거꾸로 장터목-백무동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오른 게 두 번째다. 첫 등정 때는 남학교에 근무할 땐데, 고2 제자 두 명과 올랐고, 두 번째 동행은 교육 운동을 함께하던 동료들이었다. 모두에 ‘두어 차례’라 쓴 것은 한 차례쯤 더 올랐다고 생각해서인데, 그 한 차례가 잘 기억나지 않는 거로 보아, 그게 내 생각에 그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내가 지리산에 오른 것은 모두 30대 때다. 대체로 사람들은 대학 시절에 지리산에 오르곤 .. 2022. 7. 21. 구례 운조루(雲鳥樓), 혹은 열린 쌀독, ‘타인능해’의 집 [지리산자락 지각 답사기] ① 구례 운조루(雲鳥樓) 고택(2019.10.30.)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지리산자락으로 아내와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온 게 2019년 10월 말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출발하여 11월 1일에 돌아오는 짧은 여정이었으나, 우리는 꽤 여러 곳을 돌았다. 연곡사와 피아골 단풍을 구경했고, 하동 최참판댁과 박경리 문학을 들렀었다. 섬진강을 따라 구례-하동길을 지났고, 이튿날에는 아내를 독려해가며 처음으로 지리산 노고단에도 올랐었다. 늘 그렇듯 나름대로 빼먹지 않고 명승과 고적을 돌았는데 정작 그걸 전혀 갈무리하지 못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기를 쓰는 그렇고 그런 차례를 지겹게 여긴 탓이었을까. 3년 만에 짧게나마 그.. 2022. 7. 20. 가야산 부근, 돌탑에서 야생화식물원까지 성주 가야산 기행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지난 16일 오전, 늘 그렇듯 황 선생이 집 앞으로 차를 끌고 왔다. 우리는 ‘바람을 쐬러’ 성주의 끝, 가야산(1433m)을 경계로 경남 합천과 붙어 있는 수륜면을 향해 출발했다. 올 2월에 명퇴한 황은 내가 1994년에 경북 예천으로 복직했을 때 만난 후배다. 그는 오래 교육 운동과 시민운동에 헌신해 온 활동가다. 황은 퇴직하면서 내게 한 달에 한 번쯤, 어디 바람이라도 쐬러 가자고 제안했다. 가고 싶은 데가 있으면 자신이 운전해서 다녀오자는 것이었다. 글쎄, 하고 웃고 말았는데, 지난 5월 18일에 첫걸음을 했다. 영덕 강구에 가서 거기 사는 후배 강 선생을 불러 회를 곁들여 소주를 한잔했다. 거기.. 2022. 6. 24. ‘소풍’은 문의 마을로 가서 ‘도시락’은 차 안에서 먹었다 대청호의 풍광과 색소폰 공연까지 즐긴 청주 문의문화재단지 *PC에서 가로형 사진은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고은 시의 배경 ‘문의문화재단지’에 가다 충청도 문의(文義)에 ‘문화재단지’가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다. 고은 시인의 시 ‘문의 마을에 가서’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그 지명을 각인해 왔지만, 나는 문의를 스쳐 갔을 뿐 거기 가보지 못했다. 시인이 1969년 5월 에 발표한 ‘문의 마을에 가서’는 ‘죽음을 통해 깨달은 삶의 경건성’, ‘삶과 죽음이 하나의 실체라는 인식’을 노래했다. 모친상을 입은 신동문(1928~1993) 시인을 조문하고자 문의를 찾았던 시인은 문의를 죽음과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시적 공간으로 받아들였다.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 죽음.. 2022. 6. 10. 성공회에서 강화도에 ‘한옥 성당’을 지은 뜻은… [강화도 여행 ①] 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성공회 강화읍 성당(2022.5.5.)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강화도는 서울 인근에 있지만, 경상도 사람에게는 꽤 멀다. 그건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심리적 거리인 듯하다. 1969년 강화대교로 육지와 이어졌지만, 다른 시도 사람들에게는 강화도는 여전히 섬이기 때문이다. 12년 만에 다시 찾은 강화도 내가 처음 강화도를 찾은 것은 2010년 1월이다. 의 시민기자 연수가 거기서 열렸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들어가 연수에 참여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얀데, 안개까지 끼어 아주 먼 데로 온 느낌이었다. 그게 마니산도, 정족산성도, 전등사도 가보지 못한 내 강화도 초행.. 2022. 6. 4.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 국립수목원에도 있다 [여행] 550년 넘게 자연 그대로 보전해 온 광릉숲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5월의 첫 주말, 오래 별러 온 광릉숲을 다녀왔다. 가물에 콩 나듯 서울을 드나들면서 어느 날부터 서울의 고궁을 차례로 가보고, 자투리 시간을 내어 박물관을 다녀오기 시작했었다. 간송미술관과 리움미술관도 그 목록의 맨 위에 있었으나, 리움은 그 전날 다녀왔고, 간송은 휴관 중이라니 때를 기다려야 한다. 나는 광릉숲이 서울의 경계를 넘으면 이내 닿는 곳에 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에 있는 광릉숲까지는 54km, 차로 한 시간 반쯤 걸렸다. 아들 녀석이 이틀 전에 국립수목원(아래 수목원) 누리집에서 주차장 이용 차량을 예약해 우리는 정문을 무사통과할 수.. 2022. 5. 29. 자투리 시간에 찾은 해안 절경 ‘섭지코지’ [제주 여행] 1일 차 (2022. 4. 18.)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애당초 섭지코지는 내 여정에 들어 있지 않았다. 그동안 제주도를 찾을 때마다 들른 곳인데다가 특별한 감흥을 받은 곳이 아니어서였을 것이다. 우도에서 나와 숙소에 바로 들어가려 했더니, 아내가 저녁을 먹고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바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엔 일러서 들른 곳이 섭지코지였다. 섭지코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의 돌출한 해안 지형이다. ‘섭지’란, ‘재사(才士)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라는 뜻이며, ‘코지’는 육지에서 바다로 톡 튀어나온 ‘곶’을 뜻하는 제주 방언이다. 낯설면서도 인상적인 지명이어서 한번 들으면 잘 잊히지 않는 것 같다. 제주 동쪽.. 2022. 5. 27. 에코랜드 ‘곶자왈 숲속 기차여행’은 좀 싱거웠다 [제주 여행] 2일 차(2022. 4. 19.) *PC에서는 가로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아내는 이전에 실버대학 등의 교회 행사로 두어 차례 제주를 찾았었다. 그게 2012년 이후였으니, 제주도의 여행지는 한층 더 발전해 있었을 것이다. 아내는 ‘곶자왈 숲속 기차여행’의 감동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에코랜드에 가 보지 못한 내게는 별로 와 닿지 않았다. 이번에 제주로 오면서 우리는 에코랜드에서 기차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둘째 날, 에코랜드는 비자림 다음의 목적지였으니 결과적으로 우리는 여정을 잘못 짠 셈이었다. 비자림의 원시림이 주는 감동이 너무 커서 아내는 에코랜드의 숲은 비자림에 비기면 우습겠다고 말했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비자림의 수백 년 묵.. 2022. 5. 25. 군산오름의 진지 동굴과 카멜리아 힐의 동백꽃 구경 [제주 여행] 3일 차(2022. 4. 20.)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군산오름과 진지 동굴 여행 셋째 날의 목적지는 군산오름과 카멜리아 힐이었다. 오름으로 유일하게 군산오름에 가겠다고 한 이유는 단순했다. 2박 3일의 여정을 짜면서 나는 어떤 누리꾼의 추천을 2박 3일 여정을 참고했다. 별 고민 없이 2박 3일로 예약했지만, 여정을 짜면서 나는 제주도는 2박 3일이 아니라 20박 30일로도 성이 차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예의 누리꾼은 “군산오름이 정상에서 서귀포 일대를 전부 조망할 수 있으며 북쪽으로는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는 오름으로 정상부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주차장에 내려 걷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라.. 2022. 5. 19. 제주 우도 여행에서 우리가 ‘잃은 것’과 ‘얻은 것’ [새로 만난 제주 ③] 삼륜 전기차 우도 일주 이야기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여행자는 출발에 앞서 여행의 일정을 짠다. 그러나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닌 한, 아무리 정교하게 짠다 해도 여정이 계획대로 굴러가기는 쉽지 않다. 여정은 단순히 이동시간의 집합이 아니라, 전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동행자를 비롯하여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와 교감의 총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꼬인 제주 여행 계획 제주 여행은 첫날부터 좀 꼬였다. 성글게 짠 내 계획은 오전 10시에 제주에 도착하면 함덕해수욕장과 월정리 해변을 거쳐 성산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배로 우도에 들어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공항에서 짐을 찾아서 렌터카 업.. 2022. 5. 6. 나의 무심함을 반성하게 한, 사려니 숲길의 ‘배려’ [새로 만난 제주 ②] 붉은오름 사려니 숲길의 삼나무숲과 ‘무장애 나눔길’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사려니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오름에 이르는 약 15km의 숲길이다. 이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은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므로 ‘사려니숲길’이라 불린다. 이 훼손되지 않은 ‘청정 숲길’은 제주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특히 도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해발 500~600m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사려니숲길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과 ‘솔’은 신성한 공간이라는 신의 영역에 있는 산 이름에 쓰이는 말이다. 따라서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2022. 5. 4. 제주여행만 여섯 번째, 이 대단한 숲을 왜 지금 알았을까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새로 만난 제주 ①] 천년의 숲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비자림)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다녀왔다. 제주도를 처음 찾은 것은 1988년 여름, 당시 근무하던 학교 교직원 친목 여행으로였다. 공항 청사를 나서자, 야자수 몇 그루가 눈에 띄었는데 그때 느낀, ‘제주도에 왔다’는 실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탄 비행기도 처음이었었다. 이듬해 학교를 떠나 5년여를 거리로 떠돌았으니,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다시 제주를 찾게 된 것은 20여 년 뒤인 2007년이다. 그것도 담임으로 고2 여학생을 인솔한 수학여행으로였는데 이는 2008년과 2009년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제주도 여행은 2010년 2월, 숙소와 렌.. 2022. 4. 30. 이전 1 ··· 4 5 6 7 8 9 10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