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계묘년을 맞으며
2023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은 계묘(癸卯), 토끼해다. 지난해 임인(壬寅)년에 이어 올 계묘년도 오행(五行)의 물[수(水)]에 해당하는 오방색(五方色)은 검정이다. 따라서 지난해가 ‘검은 호랑이’ 해였듯이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우리 민속문화에서 꾀 많고 귀여운 동물이다. 달에서 방아를 찧는 상상의 동물인 토끼는 친숙하면서도 신성스러운 존재로 인식된다. 토끼는 포식자들의 사냥감이기에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민감한 모습을 보여, 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에 비유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론 판소리계 소설 <토끼전>에서 자라의 꾐에 속아 용궁으로 끌려갔으니 기지를 발휘하여 기사회생하는 이야기에서 보이듯 영민한 동물이기도 하다. 이 토끼는 “침착하고 꾀가 많으며 능청스럽고 허영심과 욕심이 많은” 민중을 표상하는데, 그는 마침내 지혜로 위기를 벗어나는 존재이다.
풍요의 상징 토끼
토끼는 십이지 띠 동물 가운데 넷째로 십이지의 토끼[卯]는 방향으로는 정동(正東)이고, 시간으로는 오전 5시에서 오전 7시, 달로는 음력 2월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시간 신이다. 십이지 묘(토끼)는 만물의 생장・번창・풍요의 상징을 의미하며, 농경사회에서 한 해 농사의 본격적인 시작과 관련이 있다. 2월 초하룻날은 일하는 사람들의 날이고 농사일이 시작되는 날이며 풍년을 기원하는 날이다.
토끼는 다산의 동물이다. 번식력이 왕성한 토끼의 특성을 고려하였는지 모르지만, 미국 유명 성인잡지 <플레이보이(Playboy)>의 로고는 ‘턱시도 타이를 매고 귀를 쫑긋 세운 토끼’다. 이 플레이보이 토끼 로고는 디자인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인기 많은 로고 중 하나다. 이처럼 토끼는 풍요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다.
토끼해의 의미는 희망적이긴 하지만, 2023년의 현실을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제 문제는 새해에서 더 심화하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세계적 에너지 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줄을 이으면서 민생은 더 어려워질 듯하다.
굴 셋 파는 영리한 토끼의 지혜로
“영리한 토끼는 굴을 셋 판다”는 속담이 있다. 사자성어로는 ‘교토삼굴(狡免三窟)’이다. 영리한 토끼는 위기 상황을 대비하여 굴을 3개 파 두었다가 목숨을 구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로 어둡게 전망하는 새해를 잘 극복해 가려면 토끼의 지혜가 필요할 듯하다.
극단적인 여야 대결이 이어지는 가운데 새해 정치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이른바 ‘검찰 공화국’이 ‘법의 지배’가 아니라 ‘법에 의한 지배’에 골몰하면서 “수사 권력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현신(現身)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정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불공정과 불의를 의심받고 있고,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희망보다 불안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민의 느끼는 무력감은 심화하고 있다. 국정의 전망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어쩌면 사람들은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풍요는 아니더라도,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 한 해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이유다. 물론 오랜 시련과 고난의 역사를 헤쳐나온 우리 민족의 저력이 이 당면한 위기와 시련을 능히 극복해 나가리라는 믿음을 거둘 수 없다.
2023. 1. 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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