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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사자성어,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누가?

by 낮달2018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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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신문> 선정 2022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

▲ 올해의 사자성어는 〈논어〉의 '위령공편(衛靈公篇)'에 나오는 과이불개가 뽑혔다.

날이 갈수록 그 뜻이 바래는, ‘2022 올해의 사자성어’는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라는 뜻의 ‘과이불개(過而不改)’가 뽑혔다. <교수신문>이 시행한 전국 대학교수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국 대학교수 935명 중 476명(50.9%)이 ‘과이불개’를 선택하여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대학교수 과반이 선택한 사자성어 ‘과이불개(過而不改)’

이 신문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올해였지만 희망과 기대는 잠시뿐이었다”라며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검증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 사태, 그리고 인재로 발생한 이태원 참사(10.29)까지, 제대로 된 해명과 사과는 없었고,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행태가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다”라고 보도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12명 추천위원단이 사자성어 22개 추천하고 ▲ 이 가운데 예비심사단 심사에서 5개를 선정한 뒤, ▲ 전국 교수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됐다. 나머지 성어는 ‘욕개미창(慾蓋彌彰 : 덮으려고 하면 더욱 드러난다, 14.7%), 누란지위(累卵之危 : 여러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 13.8%), 문과수비(文過遂非 : 과오를 그럴 듯하게 꾸며대고 잘못된 행위에 순응, 13.3%), 군맹무상(群盲撫象 : 눈먼 사람들이 코끼리를 더듬으며 말함, 7.4%)이 각각 2~5위를 차지했다.

▲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 말고도 '욕개미창', '누란지위', '문과수비', '군맹무상' 등이 뽑혔다.

과이불개를 추천한 이는 박현모 여주대 교수·세종리더십연구소 소장이다. 박 교수는 추천 이유로 “우리나라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대통령 탓’이라고 말하고 고칠 생각을 안 한다”라며 “그러는 가운데 이태원 참사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지려는 정치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라는 점을 들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을 예로 들면서 실수한 일도 ‘후회’하고 ‘개선’함으로써 세종도 성군이 되었다고 말했다. 과이불개를 선택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와 해법은 교수마다 달랐다.

· “많은 사람이 잘못되었다고 하는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정하지 않으니 사과할 이유가 없고 그러면 고칠 필요도 없는 것”
· “현재 여야 정치권의 행태는 민생은 없고, 당리당략에 빠져서 나라의 미래 발전보다 정쟁만 앞세운다.”
· “여당이 야당 되었을 때 야당이 여당 되었을 때 똑같다.”
· “입법, 행정 관계없이 리더의 본질은 잘못을 고치고 다시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솔선수범하는 자세, 마음을 비우는 자세에 있다.”
· “남 탓보다는 제 탓하기”
· “자신부터 성찰하는 한국 사회”

극단으로 갈라진 사회, ‘올해의 사자성어’도 무력해졌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홀 달개비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창립선언 기자회견에서 유가족이 발언하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때 지식인들의 통렬한 현실 인식과 그 해법을 문헌 사료에서 단 네 글자로 찾아 우리 사회의 이정표를 제시하여 국민의 공감을 얻었었다. 그러나 이 사자성어가 이제 더는 단신 이상의 의미로 소비되지 못할 만큼 사회는 복잡하고 난해해졌다.

사자성어, 정치적 확증 편향의 사회 표현엔 역부족

교수들의 사회 참여가 대학생 등 청년들의 행동과 실천의 배경이 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진보를 선도했던 일도 옛이야기가 되었다. 젊은이들의 집단행동은 드물어졌고, 사회적 의제로 돌출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도 뜨악하게 바뀌었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의제에 대한 대중의 행동과 실천이 더 많은 다수의 암묵적 동의와 지지로 정치적 힘을 증폭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예전 같으면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추인받던 정치적 실천이 이제는 그에 반대하는 대중들의 공격을 받고, 폄훼되는 과정을 통해서 사회는 극단으로 갈라진 것이다.

20% 대의 지지율로 고착될 듯하던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여전히 패착을 거듭하고 있는데도 조금씩 회복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보수적이고 극단적인 선택을 거듭하는 이유도 그런 보수적인 지지층에 소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시민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해법이 대통령과 집권 여당엔 선택지가 되지 못하는 상황의 지속, 그게 현 정부의 6개월이 아니던가. ‘과이불개’는 여야를 두루 때리는 사자성어이긴 하지만,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다’는 허물과 비판은 오롯이 정부와 여당에 더 무겁고 큰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여전히 개선 노력이 없는 불통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2022. 12. 1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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