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오늘이 입춘이니 봄은 지척에 와 있다. 예년과 달리 올겨울이 유난히 길다고 느끼는 까닭은 추위가 꽤 오래 이어져서인 듯하다. 하마나 하고 기다리지만, 영하의 수은주 눈금은 오르는 듯하다 다시 꼴깍 주저앉아 버리곤 한다. 게다가 이른바 ‘난방비 폭탄’이 터지면서 분위기는 더 을씨년스러워졌으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북봉산 아래의 우리 동네는 겨울의 칼바람이 유명하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온 바람이 필로티 구조인 아파트 1층으로 몰아치면 절로 정신이 번쩍 든다. 그건 한여름의 선선함으로 상쇄하기 어려울 만큼 매섭다. 그러나 나는 우리 동네의 겨울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유난히 추운 동네여서 꽃소식도 좀 늦다. 시내에는 산수유나 매화가 피어나고, 목련이 활짝 피는데도 우리 동네는 여전히 꽃망울이 터지는 정도다. 한때는 2월 중순이면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곤 했지만, 요즘은 2월 말은 돼야 한다. 역시 추위가 길어지는 탓이 아닐까 싶다.
매일 운동을 다녀오면서 아파트 화단의 산수유를 살피는데, 추위 속에서도 꽃망울을 맺긴 했다. 그게 언제쯤 터뜨릴지는 알 수 없지만, 올해는 좀 이를 수도 있겠다고 짐작해 본다. 그 앞의 백목련은 붓 모양의 털로 감싸인 꽃눈이 자라고 있다. 어떤 건 제법 모양을 갖추었지만, 어떤 놈은 아직 제대로 자라지 않아 밋밋한 모습이다.
글쎄, 날마다 살펴보는데, 어느 날인가 이들 꽃은 꽃망울을 터뜨릴 것이다. 맨 먼저 산수유가, 그리고 매화가 이어서 핀다. 목련은 3월 말은 되어야 필 터이다. 잠깐 한눈을 팔았다 싶은데, 어느덧 봄은 성큼 대세가 되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추워서 그런지, 얼른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봄은 좀 멀리 있는 듯하다. 산책길 양쪽의 논에는 꽁꽁 언 얼음이 아직도 녹지 않고 있다. 그러나 봄의 기척은 그 완고한 성채 같은 겨울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진주해 온다. 그 혁명처럼 밀려올 봄을 설렘으로 기다리기로 한다.
‘난방비 폭탄’뿐이 아니다. “합의를 모색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보다는 정적들을 제거하는(taking down rival politicians) 데에 정치적 에너지를 쏟”(이코노미스트 그룹은 2022년판 ‘민주주의 지수’)는 정국, 국가의 존재를 의심하게 하는 선무당 정부의 헛발질에 과연 봄이 오기나 할까 싶은 우울한 2월인 까닭이다.
2023. 2. 4. 낮달
'이 풍진 세상에 > 길 위에서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골 사람 서울 나들이 ➇] 재벌 그룹의 ‘문화 자산’, 공공 차원 누리기 (4) | 2023.02.24 |
---|---|
다가오는 ‘봄 기척’을 엿보다 (2) | 2023.02.23 |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 ‘강제동원’ 문제 해결에 ‘왕도는 없다’ (2) | 2023.01.16 |
2023, 검은 토끼의 해 - ‘교토삼굴’의 슬기로 헤쳐나가길 (0) | 2023.01.01 |
한파 …, 돌아온 ‘추운 겨울’ (2) | 2022.12.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