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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349

‘떼법(法)’의 복수(?) ‘떼법’이라면 언제부터인가 귀에 익은 낱말이다. 이 낱말은 참여정부 때부터 유행한 말이었다고 하는데 데 글쎄, 과문한 탓인지 내 기억은 긴기민가하다. 오히려 이 합성어는 현 정부 들면서 대통령이 “우리 사전에서 ‘떼법’이니, 정서법(情緖法)이니 다 지워버리자”라고 일갈한 이래 ‘불합리한 억지’라는 뜻으로 쓰이면서 더 널리 알려진 게 아닌가 싶다. ‘‘떼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 유행어로 ‘파업하기 좋은 나라’와 더불어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빗댄 표현으로 특히 기업인들 사이에 유행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었으나 이제 더 강력한 떼법이 생겼다는 것이다. ‘떼’에는 다중, 억지라는 두 의미가 모두 있으니, 떼법은 숫자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뭐든 관철할 수 있음을 절묘하게 축약한 표.. 2021. 5. 2.
스타, 팬, 그리고 ‘한겨레 의견광고’ 일간지에 이른바 ‘의견광고’가 처음 실린 신문은 아마 였을 것이다. 1974년 연말, 광고 해약 사태가 일어나면서 가 백지 광고를 내보내자 시민들의 이를 격려하는 광고로 범국민적 언론자유 운동을 벌인 것 말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의견광고가 다시 지면에 등장한 건 에서였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기에 그것은 1989년 여름, 전교조 관련으로 교사들이 대량 해직되던 시기에 이들에 대한 지지·격려 광고로 재등장하였던 듯하다. 그 무렵 내 고교 후배들이 낸, 해직된 선배 셋을 지지하는 광고와 해직된 학교의 제자들이 낸 광고가 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20년, 다른 신문은 어떤지 몰라도 한겨레의 의견 광고는 나름대로 진보를 거듭해 왔다. 정치 사회적인 의견 광고뿐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축하 광고까지 싣게 되.. 2021. 4. 29.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친일인명사전>을! 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최대, 최고의 인물 사전’이다. 연구소를 설립한 지 18년, 편찬위원회를 꾸린 지 8년 만에 반역사적 수구 세력의 방해를 넘어 내놓은 이 사전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시작한 식민지 역사 청산의 첫걸음이었다. 은 발간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각종 소송으로 인한 법정 다툼과 열악한 재정난을 딛고 은 2009년 세상에 나왔다. 발간 한 해 만에 4천여 질이 판매됨으로써 ‘역사 정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애정’의 크기를 확인하기도 했다. 4,389명의 친일 인사들의 친일·반민족 행위가 기록된 은 순수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정리된 ‘친일의 역사’다. 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 5천여 명의 회원들의 후원금과 국민 성금 운동을 통해 모인 7억여 원의 편찬기금으로 꾸.. 2021. 4. 28.
‘자식연합’에서 ‘후레자식연대’까지 - 자식들의 행진 세월이 ‘하 수상’해서인가, 어버이와 자식 간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다. 요즘 전경련으로부터 거액의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고 청와대로부터 시위를 사주받았다는 의혹을 받는 이른바 ‘시민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관련한 이야기다. ‘반북, 매카시즘적 태도’를 보이는 ‘주로 노인들이 가입한 정치적으로 극우성향의 단체’(이상 )인 어버이연합은 2006년 5월 8일, 어버이날에 결성되었다. 두루 알다시피 ‘어버이’라는 이름은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어버이는 성인이 되어 혼인하고 자식을 낳으면 자연스레 얻게 되는 사회적 지위이기 때문이다. 이 단체가 굳이 아무 특징 없는 ‘어버이’라는 보통명사를 단체이름으로 쓰는 까닭은 이들의 주장과 그것을 드러내는 방식과 연관 지어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이들은 여러.. 2021. 4. 27.
한국 ‘언론자유지수’, 20계단을 뛰어올랐다 ‘국경없는기자회(Reporters Without Borders)’가 ‘2018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180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해 일본(67위), 중국(176위)뿐 아니라 미국(45위)보다도 높은 순위에 매겨졌다. 한국 언론자유지수 63위에서 43위로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39위) 이후 11년 만에 미국보다 상위에 올랐다. 그래프에서 보듯 이명박 정부 들면서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순위는 2010~12년께 잠깐 반등한 이후 곤두박질쳐 2016년에는 70위로 떨어졌다.[관련 글 : ‘부분적 언론자유국’ 대한민국]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순위는 마침내 올해에 무려 20계단을 뛰어오른 것이다. 국.. 2021. 4. 26.
너희가 ‘실용 본색’을 아느냐 ‘자가당착’? 몰랐지, ‘World Wide’가 있다는 걸 현 정권의 통치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찬탄을 금치 못하는 바가 하나둘이 아니다. 상식(물론 여기서 말하는 상식은 ‘나의 상식’이다. 2009년의 대한민국에선 상식도 두 가지로 확연히 갈린다.)을 뛰어넘는 정책과 그 집행(때로는 지리멸렬한!) 앞에서 정권의 표정은 넉넉하기 짝이 없다. 여론이나 국민의 요구와는 좀 멀게 이루어지는 정책이나 제도라면 다소 민망스럽거나 난처한 표정이라도 지을 만한데, 집권당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관료인 주무 장관의 표정은 늠름하기만 하다. 정책 혼선에다 문제의 핵심에 대한 이해도 섣부르기 짝이 없는데도, 이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심상함 그 자체이다. 국민의 정부를 포함하여, 참여정부까지만 해도 여론이나 국민의 요구와는 거.. 2021. 4. 24.
과공비례(過恭非禮)? 21일 오후, 일본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일본 왕궁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 내외를 면담했다고 한다. 오늘 아침 에는 대통령이 일왕의 영접을 받는 사진이 실렸다. 첫 번째 사진은 영접을 나온 일왕 일행과 대통령 일행을 같이 잡은 사진인데 인터넷 에 실린 것이다. 두 번째 사진은 첫 사진을 잘라 대통령과 일왕을 클로즈업한 사진으로 지면에 실린 것이다. 3면에 실린 두 번째 사진을 보는 순간, 나는 잠깐 멈칫거렸다. 일왕 아키히토가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부동의 자세로 손만을 내밀고 있는데도 우리 국가 원수는 15도 각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숙인 채로 웃고 있는지, 인사말을 하고 있는지 그는 입을 벌리고 있다. 무심히 지나갈 수 있는 풍경이다. 정작 도 이와 관련해 어떤 언급.. 2021. 4. 22.
지방선거,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할 낀데…….” 지방선거가 한 달 반 앞으로 다가왔지만, 우리의 일상은 무심하기만 하다. 거리 곳곳에 대형 간판을 내건 예비후보의 선거사무소가 눈에 띄지만 거기 관심을 기울이는 이는 거의 없다. 내가 이곳 토박이가 아니라서 그런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정작 지역 토박이들도 무관심하기는 매일반이다. 도지사 후보는 더러 보도되곤 하니 그런가 짐작하지만, 시장 후보나 도의원·시의원에 이르면 거의 오리무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까닭이야 뻔하다. 이른바 ‘작대기를 꽂아놔도 당선’되는 특정 정당의 본거지라 그 정당의 독주로 여닫는 시장이니 더 말할 게 없다. 어쩌면 선거는 우리의 삶과 무관한 ‘무엇’이 되어 버린 것일까. 죽으나 사나 ‘정권 안정’의 고장 경북 지난 89년 이후 역대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이 무려 25% 이상.. 2021. 4. 20.
4·19 아침에 4·19 혁명 마흔여덟 돌 4·19 혁명 마흔여덟 돌 기념일이다. 아침에 최재봉 기자의 칼럼에서 민중가요 “진달래”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노찾사 4집에 실렸던 이 노래는 정운(丁芸) 이영도가 쓴 4·19 희생자들을 기린 시라고 한다. 그랬었구나. 시의 유래도 유래지만, 그 이영도가 청마 유치환이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고 노래한 그 여인이라니……. 초등학교 6학년 때였던가, 형이 사 온 청마의 서한집 (1967)로 나는 청마와 이영도를 만났다. 장정판의 책 케이스에 실린 시 ‘행복’을 외워버린 게 아마 그때쯤일 것이다. 그이가 이호우 시인과 오누이 사이란 걸 알았지만 정작 이호우를 그의 유명한 현대시조 ‘개화’로 만난 것은 이듬해 중학교에 입학하고서였다. 그러나 이영도는 내게 청마가 5천여 통의 편.. 2021. 4. 19.
‘잔인한 4월’, 그 노동자들의 봄 4월이 깊어가고 있다. ‘잔인한 4월’이다. 사춘기 시절에 뜻도 모른 채 연애편지 첫머리를 채웠던 그 문구는 2011년 한국에서 실존적 고통으로 되살아났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물러가고 새봄, 그 소생의 시절에 ‘잔인한 4월’을 반추할 수밖에 없는 역설의 봄이다. 뉴스는 쌍용차 고 임무창 조합원의 49재가 경찰에 막혔다고 전한다.[기사 바로가기] ‘거리엔 벚꽃이 피고’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보’이는 그 거리에서 참가자들은 ‘해고자들에게는 잔인한 4월의 길거리’를 말했다고, “중학생 아이들을 보면서 고아가 된 고 임무창 조합원의 아이들이 겹쳐졌다”고 했다. 쌍용 노동자들의 잔인한 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가 일어난 건 고작 2년 전, 2009년이다. 그런데 우리는 마치 십 년도 전의 일처럼 그것을 기억.. 2021. 4. 19.
병원 나들이, 의사와 환자 환자에게 의사 선택권이 있는가. 형식적으로만 보면 답은 ‘있다’이다.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혹은 그 방면의 전문가인지에 대한 정보를 기초로 환자들은 의사를 찾아 길을 나선다. 이 나라 안에 숱한 대학병원, 종합병원에 있는 ‘특진’은 그 선택의 최종 도착지다. 진료는 불과 몇 분에 그치지만 환자는 예의 대단한 명의를 만났다는 것으로도 상당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특진료는 그 ‘위안’에 대해 지급하는 돈이기도 하다. 일반진료보다 훨씬 비싼 진료비를 물면서 환자들이 특진에 집착하는 것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명의를 통하여 자기 신병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대부분 환자가 주변의 의사들에게서 그런 확신을 얻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2021. 4. 17.
영남 보수 ‘성골’의 예상치 못한 표심 구미시 갑 민중연합당 남수정 후보 38.1% 득표, ‘예상 밖 선전’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일여다야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는 여당의 압승과 분열된 야당의 참패를 빚을 것이라고 예견되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과반수를 점하고 있던 여당은 제2당이 되었고 지리멸렬했던 제1야당은 제1당의 자리에 올랐다. 야권연대를 거부하고 마이웨이를 외친 신생정당은 호남을 석권했다. 아무리 죽을 쑤어도 집권 여당이 승리하는 그간의 선거 공식을 간단히 뒤집어 버린 이 결과 앞에서 패배한 정당은 당혹했고 승리한 정당들은 환호했다. 선거 결과가 전해주는 ‘민심’ 앞에서 모골이 송연했던 게 어찌 패자뿐이었을까. 20대 국회의 판도를 뒤엎어버린 이번 결과는 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이라는 사실을 분명하.. 2021.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