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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29

한국문학 최초의 노벨상 수상에 부쳐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노벨문학상’에 거는 딴지*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우선 한강 작가의 한국문학 최초의 노벨상 수상을 마음 깊이 축하해 마지않는다. 작가에 대한 선호와 무관하게 그가 노벨문학상의 견고한 성채를 무너뜨렸다는 건 모든 한국인이 함께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할 일이다. 한국인 최초이면서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사실도 뜻깊다. 그러나, 나는 최초 수상이라는 갈채에 흥분 속에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떠들썩한 뉴스를 소비하면서 우리가 간과해 버릴 수 있는 문학과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이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상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어떠한 학문적.. 2024. 10. 12.
일하며 자라는 아이들과 그들의 ‘인격적·성공적 성장’ 아이들이 일하면서 배우는 삶과 사회농사 안 짓는 집에서 자라며 일을 배우지 못한 유소년시절 나는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농사일을 해 본 적도, 그걸 배운 적도 없이 자랐다. 방앗간을 운영한 부모님께서는 따로 논밭을 마련하지 않으셨고, 당연히 농사도 따로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에 부모님께서는 가끔 아버지 친구분의 밭을 빌려 감자 농사를 짓거나, 두어 마지기의 벼농사를 지은 게 고작이었다. 그것도 아버지의 뜻이라기보다는 친구분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으니, 어린 아들에게 일을 시킬 계제도 아니었을 것이다. 잠깐이었지만, 소를 친 적이 있어서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에 나는 꼴망태를 메고 들로 나가 쇠풀을 베어오는 게 다였다. 그것도 일상적인 일이 아니라, 어쩌다 하는 일이어서 아버지에게 잠깐 낫으로 .. 2024. 9. 28.
한가위 풍경, ‘귀성(歸省)과 ‘귀향’ 사이 추석 명절, 귀성 없는 귀향기다릴 어버이 계시지 않는 고향 한가위가 가깝다. 예년과 달리 징검다리긴 하지만 거의 한 주를 쉴 수 있는 연휴라 그런지 은근히 들뜬 분위기가 느껴진다. ‘아니, 들뜬 건 내 마음인지 모르지’ 하고 중얼대다가 다시 고친다. 내게 들뜰 이유가 있어야 말이지. 돌아갈 고향이 있나, 반겨줄 어버이가 계시나……. 아, 참. 선생님은 고아시니까 그렇죠? 공연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날이 갈수록 명절이 오히려 쓸쓸해진다고 했더니 동료가 농을 건넸다. 그렇다. 어버이를 모두 잃었으니 나는 고풍스럽게 말하면 ‘고애자(孤哀子, 어버이를 모두 여읜 사람이 상중에 자기를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인 셈이다.  부모님뿐이 아니다. 내게 열아홉 살 연상의, ‘아버지 맞잡이’였던 맏형님도, 그 형수도 세.. 2024. 9. 17.
[카드 뉴스] 어떻게 이런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나? [카드 뉴스] 긴급분석 3일만에 오류 338건 발견! 어떻게 이런 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했나?민족문제연구소에서 집중분석한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한국학력평가원이 편찬한 고등학교 1, 2) 관련 보도자료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연구소 누리집에 게시하고, 민족문제연구소 후원회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이를 알려왔다. [관련 글 : ‘역사 교과서’, 첫 번째는 ‘비극’이었지만, 이번엔 ‘희극’이다]민족문제연구소 누리집에 있는 이 카드 뉴스를 가져와 공유한다. 이 어두운 시대에 ‘깨어 있는 시민’의 역할은 여전히 소중하다. [카드 뉴스 원문 바로가기] 2024. 9. 11.
‘역사 교과서’, 첫 번째는 ‘비극’이었지만, 이번엔 ‘희극’이다 다시 ‘뉴라이트’ 교과서, 거듭돼도 이번엔 ‘코미디’일 수밖에 없다윤석열 정부에서 ‘식민지근대화론’ 이념을 표방하는 보수 우익의 한 갈래인 뉴라이트(New Right) 계열의 인물들을 독립기념관과 ‘국사편찬위원회’까지 3대 역사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할 때부터 진작에 그 낌새를 알아챘어야 했다. 결국 현 정부와 코드를 맞춘 뉴라이트가 다시 벌이게 될 ‘역사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는 걸 말이다.  ‘역사 전쟁’은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김정인, )인데, 여기서 ‘과거’는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때부터 지금에 이르는 한국의 근·현대사다. 그 고갱이는 일제강점기에 대한 인식과 독립전쟁에 대한 관점이다. 일제에 대한 저항과 응전으로 일관한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와 일제에 협력(부역)하며 영화를 누린 친일 인사들.. 2024. 9. 8.
문 여는 대구간송미술관, 국보와 보물 40건 97점 선보인다 [전시] 대구간송미술관 개관 기념 전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여기 실은 사진은 대부분 직접 찍은 사진이다. 그러나 간간이 미술관 누리집이나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사진도 섞여 있다. 직접 찍은 사진은 선명도나 색채 등에서 한계가 있으나 직접 촬영한 이미지여서 아쉬운 대로 썼다. 만약 사진이 부실하다고 느낀다면 미술관 누리집에 가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훨씬 깨끗하고 보정된 사진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에 간송미술관이 문을 연다는 소식을 얼핏 들은 게 지난 설날 연휴에 대구미술관을 다녀오면서였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은 물론, 삼성의 리움미술관까지 들러보면서도 정작 간송미술관을 찾지 못한 것은 들를 때마다 미술관이 내부 수리 중이거나.. 2024. 9. 5.
홀치기, 7·80년대 농촌 부녀자들의 쏠쏠한 벌이였다 박정희 지시로 ‘특허 포기’한 발명자 유족의 손배소 승소가 소환한 7·80년대어제 날짜 에서 읽은 기사 하나로 까마득한 옛날을 떠올리며, 잠깐 회한에 젖었다. 법원이 박정희 정권 당시 정부의 불법 구금과 강요로 염색 기술 특허권을 포기해야 했던 발명가 유족에게 국가가 7억 3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뉴스다. [관련 기사 : 박정희 지시로 ‘홀치기’ 특허 포기…법원 “유족에 이자까지 23억 배상하라”]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재판장 이세라)는 특수염색 기법인 ‘홀치기’를 발명한 고 신 아무개 씨의 자녀 2명에게 국가가 총 7억 3천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는데, 이들이 받을 돈은 모두 23억 6천여만 원이다.  기사가 일깨운 70년대의  ‘홀치기’  신씨는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한 기.. 2024. 8. 26.
2024 총독의 소리 - 반도에서도 흔들리는 섬, ‘다케시마(竹島)’ 최인훈 연작 소설 ‘총독의 소리’ 오마주(4) 갑자기 불거진 ‘독도’ 논란*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총독의 소리>는 작가 최인훈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가상한 신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패전 후 지하로 들어간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유령 방송을 통해 반도의 재점령을 노리고 있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총독의 모습은 일련의 연설 속에 감춰져 있을 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의 행위가 없는 담화 상황만으로 짜인, 서사적 규범을 뛰어넘는 형태적 파격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인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작가의 작품 형식과 그 일부 내용을 빌려 2024년의 한국, 그리고 한일 관계 등을 다룬 올해 두.. 2024. 8. 25.
‘친일 부활절’이 된 79번째 ‘광복절’ 풍경 2제 광복절의 풍경 둘, ‘권력’과 ‘민심’2024년, 79번째 맞은 광복절은 집권 세력의 이해할 수 없는 역사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 인사의 여파와 함께 ‘정권의 방송’을 자처한 공영방송에서 방영한 어이없는 프로그램 등으로 말미암아 장삼이사 국민의 심화와 분노를 돋운 시간이었다. 해방 80년을 앞두고 역사가 느닷없이 퇴행하고 있다는 느낌은 시민들에게 열패감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뉴라이트의 발호로 ‘친일 부활절’이 된 79번째 광복절 대통령은 뉴라이트 인사를 독립기념관을 비롯한, 역사학계에서 꼽는 ‘3대 역사 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기관장에 골고루 포진시켰다. 그의 ‘이념전’ 강조 속 한중연 등 3대 기관 포함 8곳에 임명된 우편향 인사는 최소 21명, 이에 ‘역사 왜곡 .. 2024. 8. 18.
소설가 이윤기 문학비가 고향 마을 앞에 세워졌다 대구광역시 군위군 우보면 두북리 작가 출생지에 세운 ‘이윤기 문학비’*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어저께(8.14.) 의성의 벗에게 들렀다가 군위 출신의 소설가 고 이윤기(1947~2010) 작가를 기리는 문학비를 돌아보았다. 문학비가 세워진 군위 우보는 벗이 사는 의성군 금성면에서 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7월 1일부터 경상북도에서 대구광역시로 편입된 군위군 우보면 두북리가 작가의 고향이고, 마을 앞 소공원에 그의 문학비를 세운 게 지난 6월 28일이라고 한다. 이윤기 작가는 2010년 8월 27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었다. 향년 63. 노년이라고 할 것도 없는 초로에 너무 이르게 별세한 것이다. 마침 하루 전날인 8월 26일에는 천.. 2024. 8. 17.
아아, 광복, ‘한글’로 해방의 감격을 노래하다 1945년, 해방의 감격을 전하는 시와 시조, 노랫말, 그리고 산문“어머니! 이, 일본이 항복을 했다 합니다!” “뭐라 했느냐?” “일본이, 일본이 말예요, 항복을, 천황이 방송을 했다 합니다.” 서희는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이냐…….”  속삭이듯 물었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이때 나루터에서는 읍내 갔다가 나룻배에서 내린 장연학이 뚝길에서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모자와 두루마기는 어디다 벗어던졌는지 동 저고리 바람으로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 2024. 8. 15.
2024 총독의 소리 – ‘반도’에서의 ‘제국의 굴기’를 알립니다 최인훈 연작 소설 ‘총독의 소리’ 오마주(3) 국가 학술·보훈기관장에 뉴라이트 임명 총독의 소리>는 작가 최인훈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가상한 신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패전 후 지하로 들어간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유령 방송을 통해 반도의 재점령을 노리고 있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총독의 모습은 일련의 연설 속에 감춰져 있을 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의 행위가 없는 담화 상황만으로 짜인, 서사적 규범을 뛰어넘는 형태적 파격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인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작가의 작품 형식과 그 일부 내용을 빌려 2024년의 한국, 그리고 한일 관계 등을 다룬 올해 두 번째의 글이다. 글 가운데 원작을 인용한 부분의 글자는 붉은 색깔로 표시하였.. 2024. 8.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