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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349

6·2 지방선거(2010), ‘민심과 선택’ 지방선거일 아침은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았다. 임시 공휴일이어서 투표를 마치면 남아도는 시간이 쏠쏠하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우리 가족은 10시 반쯤에 인근의 투표소를 다녀왔다. 딸애 말마따나 ‘투표하지 않아도 도움이 될’ 노인들만 우글대고 있지 않은가 싶었는데 뜻밖에 투표소는 한산했다. 투표하러 온 유권자보다 작지 않은 공간에 종사자들 수가 훨씬 많았다. 한 번에 넉 장씩 두 차례나 투표지를 받아서 기표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이삼 분에 지나지 않았다. 기표소 안에서 투표용지를 펴 놓으니 기도 안 찼다. 정말 아무리 들여다봐도 찍을 만한 데가 없었다. 6·2 선거, ‘국민의 승리’ 우리 가족은 미리 합의한 대로 기초와 광역 자치단체 의회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지에만 여물게(!) 기표하는 거로 ‘민.. 2021. 6. 5.
도시 청년들, 시골 우체국 자리에 ‘퓨전 식당’을 열었다 경북 의성군 안사면, 인구 800명 시골에 식당 연 청년들 이야기 벼르던 의성군 안사면(安寺面)에 다녀왔다. 의성은 한때 도내에선 ‘대읍(大邑)’이었으나 소멸위험 1위의 기초단체로 떨어진 고장. 안사는 의성에서도 면세가 보잘것없는 동네인데, 거기 외지 청년이 음식점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였다. 의성군은 유소년 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이 가장 높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 대비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가장 작은 지방자치단체다. 이런 객관적 지표가 의성을 소멸위험 1위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의성군은 다양한 정책으로 맞섰다. 그 덕분일까. 지난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합계출산율이 1.76명을 기록해 경북 도내 1위를 차지했고, 귀농 인구 실적도 같은 등수를 기록했다. 의성군은 청년들의 .. 2021. 6. 3.
칠곡할매글꼴, 박물관에 소장되고, 공개글꼴로 ‘문화유산’이 되었다 문화유산 된 ‘칠곡할매글꼴’ 5종, 한글박물관에 표구로 소장되고 한컴오피스에도 탑재 경북 칠곡군에서 성인 문해교육으로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손글씨로 만든 글꼴 ‘칠곡할매서체 5종’이 나온 건 지난해 12월이었다. 깨친 한글로 쓴 시집 세 권에 이어 자신들이 ‘삐뚤빼뚤’ 쓴 손글씨가 서체가 되는 경이로운 체험은 그들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이들에게도 적지 않은 감동이었다(관련 기사 : 삐뚤빼뚤 칠곡할매들의 손글씨, ‘폰트’로 나왔다). 칠곡할매글꼴이 일상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당초에 이 소식을 전하면서 나는 칠곡군이 이 글꼴을 군 홍보 문구 표기와 칠곡 지역 특산물 포장 등에 쓰겠다고 하였으니 이 글꼴로 쓰인 ‘꿀벌 참외’나 ‘금남 오이’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썼다. 그러나 이후 거의 반년이 지났으.. 2021. 5. 28.
‘광복회’의 쇠고기 수입 관련 성명 지난 24일 한겨레 제4면 하단에 광복회의 통단 광고가 실렸다. ‘정부와 정치인 및 국민에게 드리는 성명서’다. 광복회는 ‘일제에 항거하며 조국광복에 이바지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으로 구성된 단체’다.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국민에게 드려야 하는 내용이 무엇인가 살폈더니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성명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된 광복회의 입장은 정부의 그것과 비슷하다. 광복회는 ‘한참 공부에 열중할 어린 학생들이 국론을 분열시키는 촛불 시위에 동원되는 것을 목도하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어 성명을 낸다고 밝히고 있다. 학생들의 임무는 ‘공부’에 그쳐야 하고, 그들을 또 ‘동원’되는 피동적 존재로만 바라보는 관점도 익숙하다. 이 문제가 ‘정부 관료들의 준비와 홍보 부족으로 .. 2021. 5. 27.
대학 VS 대학, 혹은 비켜줘 VS 부탁해! 변화,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우정 생각하기도 하지만 때로 받아들일 수 없는 변화도 적지 않다. 한때는 이른바 ‘민주화·애국 청년 학생 운동의 해방구’요, 우리 사회의 ‘양심과 정의의 근원’이기도 했던 대학과 그 주인공인 대학생들의 요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게 되씹는 생각이다. 흔히들 ‘운동권’이라 불리었던 학생들은 소수였지만, 대다수 학생의 암묵적 지지를 받았다. 함께 하지 못하는 대신 그들은 소수의 선택에 대한 동의로 자기들 마음의 빚을 덜었다. 오늘의 대학과 대학생들은 어떨까. 기득권의 논리와 관점을 당당하게 추인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양식을 바라보는 다수 학생의 침묵은 지지일까, 비판일까. 유례없는 청년실업의 시대에 취.. 2021. 5. 21.
[사진] 불법 사드 원천무효 제3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 소성리의 ‘오다 만 봄’ 어제(5월 13일)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서 ‘불법 사드 원천무효 제3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 행동 #사드 #멈춰’가 베풀어졌다. 5월의 두 번째 주말, 지역 주민과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8백여 명의 시민들은 ‘사드 배치 즉각 중단과 철회’에 힘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소성리 마을회관에서부터 진밭교 삼거리를 거쳐 평화 계곡의 가톨릭 피정의 집에 이르는 1.6㎞ 구간에서 ‘사드 부지 인간 띠 잇기’(오후 3시) 행사를 벌였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인간 띠를 이은 채 마을회관에서 전해오는 돌을 날라 골프장 진입로인 진밭교 삼거리에 모은 뒤 1.8m 높이의 ‘평화의 돌탑’을 쌓았다. 이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모인 중간에 한 차례 지나간 소나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3차 .. 2021. 5. 14.
병원 나들이, 의사와 환자(2) 진료비와 택시요금 기침을 시작한 지 한 달이 꼴깍 지나갔다. 정작 다른 어딘가가 아픈 건 아닌데 기침은 끈질겼다. 좀 나아지는가 하다가 다시 살짝 나빠지는 걸 되풀이하는 가운데 한 달을 넘긴 것이다. 목이 아파서 수업을 제대로 못 한 날이 4월 7일이었고, 오늘이 5월 14일이다. 꼭 한 달하고도 일주일이 지난 셈이다. 5월 5일 방송고 등교일 때 이웃 반 여학생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어느 병원에서 치료받았느냐고 물어 ‘아무개 이비인후과’에 다녔다고 하니까, 이 친절한 아주머니는 인근 동네의 ‘아무개 소아과’를 추천했다. 그녀는 전적으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확신을 힘주어 말했다. “그 병원은 안 듣고요, 거기 ‘아무개 소아과’에 가세요. 거기서 목감기를 잘 잡아요.” “소아과? 목감기인데?” “글쎄, 가보.. 2021. 5. 14.
주말 나들이, 시립미술관과 바닷가 카페 지난 주말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최악이었다. 그 전전날, 어버이날이라고 집에 온 아들이 제 누나와 의논하더니 8일에는 포항에 다녀오자고 했다. 포항 시립미술관 전시도 보고, 죽도시장에 가서 회도 먹고 오자는 것이었다. 코로나19로 전시 관람을 1시간에 40명으로 제한하고 있었는데, 사전 예약을 해놨다고 했다. 안동에 살 때 가족여행 삼아 해마다 영월의 동강국제사진제를 찾았었다. 아이들이 전시회를 즐겨 찾게 된 것은 그 이후부터인 듯하다. 그쪽에 남다른 소양이 있는 건 아닌데, 사진과 그림을 가리지 않는다. 요즘 전시회는 적지 않은 입장료를 받기도 한다. 나는 입장료를 내는 전시회에는 간 기억이 없는데, 아이들은 그 정도는 치러야 할 비용으로 여기는 것 같다. 아이들을 따라 전시회를 찾는 것은 2018년 ‘.. 2021. 5. 12.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노인들… 경북 청송군 부남면 중기리 반자골. 북쪽으로는 주왕산, 남쪽으로는 구암산, 동쪽으로는 포항의 내연산이 둘러싸고 있는 깊은 산골 마을. 10여 년 전만 해도 대여섯 집이 모여 살았으나 지금은 이윤우(78) 김남연(74) 노부부 한 쌍만 남아 있습니다. 스물둘에 재 너머 포항 죽장에서 시집온 꽃다운 새색시는 스물여섯 살가운 남편과 살며 딸 셋, 아들 하나를 두었으나 성장해 모두 도회지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노부부만 남아 5대째 반자골 고향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힘이 세어 소를 대신해 쟁기를 끄는 게 아닙니다. 소를 키우기에 힘도 들고 경운기가 올라오기에 길이 너무 외져 두 노인네가 옛날식으로 쟁기질을 해 밭을 갑니다. 할머니가 앞에서 끌고 할아버지가 뒤에서 쟁기를 잡지만 지치면 서로 바꿔서 밭을 갈기도 합.. 2021. 5. 9.
‘촛불 대선’, 보수 영남의 선택 조바심과 불안의 ‘근원’ 대통령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5월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 이름을 따 ‘장미대선’이란다. 그러나 사실은 지난 겨우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밝힌 촛불로 말미암아 치르게 된 선거이니 ‘촛불 대선’이 훨씬 제대로 된 이름이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결정 이후 두 달여의 시간이 꿈결같이 흘렀다. ‘꿈결같이’라고 쓴 까닭은 고작 두 달에 미치지 못하는 시간인데도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보내온 듯한 착시 때문이다. 국회의 탄핵 소추 의결과 헌재의 탄핵 심판 결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이를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지켜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드러난 사유만으로도 너끈히 이루어져야 마땅한 일이라고 확신하는 것과 실제 그것이 관철되는 것이 별개일 수 있다는 불안 탓이다. ‘상식’.. 2021. 5. 8.
어버이날, 부모 안의 ‘부처’를 생각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불효를 뉘우칠 때쯤엔 이미 어버이들은 세상을 버리셨기 마련이다. 늘 때늦은 후회와 회한으로 속을 저미는 게 자식들의 숙명이다. “나무가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이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않는다.[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는 오래된 글귀가 지적하는 게 그 어느 어름이다. 위로 어버이가 그렇다면 아래로 자식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들을 기르는 건 부모가 된 후의 일이니, 자식 기르기에 이골 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라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 어려서 이러저러하게 기를걸, 하고 무릎을 칠 때쯤엔 이미 아이들은 품 안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품 안의 ‘자식’과 품 밖의 ‘상전’ 속담은 ‘품 안의 자식’이라 그랬다. ‘.. 2021. 5. 7.
<오마이뉴스>는 뜨겁다 에 블로그를 열고 기사를 쓰기 시작한 지 옹근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드문드문 쓴 기사가 90편이 넘었고, 블로그에 올린 글은 모두 700편을 웃돈다. 이런저런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이웃들도 꽤 되고 가물에 콩 나듯 하지만 가끔 의 원고 청탁을 받기도 하니 시쳇말로 ‘자리를 잡았다’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요즘은 한결 나아졌지만 뭔가 쫓기듯 글을 쓰게 되는 것은 블로거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음 직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긴장감은 좀 느슨해지고 이래저래 게으름을 피우면서 글도 탄력을 잃고 느슨해졌다. 처음에는 신명으로 하던 ‘기사 쓰기’에 심드렁해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중언부언하는 글을 굳이 기사의 형식으로 내놓아야 하는가 하는 회의를 쉽게 가누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기사.. 2021.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