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529 4·3 일흔 돌(2018), ‘변방의 역사’에서 ‘우리의 역사’로 4·3 76돌이다. 76주년 공식 로고가 있나 싶어 찾아보니 없다. 총선이 임박해서만은 아니다. 4·3은 여전히 바다를 건너지 못하고 있는지 모른다. 오늘 현지에서 베풀어지는 추모식에는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이 참석한다고 한다. 지난해 보수정권 첫 ‘대통령 참석’이 무산된 이래, 올해도 대통령은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2022년에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제74주년 4·3추념식에 참석했었지만, 취임 후에는 9년 2개월 동안 4·3추념식을 찾지 않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답습한 것이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처음으로 4·3추념식에 참석해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한 뒤,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중 3차례에 걸쳐 추념식을 찾았다.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이 주목받는 이유는 4·3을 바라보는.. 2024. 4. 3. 국무총리가 보여준 ‘처세술 개론’, 3·15 기념식에서 ‘독재’ 대신 ‘원전’ 권력 의중 살피는 ‘처세’만 남은 ‘민주공화국’의 초상 에서는 ‘처세(處世)’를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감. 또는 그런 일. ≒ 처세상(處世上)”으로 풀이한다. 처세에서 파생한 말로 ‘처세관(處世觀)’, ‘처세도(處世道)’, ‘처세술(處世術)’, ‘처세훈(處世訓)’ 등도 별도 표제어로 실려 있다. ‘처세’의 ‘긍정·부정’적 의미 낱말 ‘처세’의 스펙트럼은 꽤 넓어서 때에 따라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이고, 부정적인 뜻으로도 쓰인다. 의 주인공 유비(劉備)를 일러 ‘능굴능신(能屈能伸)’의 귀재로 이를 때 이는, “상황에 따라 지혜롭게 굽히고 펼 줄 안다”는 뜻으로 읽힌다. ‘굽힘’을 무조건 ‘비굴’의 징표로 이해하는 것은 경직된 자세라는 뜻도 포함된 듯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처세’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는.. 2024. 3. 21. 2024, 총독의 소리 - ‘패전으로 형성된 질서 부인’의 한길로 최인훈 연작 소설 ‘총독의 소리’ 오마쥬 (2) 는 작가 최인훈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가상한 신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패전 후 지하로 들어간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유령 방송을 통해 반도의 재점령을 노리고 있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총독의 모습은 일련의 연설 속에 감춰져 있을 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의 행위가 없는 담화 상황만으로 짜인, 서사적 규범을 뛰어넘는 형태적 파격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인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작가의 작품 형식과 그 일부 내용을 빌려 2024년의 한국, 그리고 한일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글 가운데 원작을 인용한 부분의 글자는 붉은 색깔로 표시하였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조선총독부 지하부가 보내드리는 유령 .. 2024. 3. 17. 한국, ‘독재화’로 민주주의 뒷걸음질(민주주의 리포트 2024)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 “세계에서도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 중인 사례로 소개됐던 한국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014년 스테판 린드버그가 설립하여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ariety of Democracy, V-dem)가 공개한 연례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다. [관련 기사 : 국제연구보고서 “한국,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뒷걸음질”] 한국, 자유 민주주의 지수 순위 47위로 하락 한 마디로 회복세로 보이고 있던 한국의 민주주의 지표가 하락세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으로 구성된 ‘자유 민주주의 지수’에서 0... 2024. 3. 12. 2019년, 3·1운동과 임정 수립 100주년의 해에 기획 기사로 보는 3·1운동과 임정 수립 기획 ‘1919년판’ 뉴스 2019년의 첫날도 심상하게 맞았다. 아내가 새벽기도에 가는 기척이 일어나, 쓰던 글을 마무리하고 나서 현관 앞에 배달된 신문을 챙겼다. 거실 소파에 신문을 놓다 말고 나는 눈을 크게 떴다. 1면에 창간 때의 제호가 떡하니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가 제호를 되돌리나 하고 생각했는데 어라, 1면에 실린 활자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사라진 먹컷이 보이는가 하면 세로쓰기 개요도 달렸다. 백두산 천지의 밑그림 위에 목판체 한겨레 제호 옆에 ‘1919년판’이라고 적힌 먹컷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머리기사는 ‘신년사’다. 궁서체로 ‘기미년 밝았다, 온 강토를 광복의 기운으로’라는 제목에 세로쓰기 개요도 예사롭지 않다. “도탄에 빠진 민.. 2024. 3. 1. 시골 ‘이발 요금’은 왜 도시보다 더 비쌀까 시골 이발비 15,000원 유감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가끔 머리카락이나 손·발톱은 노화와 무관하게 자라는가 보다 싶을 때가 있다. 머리는 3주쯤 지나면, 손·발톱은 그보다 더 짧은 주기로 깎아주어야 해서다. 수염은 젊을 때보다 더 왕성하게 자란다. 군대 있을 때는 이발할 때 외에 수염을 깎아 본 기억이 없고, 제대하고 나서야 전기면도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전기면도기로 다스려도 될 만큼이어서 면도날을 쓸 일은 따로 없었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들면서 이틀에 한 번 깎는 거로도 감당이 안 되는 이유는 양도 많아졌지만, 하얗게 센 놈을 그냥 두면 갑자기 수년은 더 늙어 보이기 때문이다. 집 밖 나들이가 있으면, 수염부터 밀기 시작하게.. 2024. 2. 26. 다시 찾은 대구박물관, 바삐 둘러본 ‘조선 현판(懸板) 특별전’ [달구벌 나들이] ⑪ 대구박물관 특별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대구미술관에서 렘브란트 전을 보고, 바로 근처의 국립대구박물관에 들렀다. 2017년에 처음 들렀으니 거의 7년 만이다. 특별전으로 이 열리고 있다는 걸 일간지 기사를 보고 알았고, 들르겠다고 작정했으나, 결국 대구미술관에 오는 길에 곁들여 찾은 것이다. [관련 글 : 1994년에 연 국립대구박물관, 20년이 지나서 처음 들렀다] 현판에 담긴 역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현판을 “글자나 그림을 새겨 문 위나 벽에 다는 널조각. 흔히 절이나 누각, 사당, 정자 따위의 들어가는 문 위, 처마 아래에 걸어 놓는다.”로 풀이하고 있다. 박물관 누리집에서는 “조선의 건물에는 왕실과 민간에 이르기.. 2024. 2. 17. 명절 연휴 전시회 나들이, ‘렘브란트의 판화’로 눈 호강하다 [달구벌 나들이] ⑩ 대구미술관 해외교류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국내에서 한때 서울, 부산에 이은 세 번째 도시로 알려졌지만, 대구는 이미 인구 순위에서 인천에 3위를 내주었다. 2021년 6월 기준으로 인천은 290만을 넘겼지만, 대구는 230만 대에 그친 것이다. 좀 묵은 통계이긴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대구의 문화기반시설은 모두 74개로 서울 등 7대 도시의 4번째, 전국 13위의 최하위 수준이었다. [관련 기사 : (사설) 전국 최하위에다 구·군별 격차마저 심한 대구 문화시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1980년대만 해도 대구의 이른바 ‘문화 수준’은 하위권이라는 얘기가 자자했다. 대구에는 예술영화를 개봉해도 반응이 제일 미적지.. 2024. 2. 15. 일본의 ‘조선인 추도비’ 철거와 정부의 침묵 왜 윤 정부는 일본 앞에서는 ‘저자세’로 일관하는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국가를 운영한다. 따라서 그 운영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 대외적으로 국가의 품격과 정체성 등 이른바 ‘국익’을 위해서 행사되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출범 이래, 특히 일본과의 관계에서 유독 ‘국익’은 사실상 실종된 것으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용인 특히 일본 앞에서 대통령이 ‘껌뻑 죽으니’ 덩달아 외교부도, 국방부도 머리를 조아리는 장면을 열없이 지켜보기만 했던 국민의 인내심을 그예 임계점에 이른 듯하다. 시작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일종의 유체이.. 2024. 2. 5. 망가져 가는 공영방송 <KBS>, 반복되는 ‘퇴행의 데자뷔’ 과 가 전하는 근황 ‘수신료 분리 징수’ 문제에 관한 글을 쓸 때만 해도 현 정부가 공영방송의 ‘접수’(?)를 시작하지 않은 때였다. 제아무리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해도 최소한 절차적 정의를 지켜야 했으니, 정부가 미처 손을 쓰지 못한 상황이었였다. 잔뜩 뿔이 난 정부와 집권당이 이사회를 장악하지 않고도 KBS에 일격을 가할 수 있는 방책이 KBS의 안정적 돈줄을 죄어 버리는 ‘수신료’ 분리 징수였으니 권력은 그걸 ‘신의 한수’로 여겼을지 모르겠다. 내가 “‘수신료’ 분리 징수, ‘땡윤 뉴스’를 얻는 대신 ‘공영방송’을 잃는다”라고 쓴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꼼수를 따른다고 해서 당장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신료는 시청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요금이어.. 2024. 1. 5. 갑진(甲辰) 새해, 다시 ‘청룡(靑龍)’의 해에 2024, 갑진(甲辰)년 새해를 맞으며 더는 해의 ‘간지’를 달력에서 찾기는 어려운 시절이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1970년대가 그 상한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 시절에 시골에 가면 집집이 간지를 이마에다 커다랗게 써 붙인 한 장짜리 농협 달력이 붙어 있곤 했었다. 지금도 농촌에 가면 그림 없이 커다랗게 날짜를 박고 아래에도 일진까지 인쇄한 달력을 볼 수 있는 이유는 그게 농사를 짓거나 세시를 아는데 쓸모가 있어서다. 간지가 더는 쓰이지 않는 시절에 맞는 갑진년 그런데 요즘 나오는 달력은 탁상형이든, 벽걸이형이든 해의 간지 따위는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 없는 ‘신식’ 물건이다. 이제 시골에도 굳이 일진 따위가 인쇄한 달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일까. 하긴 해마다 책력(冊曆)을 사서 보곤 했던 토정비결을.. 2024. 1. 1. 자선의 계절, ‘구세군’과 ‘자선냄비’ 구세군, 전국 353개 지역서 ‘자선냄비’ 모금 날이 갈수록 시간 감각이 굼뜨다. 어느새 12월, 세밑이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어저께 시내에 나갔다가 처음 구세군(救世軍) 자선냄비를 보았다. 날씨는 그리 차지 않았는데도 자선냄비 주변은 썰렁해 보였다. 사람들은 제 갈 길을 가느라 종종걸음을 했다. 구세군 대한본영에서는 지난 11월 29일 광화문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시종식’을 열고 전국 353개 지역에서 자선냄비 모금을 시작했다. 어느 때부턴가 구세군 자선냄비는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연말 시즌의 상징이 되었는데, 이 땅에서만 그 역사가 82년이다. 내가 구세군을 처음 만난 건 고등학교 시절이다. 고종사촌 동생과 함께 지내던 대명동의 자췻집에서 꽤 긴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높다란 축대 위에 외벽에 콜타르를 .. 2023. 12. 31. 이전 1 2 3 4 5 6 7 ··· 4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