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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은 ‘경신’하고 면허는 ‘갱신’한다

by 낮달2018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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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글자인데 어떤 때는 ‘경’으로 어떤 때는 ‘갱’으로 읽는다

▲ '경신'을 '갱신'으로 잘못 쓴 예. 기록을 깨뜨린다고 할 때는 '경신'으로 써야 한다.

기록은 ‘경신’하고 면허는 ‘갱신’한다

 

한자 ‘更’의 독음은 두 가지로 각각 ‘경’과 ‘갱’으로 읽는다. 그래서 ‘경신’과 ‘갱신’은 한자 표기가 ‘更新’으로 같은 데다가 뜻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 헷갈릴 때가 많다. ‘경’으로 읽을 때의 뜻은 ‘고치다’이고, ‘갱’으로 읽을 때의 뜻은 ‘다시’다.

 

‘올림픽 기록 경신’, ‘개인 최고 기록 경신’처럼 ‘경신’은 “기록경기 따위에서, 종전의 기록을 깨뜨림. 이미 있는 제도나 기구 따위를 고쳐서 새롭게 함.”이라는 뜻이다. ‘갱신’은 “법률관계의 존속 기간이 끝났을 때 그 기간을 연장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계약 갱신’, ‘면허 갱신’, ‘여권 갱신’처럼 쓴다.

‘고치다’는 뜻이 있어서 ‘경’은 ‘갑오경장’의 ‘경장(更張)’으로도 쓴다. 경장의 사전적 의미는 “고쳐서 확장함. 정치적·사회적으로 묵은 제도를 개혁하여 새롭게 함.”이다.

 

‘경’은 또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바꿈.”의 뜻인 ‘경질(更迭)’로도 쓴다. ‘총리 경질’, ‘감독 경질’ 등으로 언론 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바르게 고침. 납세 의무자의 신고가 없거나 신고액이 너무 적을 때에 정부가 과세 표준과 과세액을 변경하는 일.”을 뜻하는 ‘경정(更正)’도 더러 쓰인다. 기관이나 단체에서 흔히 쓰는 ‘추경(追更)’에서 ‘경’이 이 ‘경정’의 줄임말이다.

 

또 전통 시간 개념으로 ‘하룻밤을 다섯으로 나눈 시각’을 말할 때도 이 ‘경’을 쓴다. 초경, 이경, 삼경…… 등이 그것이다.

 

‘갱’의 쓰임새

 

‘갱’은 ‘경’보다는 쓰임새가 조금 적다. “거의 죽을 지경에서 다시 살아남. 생활 태도나 정신이 본래의 바람직한 상태로 되돌아감.”의 뜻으로 쓰는 ‘갱생(更生)’, “사람이 나이가 들어 몸의 기능에 장애가 나타나는 시기”를 뜻하는 ‘갱년기(更年期)’ 등에서 쓰인다.

 

뜻과는 무관하게 “지면이 좀 거칠고 품질이 낮은 종이”인 ‘갱지(更紙)’도 있다. 주로 신문지나 시험지로 쓰이는 이 종이는 ‘다시 쓰는 종이’ 즉, 재활용 종이다. 목재를 짓찧어서 만든 펄프에다 30∼40% 미만의 화학펄프를 섞어서 뜬 최하급 인쇄용지를 말한다.

 

1970년대의 병영에선 휴지 대신 ‘새마을지’라 하여 한쪽 면만 매끄러운 낮은 품질의 종이를 보급했다. 우린 그걸 화장실에서 뒤지로 썼는데 그것도 일종의 갱지였다.

 

 

2018. 1. 2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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