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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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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는 ‘매기고’ 앞소리는 ‘메긴다’

by 낮달2018 2021. 3. 22.

벌점을 ‘메기다’?

 

요즘은 인터넷 신문에서도 심심찮게 맞춤법에 어긋난 기사를 만날 수 있다. 이 오류는 ‘종이 신문’의 인터넷판에선 드물고 주로 인터넷 신문에서 잦다. 워낙 우후죽순처럼 생긴 매체가 많아서일까. 날이 갈수록 눈에 밟히는 경우가 늘어나는 듯하다.

 

연륜도 지긋하고 꽤 일반에 알려진 매체에서도 비슷한 잘못이 되풀이되는 걸 보면 입맛이 쓰다. 두어 차례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쪽지를 보냈는데도 그걸 고치지 않는 걸 보고 손을 놓아 버렸다. 잘못을 알려주면 금방 반영을 하는 매체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이른바 ‘지적질’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궁량으로 무슨 기사를 쓰는가 싶기도 하다.

 

오늘 아침에 어떤 종이 신문에서 ‘매기다’라고 써야 할 자리에 ‘메기다’를 쓴 걸 보았다. 나중에라도 바로잡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후에도 그대로다. 방송에 비겨 신문 쪽에 오류가 적은 것은 ‘교열’이라는 거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여겼는데 요즘 여기도 구멍이 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중들은 모음 ‘ㅐ’와 ‘ㅔ’에서 자주 헛갈린다. ‘때다:떼다’에서, ‘매다:메다’에서 헛갈린다. ‘군불’은 ‘때고’ ‘천자문’은 ‘뗀다’. ‘넥타이’는 ‘매고’ ‘지게’는 ‘메’는 것이다. [관련 글 : 군불은 ‘때고’ 책은 ‘뗀다’]

 

‘매기다’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물의 값이나 등수 따위를 정하다’는 뜻과 ‘일정한 숫자나 표지를 적어 넣다.’는 뜻의 다의어다. (<표준국어대사전>) ‘값’과 ‘등급’, ‘등수’를 매기는 게 앞엣것, ‘번호’를 매기는 것은 뒤엣것이다.

 

시험을 치른 뒤 채점하는 것을 일러 보통 ‘시험지를 매기다’와 같은 형식으로 쓴다. 이 경우의 뜻은 물론 ‘점수를 매기다’의 뜻이다.

 

‘메기다’는 동음이의어 두 개로 나뉜다. ‘메기다01’은 ‘두 편이 노래를 주고받고 할 때 한편이 먼저 부르다.’는 뜻과 ‘둘이 톱을 마주 잡고 톱질을 할 때에 한 사람이 톱을 밀어주다.’는 뜻의 다의어다. 앞의 용례는 ‘앞소리를 메기다’처럼 쓴다.

 

한 사람의 선소리꾼이 소리를 메기면 여러 사람이 후렴을 받아서 노래하는 방식이 선후창이고 이를 '메기고 받는 형식'이라고도 한다. ‘앞소리 메기기’는 민요의 일반적 가창 방식인 선후창(先後唱)에서 ‘선창’에 해당하는 것이다.

 

뒤의 뜻은 <흥부가>에서 흥부 내외가 톱질할 때나 쓰인 말, 실제로 일상에서 잘 쓰이지 않는다. 요즘 어디에 마주 잡고 톱질하는 일이 있는가 말이다.

 

‘메기다02’는 ‘화살을 시위에 물리다’는 뜻과 ‘윷놀이에서, 말을 마지막 밭에까지 옮기어 놓다.’는 뜻으로 나뉜다. 앞의 말은 역시 잘 쓰이지 않고 뒤엣것은 명절날 윷놀이할 때 더러 쓰인다. 경상도에서는 대체로 ‘먹이다’의 사투리 형식인 ‘믹이다’로 쓴다.

 

‘어디에다’를 줄이면 ‘얻다’가 된다!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으로 나뉜 낱말 쓰기가 헛갈리는 것은 자주 그 낱말을 써 보지 않아서다. 입으로 말하는 것과 달리 써서 익히는 게 중요한 이유다. 초등학교 한글을 익힐 때 하는 받아쓰기 학습의 효용이 여기에 있다.

 

어제 텔레비전 방송의 ‘우리말 겨루기’에서 나온 문제, ‘어디에다’의 줄임말을 풀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따’인지, ‘엇다’인지 헛갈렸는데 답은 ‘얻다’였다. 표준말 ‘얻다’는 정말로 내가 한 번도 글로 써 보지 않은 말이었다.

 

2017. 12. 2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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