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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미디어 리포트

‘조반마’의 정당성은 <조선>이 입증한다?

by 낮달2018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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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반마(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

 

여덟 번째 ‘조반마’(조선일보 반대 마라톤대회)가 옥천에서 열린다. 원래 조반마는 조춘마(조선일보 춘천 마라톤대회)에 대응해 춘천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춘천에서 열린 조반마에 나는 두어 번인가 참여할 기회가 있긴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나는 거기 가지 못했다. 다만 거길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조반마 소식을 간간이 전해 들었을 뿐이다.

 

최근 몇 년간 나는 아예 ‘조반마’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번 조반마 소식을 어떤 경로 듣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침 마라톤을 하는 동료 교사가 거기 참석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니 은근히 마음이 동하기 시작한다. <조선일보 반대 옥천 마라톤대회> 누리집에 가 보았다.

 

‘만원의 기적’ 혹은 언론 주권의 회복

 

‘만원의 기적’이라는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그 내용은 재정적 어려움으로 올해는 춘천 마라톤대회가 열리지 못한다면서 이번 옥천대회도 다른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개최하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숙소와 마라톤대회 운영비용이 만만찮으니 정성을 모아달라는 얘기다.

 

포스터에 신문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의 모습 위에 떠 있는 것은 나치 독일을 비판하는 정치적 저항 수단으로 포토몽타주를 사용한 독일 태생의 다다이스트 존 하트필드의 어록이다. 그렇다. 얼굴을 덮은 신문은 진실을 은폐하고 허위와 기만을 부추기는 부르주아의 그것이다.

 

“부르주아 신문을 읽으면 누구나 바보가 된다. 바보로 만드는 눈가리개들을 치워 버려라!(1932)”

 

‘조반마’의 정당성은 <조선일보>가 입증?

▲ 악의적 오보라고 할 수밖에 없는 10월 12일 자 머리기사. ⓒ <조선일보> PDF

오늘 자 <조선일보> 머리기사로 보도된 ‘성범죄 교사 전근도 막는 전교조’라는 기사는 다분히 악의적인 오보인 듯하다. 전교조 강원지부가 강원교육청에 제출한 단협 요구안에 있는 ‘문제의 조항’은 순전히 ‘비문법적 표현’이 수정되지 않은 실수였다고 한다. 그런데도 <조선>은 이를 확정적인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기사 바로 가기]

▲ 원안의 취지가 비문법적 표현으로 바뀐 문제 조항. '비정기 전보 인사'가 빠졌다.

전화 한 통 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인데도 그걸 간단히 생략한 것은 <조선>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길 원했기 때문일 터이다. 불과 한두 시간 안에 진실이 드러날 일인데도 확인 절차 없이 이를 머리기사로 보도한 것의 저의는 뻔하지 않은가. 이른바 전형적인 ‘치고 빠지는’ 교활하고, 저열한 수법이다.

 

교육의 공적인 ‘전교조’에 한 방 먹였다고 그들은 기뻐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잃는 것은 독자와 시민들의 상식과 믿음이고, 얻는 것은 ‘반언론’, ‘반지성’의 불명예일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데 그들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은 그들이 ‘정론직필’의 반대편에 있는 이른바 ‘전단지(찌라시) 언론’이라는 사실일 뿐이다.

 

조중동의 ‘종편 저지’도 목표

 

올 조반마의 목표는 하나 더 늘었다. ‘조중동의 종편 진출 저지’다. 어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종편에 황금채널을 배정하겠다는 속내를 밝혔다고 한다. 바야흐로 그들만의 세상이 온 것처럼 착각할지 모르지만, 역사는 깨어 있는 독자의 힘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는 걸 그들은 알기나 할까.

 

일단 ‘만원의 기적’에 동참하고, 남은 시간 동안 옥천행을 고민해 보기로 한다.

▲ 민족문제연구소 열린마당에서 길어옴

 

2010. 10. 12. 낮달

 


* 조반마는 2010년 이후 사실상 명맥이 끊어진 듯하다. 무엇보다 ‘안티조선 운동’이 10여 년간 언론 운동을 이끌었지만, 결정적으로 대항 매체도 길러내지 못하면서 더는 운동을 이어가기 힘들었던 탓이었던 듯하다.(관련 기사 참조)

 

옥천의 조반마 목표 가운데 하나였던 ‘종편 저지’도 결국 실패했다. 이들 보수 매체를 보수 세력의 프로파간다로 여겼던 이명박 정권의 집요한 지원에 힘입어 2011년 <TV조선>을 비롯하여 <채널에이(A)>(동아), <엠비엔(MBN)>(매경)<제이티비시(JTBC)>(중앙) 등이 종합편성 채널로 문을 열었다.

 

한동안 고전했던 이들 종편은 진보-보수의 대립이 격화되는 정국이 이어지면서 자극적이면서 사안을 서슴지 않고 왜곡하는 극우 정치평론가들을 출연시켜 보수 유권자들의 ‘확증편향’에 소구하면서 서서히 안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1년 현재, <TV조선>은 이태째 이어진 기획 방송 ‘트롯’ 방송으로 엄청난 흑자를 올리면서 부동의 지위를 확보했다. 한때 <JTBC>의 손석희 뉴스룸이 진보적이고 객관적인 뉴스를 송출하며 방송 언론의 지형을 흔들었지만, 지금 <TV조선>의 뉴스도 선두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종편은 오늘날 보수·극우 언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202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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