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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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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광복, ‘한글’로 해방의 감격을 노래하다 1945년, 해방의 감격을 전하는 시와 시조, 노랫말, 그리고 산문 “어머니! 이, 일본이 항복을 했다 합니다!” “뭐라 했느냐?” “일본이, 일본이 말예요, 항복을, 천황이 방송을 했다 합니다.” 서희는 해당화 가지를 휘어잡았다. 그리고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이냐…….” 속삭이듯 물었다. 그 순간 서희는 자신을 휘감은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다음 순간 모녀는 부둥켜안았다. 이때 나루터에서는 읍내 갔다가 나룻배에서 내린 장연학이 뚝길에서 만세를 부르고 춤을 추며 걷고 있었다. 모자와 두루마기는 어디다 벗어던졌는지 동 저고리 바람으로 “만세! 우리나라 만세! 아아 독립 만세! 사람들아! 만세다!” 외치고 외치며, 춤을 추고, 두 팔을 번쩍번쩍 쳐들며, 눈물을 흘리다가.. 2023. 8. 15.
“사법연수원 수료 후 교도소 행을 택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되어야 한다 14일 아침 에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한 예비법조인의 ‘양심적 병역 거부’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 기사 바로가기).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올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백종건(26) 씨는 판검사와 변호사, 군법무관 등으로 나간 연수원 동기들과 달리 ‘교도소행’을 택했다. 법무사관 후보생 입대일이던 지난 10일, 백씨는 입대하는 대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것이다. 그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총을 들지 않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이다. 그는 특별한 상황의 변화가 없는 한, 재판을 거쳐 감옥으로 가야 한다. “병역법 위반으로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받게 되면 ‘법조인 백종건’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판검사 임용은 물론 변호사 등록도 출소한 뒤 .. 2023. 8. 13.
‘맨발 걷기’, 혹은 ‘접지(earthing)’를 시작하다 [맨발 걷기] ① 맨발로 걷기, 입문 열흘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보름 전쯤, 아내와 함께 아침 운동을 다녀오는 길, 동네의 초등학교 옆을 지날 때였다. 운동장 안에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이들은 반쯤은 맨발이었다. 교문 안쪽으로 들어서니 운동장 가녘에 “맨발로 느끼는 땅의 속삭임”이라는 제목 아래 ‘맨발 걷기의 이로운 점’, ‘맨발 걷기장 이용 방법’ 따위가 적힌 안내판이 서 있었다. 2019년 1월, 모임에서 수십 년 만에 만난 후배 여교사로부터 맨발 걷기를 권유받았는데, 나는 그냥 그런가 하고 받아넘기고 말았다. ‘맨발 걷기’는 이름만 들어본 게 고작이라 나는 그게 달리기나 등산 같은 운동 방법일 거라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2023. 8. 12.
“구슬을 큰 못에 담아 둔 것 같은” 호수 ‘영랑호’와 범바위 [2023 여름 여행] ② 속초의 석호 영랑호(속초시 장사동·금호동·영랑동, 2023.7.27.)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칠성조선소에 이어 우리는 영랑호(永郎湖)를 찾았다. 7년 전에는 설악산 권금성에 올랐다가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아침에 들른 곳이다. 영랑호는 신라의 화랑들이 수련했다는 동해안 대표적인 석호(潟湖)다. 석호는 바다와 민물이 만든 자연 호수, 즉 바다가 가로막혀 생긴 호수로 물길로 동해와 이어진다. [관련 글 : 케이블카와 권금성, 다시 만난 설악] 신라시대의 화랑인 영랑(永郎)·술랑(述郎)·남랑(南郎)·안상(安祥) 등은 사선랑(四仙郞), 또는 ‘선인(仙人)’으로 불린다. 이들에 대해서는 (1215)에서 “신라 역대의 화랑도 가.. 2023. 8. 11.
‘수신료’ 분리 징수, ‘땡윤 뉴스’를 얻는 대신 ‘공영방송’을 잃는다 정부가 또다른 ‘땡전 뉴스’를 원하면 국민은 ‘공영방송’을 잃는다 TV 수신료 분리 납부 신청 접수 안내 아파트 1층 현관과 승강기 벽에 관리사무소의 ‘TV 수신료 분리 징수 신청서 접수 안내’ 공고가 붙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한전에서 개별세대 TV 수신료 분리 납부 신청서가 제공되어 관리사무소에서 이 신청을 받는다는 안내다.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KBS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고 이에 따라 12일부터 텔레비전 수신료와 전기요금을 분리해서 납부할 수 있게 됨에 따른 조치다. 분리 납부를 희망하는 세대는 관리사무소에 와서 자필로 신청서를 작성해 주면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를 취합하여 한전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 1994년부터 30여 년 동안 전기요금과 함께.. 2023. 8. 10.
통일신라시대 폐사지를 지켜온 정혜사지 13층석탑 국보 경주 정혜사지(淨惠寺址) 십삼층석탑(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1654번지)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지난 7월 20일 오후, 옥산서원을 들른 길에 정혜사지(淨惠寺址) 십삼층석탑을 찾았다.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은 옥산서원을 지나 독락당(獨樂堂)의 북쪽 700m쯤 되는 곳에 홀로 서 있다. 일대의 경작지에는 기왓장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데 이는 이곳이 과거 정혜사의 중심 영역이었음을 시사한다. 정혜사지에는 현재 13층 석탑 하나만 남아 옛 절집의 범위와 규모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옥산 동쪽 기슭에 자계천(옥산천)을 따라 지형이 남북으로 기다란 것으로 볼 때 절집은 남향으로 들어서 있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비록 관련 정보가 많지는 않지만, .. 2023. 8. 9.
[오늘] 독립군과 국민혁명군으로 일본과 싸웠던 김홍일 장군 떠나다 [역사 공부 ‘오늘’] 1980년 8월 8일,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싸운 김홍일 장군 서거 1980년 8월 8일, 중국군 제19사단장 대리와 광복군 참모장으로 한국과 중국을 넘나들며 일본과 싸웠던 일서(逸曙) 김홍일(金弘壹, 1898~1980) 장군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일찍이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조선의용군 부사령관으로, 장제스의 국민혁명군으로 일본과 싸웠고 뒷날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참모장을 역임했던 이였다. 향년 82세. 해방된 조국에 돌아온 그는 군 역사상 처음으로 장군(준장)으로 임관하여 육군사관학교장을 맡았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시흥지구 전투사령관으로 한강 선에서 밀려오는 적을 1주일간 방어하고 육군 제1군단장으로 평택지구에서 포항 탈환 작전에 이르기까지 세운 전공으로 태극무공훈장을.. 2023. 8. 8.
⑬ 입추(立秋), 어쨌든 여름은 막바지로 달려가고 가을의 첫 절기 입추(立秋) 지난해의 끔찍한 더위를 떠올리는 이에게 올여름은 양반이다. 글쎄, 견디기 힘들 만큼 더웠던 날이 있었나 싶기 때문이다. 6월 초순에 뜬금없이 온도가 예년보다 높았지만 그걸 더위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더위는 낮도 그렇지만 열대야가 이어질 때 잠을 설치게 하는 게 제일 힘이 든다. 그런데 그간 열대야라고 한 날이 며칠 있었지만, 지난해같이 끔찍하지는 않았다. 새벽녘에 이불 속으로 기어들게 하는 날도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틀 전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한낮 기온이 35도에 육박하고, 자정까지 28, 29도를 오르내리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 기분 나쁜 온도와 습기는 숙면을 불가능하게 한다. 자긴 하는데, 어쩐지 반쯤을 깨어 있는 상태가 이어지는, 한마디.. 2023. 8. 7.
[세계유산–한국의 서원] ⑨ 옥산서원의 장서 관리, 국보1, 보물 7점을 남겼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 옥산서원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9개 서원 가운데 옥산서원(玉山書院)을 마지막으로 찾게 된 데 다른 이유는 없다. 서원이 승용차로 두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도내에 있어서만은 아니다. 옥산서원은 아마 내가 난생처음 들른 서원이었을 것인데, 그때 나는 스물아홉, 서원 근처의 여학교에 초임 발령을 받았고, 거기서 열일곱 살 여자애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40년 전 인연 맺은 소읍, 그리고 옥산서원 4년간 거기 근무하면서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옥산서원에 소풍을 갔을 것이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옥산서원과 독락당이라면 인근 흥덕왕릉과 마찬가지로 읍내의 초중고생들이 지겹게 다닌 소풍지였기 .. 2023. 8. 7.
[오늘] 허준, <동의보감(東醫寶鑑)> 25권 완성하다 [역사 공부 ‘오늘’] 1610년 8월 6일, 허준 의서 완성 1610년(광해군 2년) 8월 6일(음력, 양력으로 9월 22일), 민족 의학을 정립시키는 대역사(大役事)에 매진해 온 허준(許浚, 1546∼1615)이 마침내 25권에 이르는 방대한 의서를 완성하였다. 왕명으로 한나라 때에 체계화된 한의학을 중심으로 동방 의학을 집대성하고자 한 저술에 착수한 지 14년 만이었다. 애당초 이 책은 1596년 선조의 왕명으로 내의원(內醫院)에 편찬국을 두고 허준을 비롯하여 어의(御醫) 양예수, 이명원, 김응탁, 정예남 등과 민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유의(儒醫) 정작 등 5인이 공동으로 편찬 작업에 참여했다. 양예수는 당대의 신의(神醫)로 평가받은 어의였고, 정작은 민간의 도교적 양생술의 대가였다. 이들은 초.. 2023. 8. 6.
[오늘] 미국 다뉴바의 한인 여성들, ‘대한여자애국단’ 조직하다 [역사 공부 ‘오늘’] 1919년 8월 5일, 여성 독립운동단체 ‘대한여자애국단’ 조직 1919년 오늘(8월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다뉴바(Dinuba)시에서 “가정의 일용품을 절약하여 독립운동 후원금을 마련하여 국내 동포의 구제사업에 노력하며, 일화(日貨)를 배척하고 부인들에게 독립사상을 고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여성 독립운동단체 ‘대한여자애국단’이 조직되었다. 다뉴바 지역은 1903년 하와이 사탕 농장 노동자로 처음 미국에 상륙한 이래 본토에 정착한 한인들의 중심지가 되었던 곳이었다. 3·1운동이 일어났을 때 다뉴바의 한인들은 일본 상품배척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경찰원으로 이를 단속하게 할 만큼 남다른 민족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한인 여성들, 다뉴바에서 '애국단'을 조직하다 다뉴바 지역의 부인.. 2023. 8. 5.
[오늘] 1920년대식 ‘애정 증명’? 김우진과 윤심덕, 대한해협에서 지다 [역사 공부 ‘오늘’] 1926년 8월 4일, 부관연락선에서 동반 투신 김우진과 윤심덕, 대한해협에서 정사 1926년 오늘(8월 4일) 새벽 4시, 일본 시모노세키(下關)발 부산행 관부(關釜)연락선[관련 글 : 1905년 오늘, 부관연락선 이키마루, 현해탄을 잇다] 도쿠주마루(德壽丸)가 쓰시마(對馬島) 섬을 지날 무렵이었다. 순찰 급사가 일등객실에 승선했던 남녀 승객 두 명의 실종을 선장에게 보고했다. 배는 항로를 거슬러 오르며 수색을 거듭했지만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실종자가 남긴 것은 “미안하지만 짐을 집으로 보내 주시오”라 쓰인 객실의 메모 한 장뿐이었다. 항해 중인 여객선에서 사라진 두 사람이 갈 곳은 바다밖에 없었다. 그들은 이른바 ‘현해탄(玄海灘)’이라 불리는 대한해협의 어두운 심해로 뛰어든.. 2023.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