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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 혹은 ‘접지(earthing)’를 시작하다

by 낮달2018 202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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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걷기] ① 맨발로 걷기, 입문 열흘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4년 전 동료 교사로부터 권유 받았던 맨발 걷기. 잊어버리고 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접지'를 시작하게 되었다.

보름 전쯤, 아내와 함께 아침 운동을 다녀오는 길, 동네의 초등학교 옆을 지날 때였다. 운동장 안에 트랙을 도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이들은 반쯤은 맨발이었다. 교문 안쪽으로 들어서니 운동장 가녘에 “맨발로 느끼는 땅의 속삭임”이라는 제목 아래 ‘맨발 걷기의 이로운 점’, ‘맨발 걷기장 이용 방법’ 따위가 적힌 안내판이 서 있었다.

 

2019년 1월, 모임에서 수십 년 만에 만난 후배 여교사로부터 맨발 걷기를 권유받았는데, 나는 그냥 그런가 하고 받아넘기고 말았다. ‘맨발 걷기’는 이름만 들어본 게 고작이라 나는 그게 달리기나 등산 같은 운동 방법일 거라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나는 맨발 걷기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4년을 보냈다.

 

나는 별 의심 없이 ‘맨발 걷기나 한번 해 볼까’ 하고 생각했고, 이틀 후 가맛골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30분쯤 운동장 트랙(일반 육상 트랙이 아니라, 운동장 가장자리에 1.5미터 폭으로 조성해 놓은 직사각형의 맨발 걷기장)을 돌았다. 맨발 걷기장은 교사(校舍) 쪽과 교문 쪽은 모래땅 그대로되, 그 반대쪽인 학교 담장 쪽의 두 변엔 황토를 깔아놓은 길이었다.

▲ 교문을 들어서면 나타나는 '맨발 걷기' 안내판
▲ 학교 후문 쪽에서 바라본 맨발 걷기장. 좌우의 목재로 경계를 표시해 놓은 바깥쪽이 걷기길이다.

트랙은 200m 남짓한 길이로, 12~13바퀴쯤 돌면 2.5km쯤 걷는 것으로 환산되었다. 맨발 걷기는 7월 29일 시작하여, 하루를 쉬고 어제까지 열하루째다. 처음 며칠은 30분쯤 걷고, 이를 40분, 50분, 그리고 한 시간으로 늘렸고, 온전히 한 시간을 걸은 건 그저께와 어제 이틀뿐이었다.

 

입문의 열흘의 소회

 

집에서 초등학교까지 가는데 평균 10분쯤 걸리니까 왕복 20분에다 맨발로 1시간을 걸으니 걷는 시간은 80분쯤이고, 내 스마트폰의 만보기 앱은 평균 8천5백~9천 보를 걸었다고 표시해 준다. 이는 7천 보 전후에 그치는 제일 긴 코스로 가맛골을 다녀오는 것보다 운동량이 많다.

 

인터넷으로 맨발 걷기를 검색하여 ‘맨발 걷기 국민운동본부’가 있다는 것도, 그 운동을 이끌어가는 박동창 회장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박 회장은 저서 <맨발로 걸어라>로 ‘맨발 걷기를 통한 각종 현대 문명병 치유의 비밀’을 널리 알리고 있는데, 그 요체는 맨발 걷기가 천연의 ‘항산화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활성산소를 없애는 맨발 걷기의 ‘항산화 효과’

 

숨쉬기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산소는 그 연소 과정에서 ‘활성산소’라는 부산물을 생성한다. 미토콘드리아는 몸속에 들어온 영양분과 산소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생성되는 것이다. 활성산소는 적당하게 있으면, 세포가 건강한 생명 활동을 할 수 있게 성장하고 분화를 돕지만, 너무 많으면 세포를 죽이는 독성 물질, 생명체를 괴사시키는 작용, 즉 산화 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활성산소와 관련된 질환은 암, 폐기종, 천식, 고혈압, 알레르기, 망막증, 동맥경화, 동맥염, 노화, 간경변증, 백내장, 황반퇴화 등이다. 활성산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항산화물질인 비타민E, 비타민C, 요산, 빌리루빈, 글루타싸이온, 카로틴 등이 있고, 이런 항산화물질을 자연적인 방법으로 섭취했을 때 효과적이다.

▲ 황톳길로 만들어진 맨발 걷기장. 직사각형의 네 변 중 두 변만 황토길. 비가 와서 젖은 황톳길이 뚜렷하다.

보통 산소는 안정된 분자 상태이지만, 활성산소는 여기에 전자들이 더 붙은 상태다. 활성산소의 짝을 잃은 전자에 새로운 짝인 전자, 즉, 자유전자를 공급해 주어 활성산소의 과잉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막는 문제가 바로 우리가 ‘질병의 고통 없는 건강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관건이 된다.

 

맨발 걷기로 활성산소를 중화시키는 접지이론

 

그러나 음식물 등으로 섭취하는 항산화물질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과잉된 활성산소는 암과 고혈압, 고혈당은 물론 치명적인 심혈관질환, 치매, 알츠하이머 등 수많은 질병으로 인류의 삶을 괴롭힌다. 그런데, 맨발 걷기를 하면, 땅속으로부터 자유전자가 몸속으로 유입되고, 이 자유전자가 활성산소와 결합하여 중화되면서 천연의 항산화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 있는 활성산소는 양(+)의 전하를 띠고, 땅에는 음(-)의 전하를 띤 자유전자가 있는데, 맨발 걷기를 하면 땅에 있는 자유전자를 받아 활성산소가 중화된다는 것이 이른바 ‘접지(接地:earthing)’ 이론이다. 이 접지 이론은 ‘자연의 지압 이론’, 발바닥 아치와 발가락 이론과 함께 맨발 걷기의 이론적 기반이다.

▲ 맨발로 걸으면 활성산소를 중화시킨다는 맨발 걷기는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걷는 데는 특별한 요령이 필요하지는 않다.
▲ 이제 맨발로 걷기는 전국 규모의 동호인 모임이 만들어질 만큼 확산하고 있다. ⓒ KBS '생로병사의 비밀' 화면 갈무리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의 지압 점과 연결된 장기들에 혈액이 왕성하게 공급돼 천연의 혈액순환 촉진제 역할을 하며, 면역력이 강화된다는 게 지압 이론이다. 또 발바닥 아치(arch)의 ‘궁(弓)’ 자형 구조와 그 탄성으로 인한 스프링 효과, 혈액 펌핑 효과 등이 살아나 걷기에서 생기는 충격을 자연스럽게 흡수함으로써 발은 물론 몸 전체의 근골격계를 싸고 있는 근육들을 말랑말랑하게 하여 근골격계 질환 등을 방지한다는 게 발바닥 아치와 발가락 이론이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긴 한데,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론일까

 

대체로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합리성은 갖춘 이론인 듯싶은데, 이 이론이 과학적으로 어떤 수준의 검증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다. 세부적인 사항을 빼면 대체로 무리가 있는 이론은 아니라는 정도로 수용되고 있는 듯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 [관련 기사 : 맨발로 걸었을 뿐인데지구 기운, 몸속으로 쭉쭉]

 

유튜브에서 보면 박 회장의 주도로 ‘맨발 걷기’로 치유된 이들의 체험기가 주기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질환에서부터 최악의 말기 암에서 완치되거나 완치 중인 이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나는 이 증언이 사실일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러나 그런 기적적인 치유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맨발로 걷기가 만병통치 요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든지 맨발로 걷기만 하면 그런 기적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며,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되는 일반 사례라기보다 효과를 보는 사람들에게만 적용된 특수 사례로 보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맨발 걷기의 시작점. 오른쪽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가 있다.
▲ 맨발 걷기장 한 바퀴의 길이는 정확히 모르지만, 한 시간에 22바퀴쯤 돌 수 있다,

수지침이 유행하던 시기, 그거로 중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과신하는 분위기에 어떤 고수가 그랬다. 수지침은 감기나 사소한 질병, 즉 잔챙이 병은 고칠 수 있지만 중병을 낫게 하는 건 아니다. 글쎄, 맨발 걷기도 그와 비슷한 낮은 자세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전반적인 건강을 살피고자 하는 운동으로 꾸준히 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정도의 자세 말이다.

 

개인적으로 열흘을 간신히 넘겼지만, 내게도 변화가 있다. 물론 그 변화가 맨발 걷기로 말미암은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일시적인 신체적 변화를 맨발 걷기의 결과라고 믿으려 하는 일종의 심리적 작용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른바 ‘명현(暝眩) 현상’

 

첫 변화는 2~3일 뒤에 일어난 것으로 주먹을 쥐면 양손의 손가락이 다 접히지 않고 관절에 둔한 통증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왼손은 그 증상이 사라졌는데 오른쪽 손가락은 아직 회복 중이다. 한 번도 없었던 증상이 갑자기 일어나니 맨발 걷기와 연결 지을 수밖에 없다. 관절 부분을 만져도 통증이 있었다.

 

그간 팔이 마비되는 것 같은 증상이 두세 번쯤 일어났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한 번씩 팔이 저리는 때가 있었지만, 마비되는 느낌은 처음이었다. 이런 증상과 관련해 찾아보니 일종의 명현(暝眩) 현상이란다. 명현은 ‘눈 흐릴 명(暝)’, ‘아찔할 현(眩)’으로 쓰는데, 사전에도 오르지 않은 낱말이다.

 

<나무위키>는 “‘부작용’을 그럴싸하게 무마할 목적으로 통용되는 사이비 용어. 주로 약물에 의한 부작용을 병이 낫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포장한다”라고 풀이하고 있다. 부가한 설명에서도 매우 부정적으로 그 뜻을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과학의 바운더리 바깥에서 영업을 하고 약리작용에 책임질 뜻과 역량이 없는 유사 의학(대체의학), 다이어트 제품, 일부 한약, 건강기능식품, 괴짜스러운 기능을 주장하는 화장품, 여러 다단계 제품군 등에서 환불을 지연 및 무마시킬 목적으로 깔아놓는 밑밥이다. 이는 의료 용어도 과학용어도 아니며, 영업사원 교육 팸플릿에만 등장하는 가짜 단어이다. 현대의학은 물론, 한의학계에서도 인정하지 않는다.”

▲ 근처에 사는 길냥이. 내가 지킴이라고 부를 만큼 날마다 운동장 주변을 맴돈다.

그러나 명현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이를 ‘호전(好轉)반응’이라 부른다. 영어로는 ‘Crisis for healing(치유의 위기)’, 즉 치료하다 말고 중간에 포기하도록 만드는 위기로 바라본다. 분명 나아지기를 바라고 시작한 걷기가 뜻밖의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건강체로 돌아가려는 신체의 조정 증상이므로 부작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내게 나타난 증상 앞에 나는 이게 명현반응이라고 느꼈고, 즉시 맨발 걷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찾아보았다. 명현 현상은 기운이 없고 몸이 늘어지는 이완 반응, 변비, 설사, 통증, 부종, 발한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과민반응, 노폐물과 독소, 중금속 등이 분해되어 땀이나 소변, 피부 등으로 배출되는 배설반응, 발열과 구토, 통증과 손발 저림 등 회복반응 등 네 가지로 나타난다고 했다.

 

변화의 단초일까, 일단 가보기로 한다

 

그러나 명현 현상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길어야 3~5일이고 대개는 2~3일 이내 점차 수그러들다가 곧 사라진다고 했다. 드물게는 이런 현상이 1~2주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내 증상은 사나흘쯤 이어지다 끝났다. 이유 없이 설사가 하루쯤 이어지기도 했으나, 이는 원래 있던 경향이라 포함하지 않았다.

▲ 비가 와서 젖은 맨발 걷기 장. 물 속을 발을 적시며 걷는 것은 효과를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소변 횟수가 한 30%쯤 준 것이다. 매일 원두커피를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한 잔씩 마시는데, 소변도 각마찬가지로 각 2~3회씩 보게 된다. 낮에는 횟수가 잦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쩌다 저녁에 수박 같은 수분 많은 과일을 먹고 나면, 자다가 많으면 2~3회 일어나곤 한다. 거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굳이 ‘빈뇨(頻尿)’라고 여기지는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이 횟수가 확실히 줄었다. 낮에는 거의 의식하지 못했는데, 야간에는 일어나지 않아도 되어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밤에 자주 깨는 편이고, 깨면 바로 잠들지 못하곤 했는데, 요즘은 한두 번씩 깨어도 이내 새 잠이 들 수 있어서 점심 먹고 으레 자던 낮잠을 안 자도 됐다. 이런 변화는 어쨌든 내겐 긍정적인 변화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으로 약을 먹은 지 10년이 넘었고, 최근에는 공복혈당장애 증상이 나타나 긴장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의사의 권유로 한 혈액검사로 여러 가지 수치를 확인하고, 수치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동안은 의사가 권하는 대로 약을 먹고, 굳이 수치 따위는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걸 좀 따져보았다.

 

총콜레스테롤도 200 이하, LDL(저밀도 지단백)은 83, HDL(고밀도 지단백) 75로 괜찮은데, 중성지방만 167로 17쯤 많다. 당화혈색소도 5.6으로 기준치 안에 있는데, 전립선 특이항원(prostate specific antigen, PSA)은 3.08, 역시 기준치 안에 있는데 의사는 지난번보다 높아지니 추이를 보자고 했다. 이런 수치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작정이다.

 

어차피 해 온 걷기지만, 이제 신발을 벗고 맨발이 된 게 다를 뿐이다. 굳이 어떤 변화를 겨냥하기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걷기를 이어간다면 변화는 따라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걷기로 건강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다스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 아니겠는가. 

 

 

2023. 8. 1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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