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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서원(書院)’ 세계 문화유산이 되었다

by 낮달2018 201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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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序)] 유네스코 결정, 한국의 14번째 문화유산 등재

▲ 안동 병산서원의 누각 만대루의 마루. 굽고 예스러운 도리와 부재들이 이 커다란 건물을 수더분하게 만들어준다.
▲ 9개 서원별 주향 인물과 특징. 국무조정실 보도자료(2019.07.30.) 참조 재구성

조선 중기 이후 학문연구와 선현의 제향(祭享)을 위해 사림에 의해 설립된 교육기관인 ‘서원(書院)’이 마침내 세계유산 가운데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으로 등재되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019년 7월 6일 등재유산 심의 결과, 우리 정부가 지난해 신청한 ‘한국의 서원’ 9개소를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하고 이를 발표한 것이다.

 

세계유산위원회(WHC)는 ‘한국의 서원’의 등재배경을 “오늘날까지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어 온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면서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경북의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과 대구의 달성 도동서원, 경남의 함양 남계서원, 전남의 장성 필암서원, 전북의 정읍 무성서원, 충남의 논산 돈암서원으로 이뤄진 연속유산이며, 모두 국가사적이다.

이번 등재 결정으로 한국은 1995년 경북 경주의 석굴암·불국사와 경남 합천의 해인사 장경판전, 서울 종묘가 처음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이래 24년 만에 14번째 세계유산을 목록에 올렸다. 이는 또 지난해 7월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山地) 승원(僧院)’에 이어 2년 연속의 세계유산 등재다.

‘한국의 서원’은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뒤, 우리 정부는 2015년에 처음 등재를 신청했으나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반려’의견을 내면서 등재신청을 철회해야 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당시 반려의견에서 병산서원 등의 서원 주변 경관이 등재신청서의 유산 영역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고 왜 9곳의 서원만 등재하려는지 명확한 근거를 요구했다. 실제로 사단법인 한국서원연합회에서는 전국의 648개 서원의 목록을 정리하고 있으며, 9대 서원으로 소수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병산서원, 필암서원, 돈암서원, 도동서원, 남계서원, 무성서원을 꼽고 있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요구에 따라 문화재청과 외교부는 전문가들 의견을 모아 비슷한 국내외 유산들과 비교 연구를 통해 내용을 보완했다. 그리고 9개 서원이 “16~17세기 세워진 국내 서원의 시작점이자 기준이 될만한 연속유산의 성격”임을 강조한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에 이코모스(ICOMOS)는 1년 이상의 조사를 거쳐 지난 5월 ‘등재 권고’ 의견을 냈고,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으로 8년여에 걸친 등재 추진 작업은 마무리됐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이후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존 관리방안 마련’ 권고에 따라 그 이행을 위해 관련 지자체 등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계획이다.

▲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위)과 두 번째 세워진 남계서원(가운데), 그리고 도동서원(아래). ⓒ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 누리집

서원은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까지 통칭 ‘사림(士林)’으로 불려온 지방 지식인들이 조선왕조의 지배이념인 성리학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교육기관이다. 서원은 성리학을 보급한 교육기관이면서 유학의 성현(聖賢)을 제사 지내면서 지역 학파를 형성했다. 또 서원은 지역 사회의 공론을 모으고 향촌 사람들을 교화하는 구실도 맡았다.

 

한편 서원은 조세의 부담을 지지 않는 등의 특권을 누리는가 하면, 유생이 붕당에 기반으로 당쟁에 골몰하고 서원을 근거로 양민을 토색질하는 폐단으로 말미암아 한말에 서원철폐령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리학이 지향하는 자연관과 한국의 문화적 전통이 반영된 교육 유산의 전형으로, 성리학적 가치관, 세계관, 자연관이 반영된 서원과 그 건축 공간의 의미는 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이번에 등재된 9서원 가운데 소수서원은 최초로 세워진 서원이고, 두 번째로 건립된 남계서원은 지역 사림이 단독으로 세운 첫 서원이면서 한국 “서원 건축의 정형적인 축선과 배치방식이 처음 등장한 전범”이 된다.

 

또 옥산서원은 처음 누마루를 놓은 서원으로 이후 이를 일반적 양식으로 유행시켰고, 도산서원은 학문과 학파의 중심기구로 서원을 자리매김했다. 병산서원은 사림 활동의 중심지로, 돈암서원은 성리학의 실천 이론인 예학을 완성한 거점으로 평가되는 등 역사적 의미가 남다른 문화유산으로 꼽히고 있다.

▲ 경주 옥산서원(위)과 안동 도산서원(가운데), 그리고 장성 필암서원(아래).ⓒ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 누리집
▲ 안동 병산서원(위)과 논산 돈암서원(가운데), 정읍 무성서원(아래). ⓒ 한국의 서원 세계유산 등재 추진단 누리집

 

2019. 7. 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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