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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베란다에 ‘햇빛발전소’를 들이다

by 낮달2018 2019.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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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미니 태양광 패널을 달다

▲ 구미시 아파트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의 지원을 받아 우리 집 베란다에 햇빛발전소를 들였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산 아래에 있다. 산 밑이니 당연히 바람이 성하다. 정남향이어서 앞뒤 창을 열어놓으면 맑고 시원한 바람이 넘실댄다. 엔간한 더위쯤은 에어컨 대신 선풍기로도 날 수 있는 곳이어서 몇 해 전만 해도 여름에 에어컨을 켜는 날이 손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 여름은 예전 같지 않다. 연일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니 산바람으로는 더위를 물리칠 수 없는 것이다. 에어컨을 들이며 옆집 부인이 ‘이제껏 버텨왔는데 더는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한 것은 그래서다. 우리는 그간 두어 차례 에어컨을 가동했지만, 아직도 여름은 한참 남았다.

 

이사를 오면서 전등을 모두 엘이디(LED)로 바꾸고, 절전형 콘센트를 쓰면서 대기전력을 줄여서인지 한 달 평균 사용하는 전기는 150킬로와트(Kw) 미만이다. 텔레비전 수신료와 공동전기료를 합해 요금은 2만 2, 3천 원 수준이다.

 

시 지원으로 ‘햇빛발전소’를 들이다

 

그래도 덥다고 에어컨을 팽 하니 돌릴 수는 없다. 그걸로 이른바 전기요금 폭탄을 맞은 적은 없지만, 이것저것 몇 푼의 돈에도 졸때기처럼 재면서 사는 게 서민 아닌가. 그런데 올여름은 요금 걱정을 덜 하며 에어컨을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오늘 베란다에 ‘햇빛발전소’ 하나를 들였기 때문이다.

 

관내 공동주택(아파트) 소유자 가운데 희망자의 지원을 받아 시에서 펼치는 ‘아파트 미니태양광 보급 시범사업’은 200가구 정도의 가정에 소형 태양광 발전 설비(200~300W 이하) 1세트를 지원한다. 300와트(W) 용량의 베란다 난간에 거치하는 발전설비 설치 가격은 77만 원인데 그중 57만 원을 시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5월, 아파트 게시판에 이 사업이 공고되었을 때, 나는 망설이지 않고 지원을 신청했다. 그 무렵 한 일간지 기자의 경험담을 읽은 터여서 20만 원을 들여서 얻을 수 있는 유익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각 아파트 단지별 신청 가구가 많은 순으로 예산 범위(1억6백만 원) 안에서 선정하는 것이었기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운이 좋으면 선정되겠지 하고 낙관하고 있었는데 지난 6월 말께 우리 아파트가 시범사업 단지로 선정되었다는 공고가 붙었다.

 

50개소 이상의 아파트에서 신청했는데 신청 가구 수 기준으로 우리 아파트는 세 번째여서 네 번째까지 포함된 시범사업 단지로 선정된 것이었다. 한동안 소식이 감감하더니 오늘 오후에 설치 작업반이 들른다는 연락이 왔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미니 태양광 발전 설비를 지원하는 곳이 서울시다. ‘원자력 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대체해 나가겠다’며 펴온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은 옹근 열매를 맺고 있다.

▲ '원전 하나 줄이기' 정책을 편 서울시의 태양광 발전 시설 보급의 성과. 서울시 누리집에서.

서울시는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 사용 등으로 400만t의 석유를 이용하는 발전소, 원전 2기를 줄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 모든 집 지붕에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다면 국내 원전 24기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은 이러한 성과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일 터이다.

 

서울시민은 시와 구청, 양쪽의 지원을 받으면 10만 원 정도로 태양광 전지를 설치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에 사는 나는 서울시민보다 두 배의 부담을 하는 셈인데, 이래저래 수도 시민이 받는 혜택은 지방 주민에 댈 바가 아닌 듯하다.

 

미니태양광 전지로 생산하는 전기는 한 달 30킬로와트(Kw) 정도인데 이는 양문형 냉장고 1대를 돌릴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러니 태양광 전지로 매월 6천~1만 원가량의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는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혜택은 훨씬 커질 수 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가정용 전력의 누진 요금제는 기존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되었다. 우리 집 월 사용량은 150Kw 미만이니 누진 요금제 첫 번째 구간의 요금을 적용받는다. 현재 상태로도 우리 집에서는 월간 50Kw까지는 첫 번째 구간 요금으로 쓸 수 있다.

 

햇빛발전소의 덕을 얼마나 볼까

 

그런데 태양광 전지로 30Kw의 전기를 생산하면 지금보다 80Kw(50+30)까지 더 전기를 써도 첫 번째 구간을 넘지 않게 된다. 결국, 200Kw를 넘는 30Kw에 해당하는 요금(30×187.9=5,637)이 절약된다는 뜻이다.

 

200Kw 미만을 써도 소액(30×93.3=2,799)이 절약되지만 대체로 이 태양광 전지의 혜택은 전기를 많이 쓸수록 늘어난다. 그러나 덕을 보자고 불필요한 전기를 일부러 쓸 일은 없지 않은가. 본전을 뽑는데 연연할 필요 없이 편안하게 쓰면 될 일이다.

 

오후 두 시께 들른 두 명의 기사가 태양열 전지 패널을 베란다 난간에 설치하고 마이크로 인버터를 안방의 콘센트에 연결하는 데 한 시간쯤 걸렸다. 전원을 연결하자, 10여 분 만에 인버터의 모니터에 입출력 전력 수치가 떴다.

▲ 겨울에도 오후 서너 시까지 햇빛이 드는 우리 집에 설치한 태양광발전기.
▲ 마이크로 인버터. 발전기에서 생산한 직류전기를 교류로 변환하는 장치다.

일간지 기자의 경험담에 전력계량기가 멈추거나 거꾸로 돈다는 얘기가 생각나 계량기를 들여다보니 우리 집 계량기는 전자식이다. 계량기 톱니바퀴가 도는 걸 확인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글쎄, 이 미니 태양광발전기 설치의 대차대조표는 다음 달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으로 확인해 볼 수 있겠다.

 

밤에 문득 생각이 나서 인버터를 들여다보니 입출력 전력이 표시되던 상태표시창이 깨끗하다. 고장인가 하고 중얼거리면서 이것저것 만지다가 아내에게 된통 쥐어박혔다.

 

“지금 캄캄한 밤이우. 햇빛을 받아야 도는 기계라며 왜 엉뚱한 소리유?”

 

 

2017. 7. 30. 낮달

 

 

햇빛발전소를 들인지 2년, 그동안 우리는 수월찮이 이 발전기 덕을 봤다. 폭염이 대단했던 지난해 여름에 우리는 10여년 동안 가동한 것보다 더 오랜 시간 냉방기를 돌렸지만, 전기사용량이 200kw를 넘지 않았다. 언젠가 신청한 탄소포인트제로 지난해와 올해 2만여 원이 통장에 들어온 것도 발전기 덕이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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