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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여행, 그 떠남과 이름의 기록128

군산오름의 진지 동굴과 카멜리아 힐의 동백꽃 구경 [제주 여행] 3일 차(2022. 4. 20.)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군산오름과 진지 동굴 여행 셋째 날의 목적지는 군산오름과 카멜리아 힐이었다. 오름으로 유일하게 군산오름에 가겠다고 한 이유는 단순했다. 2박 3일의 여정을 짜면서 나는 어떤 누리꾼의 추천을 2박 3일 여정을 참고했다. 별 고민 없이 2박 3일로 예약했지만, 여정을 짜면서 나는 제주도는 2박 3일이 아니라 20박 30일로도 성이 차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예의 누리꾼은 “군산오름이 정상에서 서귀포 일대를 전부 조망할 수 있으며 북쪽으로는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는 오름으로 정상부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주차장에 내려 걷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 2022. 5. 19.
제주 우도 여행에서 우리가 ‘잃은 것’과 ‘얻은 것’ [새로 만난 제주 ③] 삼륜 전기차 우도 일주 이야기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여행자는 출발에 앞서 여행의 일정을 짠다. 그러나 그 방면의 전문가가 아닌 한, 아무리 정교하게 짠다 해도 여정이 계획대로 굴러가기는 쉽지 않다. 여정은 단순히 이동시간의 집합이 아니라, 전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동행자를 비롯하여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관계와 교감의 총합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꼬인 제주 여행 계획 제주 여행은 첫날부터 좀 꼬였다. 성글게 짠 내 계획은 오전 10시에 제주에 도착하면 함덕해수욕장과 월정리 해변을 거쳐 성산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배로 우도에 들어갈 작정이었다. 그러나 공항에서 짐을 찾아서 렌터카 업.. 2022. 5. 6.
나의 무심함을 반성하게 한, 사려니 숲길의 ‘배려’ [새로 만난 제주 ②] 붉은오름 사려니 숲길의 삼나무숲과 ‘무장애 나눔길’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사려니숲길은 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사려니오름에 이르는 약 15km의 숲길이다. 이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은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므로 ‘사려니숲길’이라 불린다. 이 훼손되지 않은 ‘청정 숲길’은 제주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로 특히 도보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해발 500~600m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의 사려니숲길 사려니는 ‘살안이’ 혹은 ‘솔안이’라고 불리는데 여기에 쓰이는 ‘살’과 ‘솔’은 신성한 공간이라는 신의 영역에 있는 산 이름에 쓰이는 말이다. 따라서 사려니는 ‘신성한 곳’이라는.. 2022. 5. 4.
제주여행만 여섯 번째, 이 대단한 숲을 왜 지금 알았을까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새로 만난 제주 ①] 천년의 숲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나무숲(비자림)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제주도를 다녀왔다. 제주도를 처음 찾은 것은 1988년 여름, 당시 근무하던 학교 교직원 친목 여행으로였다. 공항 청사를 나서자, 야자수 몇 그루가 눈에 띄었는데 그때 느낀, ‘제주도에 왔다’는 실감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탄 비행기도 처음이었었다. 이듬해 학교를 떠나 5년여를 거리로 떠돌았으니, 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다시 제주를 찾게 된 것은 20여 년 뒤인 2007년이다. 그것도 담임으로 고2 여학생을 인솔한 수학여행으로였는데 이는 2008년과 2009년까지 이어졌다. 마지막 제주도 여행은 2010년 2월, 숙소와 렌.. 2022. 4. 30.
평사리엔 ‘최참판댁’ 말고 ‘박경리 문학관’도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 의 배경이 된 곳, 평사리에 가다 [이전 기사] 그냥 한번 와 봤는데… 진주 시민들이 진심 부럽습니다 피아골 단풍을 만난 뒤 진주로 가는 길에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 들렀다. 알아듣기 좋게 ‘최참판댁’에 간다고 했지만, 박경리 문학관에 간다고 말해야 옳다. 문을 연 순서로 치면 문학관이 늦지만, 최참판댁은 실재하는 집안이 아니라 를 바탕으로 짜인 허구의 집이고, 그 작가가 박경리 선생이니 말이다. 평사리, 박경리의 거대 서사에 편입된 역사적 공간 그간 남도를 다녀오는 길에는 늘 평사리(平沙里)에 들르곤 했다. 경상도에서 남도를 오가는 길목에 하동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길목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평사리가 있어서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악양면의 한 동리에 불과.. 2021. 11. 15.
그냥 한번 와 봤는데…진주 시민들이 진심 부럽습니다 8년 연속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역사와 휴식 공간, 진주성에 가다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이전 기사] 절정 직전의 ‘피아골 단풍’, 그 자체로 완벽한 풍경 피아골 단풍을 둘러보고 우리는 하동 최참판댁을 거쳐 진주로 달려와 한 호텔에서 묵었다. 숙소를 진주에 마련했다는 얘기를 듣고 내가 떠올린 건 진주성(晉州城)이었다. 남강 옆의 그 성, 한쪽에 촉석루와 논개가 몸을 던진 의암이 있는 이 성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여겨서다. 진주행 체면치레로 들른 진주성의 ‘반전’ 처음 진주성을 찾은 건 1988년 지리산 산행에서 돌아오면서였다. 학교를 옮기고, 고2 사내아이를 가르치던 땐데, 여름방학을 맞아 가르치던 학생 둘과 함께 지리산에 올랐다.. 2021. 11. 5.
절정 직전의 ‘피아골 단풍’, 그 자체로 완벽한 풍경 4색의 스펙트럼, 가을 지리산 단풍이 보여주는 ‘천의 얼굴’ *PC에서는 사진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원본(1000×667) 크기로 볼 수 있음. 지난 주말(10월 30일) 가족들과 함께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다. 2019년 10월 31일에 이어 꼭 2년 만이었다. 그때도 아내와 나는 단풍을 보겠다고 피아골을 찾았었다. 우리는 연곡사를 거쳐 직전마을에 이르는 길을 오르면서 길 옆 계곡의 단풍을 구경했었다. ‘화염’으로까지 비유되는 지리산 단풍을 상상해 온 내게 이제 막 단풍으로 물드는 계곡의 가을은 좀 심심했다. 아직도 푸른빛을 마저 벗지 못한 채 드문드문 눈에 띄는 단풍나무들이 연출하는 붉은 점경(點景)을 투덜대면서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2년 만의 피아골, ‘부부여행’에서 ‘가족여행’으로 아내와 함께.. 2021. 11. 3.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 여름휴가 대신 가면 딱이네 다 구경하려면 하루도 모라자... 볼거리 많은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난 20일, 가족과 함께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아래 수목원)을 다녀왔다. '산림 생물 자원 보전에 특화된 수목원'(수목원 누리집)이라는 이 수목원은 2018년 상반기에 정식 개관하였지만, 우리는 초행이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오르내리는 시기에 언감생심인 여름휴가 대신 우리는 이 수목원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수목원의 시드 볼트 애당초 별렀던 여행은 아니었다. 당일, 우리는 점심때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오후 2시가 다 돼서 출발했다. 가는 데 2시간, 수목원을 둘러보는 데 2시간쯤 걸리는 거로 잡고 떠났으나, 오후 4시에 도착해 수목원을 들어서면서.. 2021. 8. 29.
남이섬의 5월, 그리고 ‘책 나라 축제’ 남이섬엔 ‘남이’가 없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남이(南怡)섬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드라마 ‘겨울 연가’ 때문인가. ‘겨울 연가’의 남자 주인공 ‘욘사마’가 일본에서 뜨고 일본 관광객들이 이 드라마의 무대로 몰려 들면서였던가. 그러나 나는 그 드라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전혀 없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는 남이섬이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에 있는 북한강의 강 섬이라는 걸 알았다. 원래는 홍수 때에만 섬으로 고립되었으나, 청평댐의 건설로 온전히 섬이 되었고 남이 장군의 묘소 덕분에 ‘남이섬’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다. 그러나 이 섬에 있는 묘소는 남이가 이 섬에 묻혔다는 전설의 결과일 뿐, 정작 남이의 묘소는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 경기도 .. 2021. 5. 31.
문학기행 - 춘천 김유정 문학촌 춘천시 신동면 김유정 문학촌을 찾아서 춘천시 신동면에 있는 경춘선 신남역이 ‘김유정역’으로 바뀐 것은 2004년 12월이다. 길에다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꽤 오래된 일이지만, 역에다 작가의 이름이 붙은 것은 처음이다. 25일, 이 간이역을 찾았을 때 청기와를 얹은 전형적 형태의 이 조그만 역사는 흰색과 보라색으로 단장하고 얌전하게 서 있었다. 역이 있는 신동면 중리는 작가 김유정(1908~1937)의 고향, ‘실레마을’이다. 그가 태어나 자랐고, 20여 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와 마지막 삶을 꾸린 곳이다. 그는 이 고향마을에서 실제로 목격한 일을 소설의 소재로 활용했고 작품 속 등장인물도 이곳에 실존했던 인물들이 많았다. 작가가 스스로 소개한 고향 마을의 모습은 이렇다. “강원도 산.. 2021. 5. 28.
태릉? ‘선수촌’이나 ‘육사’ 말고 조선왕릉, 그리고 숲길 문정왕후 잠든 조선왕릉 태릉(泰陵)의 신록 구경 태릉(泰陵)을 다녀왔다. 무식하게도 ‘선수촌’과 ‘육군사관학교’ 따위가 있는 동네라고만 알았던 태릉이 조선의 능침(陵寢)이었다니…, 왕릉이라곤 경주의 오릉(五陵) 같은 거대한 봉분만 떠올리는 경상도 사람에게 조선왕릉은 그렇게 먼 곳이었다. 조선왕릉 누리집(royaltombs.cha.go.kr)에 들어가 보고서야 서울 주변에 왕릉이 태조의 건원릉(健元陵)부터 순종의 유릉(裕陵)까지 무려 42군데(연산군묘·광해군묘, 추존 왕릉 포함)나 있다는 걸 알았다. 하긴 서라벌이 신라 천년의 수도였던 것처럼 한양(漢陽)은 오백 년 조선왕조의 도성이었으니 더 이를 게 없다. 16일부터 조선왕릉 숲길 11곳을 개방한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나는 가족의 서울행 일정에 겸사겸사 .. 2021. 5. 25.
‘시간의 복기’와 ‘글쓰기’로 마감되는 여행의 발견 시민기자의 ‘지각 여행·답사기’ 쓰기 여행의 ‘시작과 끝’은 어디에서 어디까지일까. 형식으로 보면 그것은 집을 떠나는 순간에 시작하여 다시 출발지로 돌아옴으로써 끝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어느 날, 여행지 한곳을 마음에 담아두고 가끔 거기로 달려가거나 돌아와 아쉬움으로 그 여정을 되돌아보는 ‘마음의 행로’는 여행의 어디에 해당할까. 낯선 곳으로 집을 떠나고, 돌아와 사진첩에 여정을 갈무리하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행의 공식’은 십몇 년 전에 에 답사기 몇 편을 싣게 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탐승(探勝)과 휴식을 위한 여행이든, 유적이나 역사 관련 답사든 내게 그것은 돌아온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내 여행은 적지 않은 시간과 씨름한 끝에 몇 편의 글로 정리되어야만 비로소 마감되기 때문이다. 내 .. 2021. 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