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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여행, 그 떠남과 이름의 기록

군산오름의 진지 동굴과 카멜리아 힐의 동백꽃 구경

by 낮달2018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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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3일 차(2022. 4. 20.)

*PC에서는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군산오름과 진지 동굴 

▲ 군산오름에 올라 찍은 사진.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아래 보이는 동네는 서귀포일까.

여행 셋째 날의 목적지는 군산오름과 카멜리아 힐이었다. 오름으로 유일하게 군산오름에 가겠다고 한 이유는 단순했다. 2박 3일의 여정을 짜면서 나는 어떤 누리꾼의 추천을 2박 3일 여정을 참고했다. 별 고민 없이 2박 3일로 예약했지만, 여정을 짜면서 나는 제주도는 2박 3일이 아니라 20박 30일로도 성이 차지 않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예의 누리꾼은 “군산오름이 정상에서 서귀포 일대를 전부 조망할 수 있으며 북쪽으로는 한라산을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을 가지고 있는 오름으로 정상부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어 주차장에 내려 걷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하다”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내가 꽂힌 것 ‘걷는 시간 5분’이었다. 나는 오래 걷기가 힘든 아내에게 제주도에서는 5분 이상 걷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 군산오름에서 찍은 사진.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산방산일까.
▲ 군산오름의 진지 동굴 표지판
▲ 가장 가까운 데에 있던 진지 동굴. 생각보다 깊지는 않았다.

누리꾼은 “제주도 오름 정상에서 멋진 풍경은 보고 싶지만, 체력이 안 되거나 오래 걷는 게 힘든 분들에게는 이곳만 한 오름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오름에는 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의 말이 그러려니 할 따름이어서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꽤 가파른 좁은 산길을 올라 역시 경사가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우리는 바로 산 위로 올랐다. 내겐 짧고 수월한 길이었지만, 두고두고 그 얘기를 되뇌는 걸 보면 아내는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서귀포 일대를 조망할 수 있고, 한라산을 볼 수 있다고 했지만, 산 위에서 방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서 사진 몇 장을 찍고 말았다.

 

정작 오름보다는 정상 부근 산등성이에 아홉 군데나 이어져 있는 ‘진지 동굴’이 인상적이었다. 1945년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제주도에 들어온 일본군이 우리 민간인을 강제 동원하여 만든 이 동굴은 군수물자와 보급품 등을 숨기고 일본군의 대피 장소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오른 산등성이 주변에도 세 개의 진지 동굴이 있었다. 이 역시 일제의 잔재로 아픈 역사의 한 부분이다. 오르막 등산로 오른쪽에 있는 9번 동굴만 들여다보았다. 물자보관과 대피 장소로 사용한 만큼 그리 깊지는 않아 보였다. 비행기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야 해서 우리는 곧장 하산했다.

 

동백수목원 카멜리아 힐(Camelia Hill)

 

▲ 동백수목원답게 갖가지 종류의 동백이 아름다웠다. 겹꽃인데도 꽃술이 아름다운 이런 동백을 육지에선 보기 어렵다.

30여 분 달려서 닿은 데가 카멜리아 힐(Camelia Hill)이다. 이름 그대로 30여 년간 가꾸어 온 동양에서 가장 큰 동백 수목원이다. 6만여 평의 터에 가을부터 봄까지 피는 80개국의 동백나무 500여 품종 6천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이 수목원은 우리말로 ‘동백 언덕’으로 불러도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 자생식물 250여 종을 비롯해 모양과 색깔, 향기가 각기 다른 다양한 꽃이 동백과 어우러져 계절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해 준다. 그래서 카멜리아 힐은 대한민국 관광 100선에 소개될 만큼 제주도 여행에서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카멜리아 힐은 여름에는 수국정원 안에 키보다 높은 수국 길이 곳곳에 있으며, 겨울에는 붉게 물든 동백나무로 만들어져 있는 동백길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찾았을 때는 4월, 동백은 지고 있고, 수국은 미처 피어나지 못한 시기였다. 그러나 아직도 남은 붉은 동백 꽃잎을 통해 동백길을 미루어 상상해 볼 수 있었다.

▲ 동백나무 숲길. 때가 지나 동백꽃은 지고 없었다.
▲ 다시 입구로 나오는 길. 오른쪽에 빨간 동백꽃을 단 동백나무가 보인다.

 

▲ 좀 특이한 빛깔의 동백꽃. 이런 꽃을 볼 수 있는 곳은 여기 말고 또 어디가 있을까.
▲ 수목원의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수국. 여름이면 수국길이 열린다고 한다.
▲ 비자림에서부터 내가 혹해 버린 후박나무 숲길. 제주도의 가로수로 흔히 심는 아주 멋진 나무다.
▲ 수목원 입구에 있는 동백나무 고목에 핀 빨간 동백꽃. 동백꽃은 제주에서 숨져간 숱한 원혼의 슬픔과 한을 상징하는 듯하다.

아내는 언젠가 온 적이 있는 곳이라 하다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면서 헛갈리고 있었다. 정작 가 보지 못했지만, 나는 그곳이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자연 생활공원 ‘휴애리’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거기도 꽃과 자연이 있고, 여름에는 수국 축제가, 겨울에는 동백 축제가 열린다는 곳이라니까. 세 차례나 수학여행 인솔로 왔을 때, 휴애리나 카멜리아 힐이 선택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제대로 보려면 두세 시간이 좋다는 카멜리아 힐 구경을 나는 30분 안에 끝냈다. 제주공항으로 가서, 점심을 먹고, 렌터카를 반납하는 등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다시 와서 제대로 구경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우리는 동백 언덕을 떠났다.

 

 

2022. 5. 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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