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이다. 블로그 쪽지함으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도서출판 추수밭(청림출판의 인문·교양 도서 전문 브랜드라고 한다.)의 편집자로부터였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기사를 보고서 하는 연락이라면서 그 출판사에서 내는 책의 본문에 내 기사에 실린 사진을 쓰고 싶다는 전갈이었다.
서신에서 그 편집자는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사진 원본을 구입하고 싶다고 정중하게 제의해 왔다. 나는 잠깐 혼란스러웠다. 웬 저작권? 그건 워낙 내 삶과 무관한 개념이어서였을까. 나는 그이가 제시한 저작권료가 적정한지 않은지 따위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냥 줄 수도 있는 사진인데, 저작권료까지? 그건 정말 유쾌한 일이 아닌가. 나는 쾌히 승낙하고 사진 원본을 보냈다. 얼마 후 내 계좌로 소액이었지만 예의 ‘저작권료’가 입금되었다. 나는 기분이 썩 좋았다. 드디어 사진 한 장을 팔았다!
출판되면 책을 한 부 받을 수 있겠냐고 했더니 기꺼이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퇴근하니 예의 책이 도착해 있었다. 책 표지에 붙인 메모지에서 편집자는 깨알 같은 글씨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내 사진이 책의 31쪽에 실려 있다고 알려 주었다.
왼쪽이 바로 그 책이다. ‘비뚤어진 조선사 상식 바로 세우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의 제목은 <조선사 클리닉>이다. 저자가 눈에 익은 이름이다 싶었더니 MBC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이산>이 한참 뜨고 있을 때 <오마이뉴스>에 ‘사극으로 역사 읽기’라는 연재 기사를 썼던 김종성이란 이다. 결국, 내 사진은 <오마이뉴스>를 매파 삼아 <조선사 클리닉>을 만난 셈이다.
위 두 번째 사진이 바로 내 사진이 실린 부분이다. 예의 내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실린 건 지난해 7월 말이다. 그 기사에 나는 안동시 길안면의 정자 만휴정(晩休亭) 누마루에 걸린 청백리 보백당 김계행의 유훈을 찍은 사진을 썼고, <조선사 클리닉>은 그 사진을 책에 실은 것이다.
오가무보물(吾家無寶物) 내 집에 보물은 없다.
보물유청백(寶物惟淸白) 보물이 있다면 오직 맑고 깨끗함뿐이다.
비록 작은 사진이지만 상업적 출판에 앞서 저작권자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책을 만들겠다고 할 만큼 세상은 변한 것이다. 최근 나는 문학 교과서에 실린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나는 시중에 출판된 책이 사계절 출판사에서 북에 있는 벽초의 손자인 작가 홍석중과 ‘출판권 설정 계약’을 체결하여 간행한 책이라는 점을 소개했다. 이는 분단 역사상 최초로 북한과 정식 저작권 계약을 맺은 작품이라는 것도.
저작권이란 국어사전에 “문학, 예술, 학술에 속하는 창작물에 대하여 저작자나 그 권리 승계인이 행사하는 배타적·독점적 권리”로 정의된다. 이 저작권은 저작자의 생존 기간과 사후 50년간 유지된다고 한다. 나는 벽초 홍명희(1888 ~1968)의 저작권이 2018년까지 이어진다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사후 50년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함으로써 작품은 그 사회와 구성원들의 유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우연히 편집자의 눈에 띄어 책에 실리게 된 평범한 사진이고 그게 무슨 저작권과 관련해 다른 의미가 있을 일은 없다. 그러나 뜻밖의 기회로 저작권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것은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내 이름자를 곁들인 사진이 실린 묵직한 책 한 권을 받아드는 기분도 쏠쏠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2008. 8.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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