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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조회 수, ‘애착’과 ‘집착’ 사이

by 낮달2018 2020.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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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방문자 ‘조회 수’가 뭐라고!

 

<오마이뉴스> 블로그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티스토리로 옮긴 지 2년이 다 돼 간다. ‘오마이뉴스 블로그(오블)’에서 10년 넘게 쓴 글이 1700여 편이었는데 이걸 몽땅 한꺼번에 옮기는 방법이 마땅찮았다. 온전히 새로 시작하기도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틈나는 대로 옛글을 옮기면서 가끔 새 글을 쓰는 방식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왔다.

 

티스토리로 옮기면서 이제 더는 오블에서처럼 부지런히 활동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시나브로 나이를 먹으면서 마음먹은 대로 일을 쳐내는 게 쉽지 않아서 글 한 편 쓰는 데도 갑절의 시간이 걸리고, 쓴 글도 맥없이 늘어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욕심부리지 않고, 새 블로그는 옛글을 갈무리하는 공간쯤으로 여기기로 한 것은 그래서였다.

 

일부러 마실도 가지 않았다. 새로 이웃과 교유하는 일이 엄두가 나지 않았고, 동류의 맞춤한 이웃을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인 까닭이었다. 블로그를 꾸미면서 조회 수를 드러내지 않는 형식을 택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까짓거, 이 낯선 곳에 날 찾는 이가 따로 얼마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초기엔 가끔 조회 수를 확인해 보곤 했다. 두 자릿수가 세 자릿수가 되는데 얼마쯤 걸렸는지 기억에 없다. 어느 날 700까지 이르던 조회 수가 툭 떨어져 3, 400선을 넘나드는 걸 보고 정신이 번쩍 났다. 내가 시방 무얼 하고 있는가, 오블에서의 영화(!)를 잊지 못하겠다는 것인가.

 

10년간 꾸린 블로그니 오블의 그것을 티스토리에서 기대하는 것은 망령이다. 오블에서 내 글은 800편이 넘게 기사로 <오마이뉴스> 메인에 실렸고, 적지 않은 방문자가 <오마이뉴스>를 거쳐 들어왔다. 일 최고 조회 수는 7만이었는데 블로그 서비스가 중지될 무렵만 해도 하루 3천을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누적 조회 수가 1천3백만을 넘은 그 ‘영화’의 내막이다. [관련 글 : 블로그 10년, 다시 새 10년으로]

 

그러나 티스토리에는 ‘수학 이야기’의 이야기꾼 말고는 따로 아는 이가 없었다. 이를테면 망망대해인 셈인데, 그 물결을 헤치고 어딘가 호젓한 섬이라도 발견하고 싶은 욕망 따위를 나는 지피지 못했다. 삼사백도 분에 넘친다고 여기고 그런 욕망을 가라앉힌 것은 그래서였다.

 

블로그 운영자치고 조회 수에 초연할 수 있는 이는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조회 수는 허허벌판 같은 티스토리의 들에서 내 존재를 확인하는 유일한 표지다. 누가 오는지는 그다음이고, 얼마나 많은 이들의 발길이 스쳐 가는지를 확인하면서 자기 자리를 돌아보게 하는 구실을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블로그를 열고 얼마 안 되어 조회 수를 드러내지 않게 여며 버린 것은 좀 민망했던 탓도 크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게 무슨 꼴이람……. 알아주는 이 없는 티스토리에서 깃들이는 게 열적은 느낌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1년 넘게 나는 조회 수 따위는 잊어 버렸다. 굳이 방문통계를 들여다보지 않은 이상 그걸 확인할 일은 없었다.

 

다시 조회 수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얼마 전이다. 오래 썼던 스킨을 바꾸면서 보니, 그걸 굳이 감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스킨도 시원한 것으로 바꾸고, 조회 수도 드러내면서 이제 좀 블로그를 살펴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블로그 조회 수에 연연하고 댓글의 반응에 전전긍긍하는 ‘집착’이 아니라, 내가 가꾸는 내 둥지를 돌아보고 살피는 ‘애착’은 블로그를 건강하게 유지해 나가는 힘이 될 터이니 말이다. 마음 같아서는 앞으로도 10년을 너끈히 이어갈 듯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환갑 진갑 다 지낸 이들의 목숨은 하늘에 달린 일이니.

 

그저 그렇고 그런 사소한 글을 써 올리지만, 블로그 운영은 은퇴 이후의 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다. 여기 한 편씩 글이 오르면 내 일상이 별 탈 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틀 후면 한가위, 오늘 오후부터 귀성이 시작되겠다. 현재 내 블로그의 조회 수는 122다.

 

 

2020. 9. 2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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