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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들, ‘다문화 정책’을 중단하라고?

by 낮달2018 2021. 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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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 13일, 파리에서 열린 테러 희생자 추모행사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

지난 19일, 인터넷 <한겨레>에는 우리 사회가 ‘다문화 국가’로 가고 있다는 초파리 유전학자 김우재의 칼럼이 실렸다. 같은 날,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보수단체들이 의뢰한 ‘다문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우연이겠지만, 이 칼럼과 광고는 우리 사회가 다다른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엇갈린 현실과 그 인식의 틈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같은 날, 다른 엇갈린 의견

 

<한겨레> 김우재의 칼럼 ‘샤를리 에브도와 원곡동’은 국가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며, ‘인종적 특성으로 국가를 규정하려는 방식’은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고 말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는 이미 국내 체류 외국인이 150만 명을 넘어섰고(2013년 기준) 75만 명 내외의 귀화 다문화 가족이 존재하며 다문화 가정 자녀 수는 20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이로 인한 ‘한국사회의 변화는 불가피’하며 ‘다문화 정책은 국가 생존의 필수요소’가 되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그는 프랑스에서 일어난 테러범들의 사회적 배경에 주목한다. 테러범 쿠아시 형제가 태어나 자란 곳이 바로 ‘프랑스 다문화 정책의 적폐가 누적된 장소’라는 것이다. 이들 형제와 같은 이민자의 비율을 약 10%로 보면서 프랑스의 동화주의 이민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고 그는 판단한다.

 

이 실패한 정책은 ‘프랑스 저소득층에 광범위하게 퍼진 무슬림과 아프리카 문화로 증명’되고 이들이 사는 지역의 ‘젊은이들은 유사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김우재는 이들의 가난이 ‘사회계급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그는 ‘39개국에서 모여든 3만5천여 명의 외국인이 집단 거주’하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을 파리의 무슬림 지역에 견준다. 정부가 ‘다문화 1번지’로 소개하며 다문화 정책의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지만, 이곳은 ‘모순의 공간’이다. 그것은 원곡동이 ‘관용’이 아니라 ‘한국 다문화주의의 이중성을 가장 극명하게 표출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주 노동자들과의 일자리 경쟁이 심화’하고, 학교에서 ‘다문화 출신들이 차별받고 그들이 게토로 소외되고 분노가 증오로 폭발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에도 ‘프랑스의 테러’가 없으리라는 걸 보장할 수 없다는 게 이 칼럼의 결론이다. 그는 이제 우리에게 ‘다문화 국가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주장하며 글을 맺고 있다.

▲ <한겨레>(2015.1.20.)에 실린 김우재의 칼럼 ⓒ <한겨레> PDF

보수 일간지 두 군데에 ‘다문화 정책 중단을 촉구하는 광고’를 게재한 단체는 남성연대, 구국채널,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엄마부대봉사단, 애국닷컴,대한민국여성연합 등 모두 27개 단체다. 다문화 정책에 대한 반대를 천명하는 신문광고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다문화 국가’인가, ‘다문화 정책 중단’인가

 

단체의 면면에서 짐작했듯 이들 단체 가운데 상당수는 광화문에서 농성하는 세월호 유가족 비판, 성 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을 담은 서울시의 인권 헌장 제정 반대, 대북 전단 살포 등 매우 강경한 보수·반북 성향의 주장을 펴 왔다.

 

이들이 낸 광고의 제목은 ‘이자스민·임수경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에 의한 「대한민국의 자살」’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대표에게 ‘유럽에서 부도난 다문화 정책을 중단’해 달라는 게 부제다.

 

두 의원이 언급된 것은 이들이 각각 ‘이주 아동 권리보장기본법안’(이자스민), ‘국적법’ 개정안(임수경)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또 박원순 시장은 ‘이주 노동자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 지급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민 인권 배심원 회의’ 권고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기 때문인 듯하다.

 

이들은 앞서 든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고, 유럽이 다문화 정책으로 망해가고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다문화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이들은 결론적으로 “저출산으로 인구가 감소해 미래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다문화 정책의 추진 명분이었지만, 고용 기업 외에는 경제적 손실이 크고 사회 갈등 비용까지 고려하면 더 큰 손실이 예상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 보수단체들이 <중앙일보>(2015.1.19.) 23면에 낸 광고 ⓒ <중앙일보> PDF

이들의 결론 가운데에는 ‘통일이 되면 2300만 명이라는 인구를 추가로 확보’하기 때문이라는 것과 ‘김정은이 선한 이웃이 되기로 결정한다면 정부는 김정은에게 노동자를 파견하여 외국인 근로자를 대체하도록 제안할 수 있다’라는 황당무계한 내용도 있다.

 

이들의 제안과 목소리가 상식적, 합리적 전제나 판단과 달리 주관적인 편견에 기초한 강경 보수 일변도의 관점을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유럽에 확산하고 있는 반이민 정서를 미루어보면 그런 이유만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간과할 수는 없어 보인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민(이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프랑스는 인종을 불문한 통합적 이민정책을 추진해 온 나라다. 영국이나 네덜란드와 같은 국가들이 이민자의 다양한 배경이나 생활양식(life style)을 존중한 데 반해, 프랑스의 통합적 이민정책은 프랑스 고유의 가치와 생활양식을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한국과 한국사회의 선택은?

 

국가 경제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인해 프랑스 정부는 2005년 이후 이민정책을 이전보다 엄격하게 전환하고 있다. 이민정책 실패도 이번 테러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다. 동화되는 대신 차별과 가난에 내몰린 이들 이민자는 마침내 무슬림 급진주의자가 되어 끔찍한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오랜 세월 ‘단일 민족’의 신화를 지켜온 우리나라도 지구화 시대, 초국가적 이동의 시대를 맞으면서 더는 단일 민족의 신화를 지속할 수 없게 되었다. 다민족·다인종·다문화 시대의 도래를 어떤 형식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2020년이 되면 청소년 인구의 20%가 다문화 가정 출신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지금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으며, 출산율은 OECD 가입국가 가운데 가장 낮다. 당분간 이주 노동자의 유입이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은 ‘다문화 국가’가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강제하고 있다.

 

같은 날 지면에 실린 두 엇갈린 의견은 같은 문제에 대한 다른 처방을 제시한다. 두 의견이 일치하는 점은 프랑스의 이민자 정책을 실패로 바라보는 것뿐이다. 그 실패를 거울 삼지만 양측이 제시하는 결론은 상반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어떤 길로 갈 것인가는 결국 오늘, 한국과 한국 사회가 직면한 매우 어렵고 실존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 있는 것이다.

 

 

2015. 1. 21. 낮달

 

 

다문화 국가, 피할 수 없는 선택 그렇다면...

[주장] 다문화 사회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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