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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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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공개된 ‘박정희 유품’ 맥 빠지네 구미시가 짓겠다는 ‘박정희 역사자료관’, 어떤 역사를 증언하게 될까 ‘200억 박정희 유물관’이 오고 있다. 올 안에 완공될 새마을 테마 공원 주변 터 3만5천여㎡에 상설·기획 전시실, 수장고, 세미나실 등을 갖춘 연 면적 4000㎡의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이 내년에 세워지면 구미시는 ‘박정희 타운’을 매듭짓고 박정희 신화를 눈부시게 재현하고자 한다(관련 기사 : 박정희 재떨이 모시는 200억짜리 자료관이라니…). 남유진 구미시장은 이 유물관에 유물 5,670점을 전시하여 박정희 시대를 완벽히 재현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그 영광의 시대를 구가하면서 그 시절의 영예를 다시 소환하고 싶어 한다. 시정을 ‘새마을’로 포장하고, 구미시를 ‘새마을 종주도시’로 선포하며 박정희를 ‘반신반인’의 지위로 격상한 .. 2021. 5. 6.
씀바귀와 고들빼기, 혹은 이마를 맞댄 ‘민초’의 삶 저혼자 자라는 봄꽃, 씀바귀와 고들빼기 아파트 주변에도 봄꽃이 여럿 피어 있다. 심어서 가꾼 꽃들 한편에 저절로 자라 군락을 이룬 꽃, 씀바귀와 고들빼기가 지천이다. 얼른 봐서는 잘 구분도 되지 않을 만큼 씀바귀와 고들빼기는 서로 닮았다. 둘 다 국화과의 식물인데 우리 민족은 예부터 씀바귀와 고들빼기를 식용해 왔다. 씀바귀는 이른 봄에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먹는다. 우리 지역에선 씀바귀를 ‘신냉이’라 불렀다. 씀바귀의 줄기나 잎을 자르면 흰 즙이 나오는데, 이 즙은 쓴맛이 난다. 씀바귀를 ‘고채(苦菜)’라 부르는 까닭이다. 고채 씀바귀, 그 쓴맛을 깨닫게 한 나이 어릴 적에는 나는 그 쓴맛을 꺼려서 신냉이를 잘 먹지 않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 쓴맛이 입맛을 돋우는 묘한 풍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2021. 5. 6.
봄비, 솔(soul) 가수 박인수의 인생유전 KBS 의 ‘봄비’와 가수 박인수의 삶 6, 70년대에 활약했던 가수들에 대한 기억은 늘 애매하다. 차중락이나 배호가 그랬고, 박건이나 김추자에 대한 기억도 그렇다. 짐작건대 텔레비전이 널리 보급되지 못했던 시대, 서민들이 가수와 그 얼굴을 동시에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집에 전축을 두고 가수들의 엘피(LP)판을 사서 대중가요를 즐기던 이들은 그나마 나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부분 겨우 라디오를 통해서만이 이들 대중문화에 접근할 수 있었다. ‘○○○ 리사이틀’이라는 이름으로 가수들 공연이 있긴 했지만, 그것 역시 서민에겐 멀기만 했다. 그 무렵 김추자의 도발적인 무대 매너가 화제가 되었지만, 그 역시 사람들은 ‘선데이 서울’과 같은 황색 주간지를 통해서 간접으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연예.. 2021. 5. 5.
김광규 시 ‘나뭇잎 하나’ 일상의 삶에서 이루어지는 성찰, 그 담백한 기록 아이들에게 을 가르쳐 온 지 서른 해를 넘겼는데도 여전히 문학은 쉽지 않다. 때로 그것은 낯설기조차 하다. 아이들 앞에선 우리 시와 소설을 죄다 섭렵한 척하지만 나날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점에서 교사도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단지 교사는 아이들보다 경험의 폭이 크고 깊으며,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느껴야 하는지를 알고 있을 뿐이다. 교과서에 실리는 시편도 그렇지만, 부교재나 모의고사 따위에 나오는 시들 가운데서는 뜻밖에 낯선 시들도 나날이 목록을 더해 간다. 그 시편들을 낱낱이 뜯고 찢어내어 아이들에게 펼쳐 보이는 게 교사들의 주된 임무(?)다. 가슴으로 느끼고 담으라고 하는 대신 우리는 낱낱의 시어에 담긴 비유와 이미지를 기계적으로 설명해 주는 데 그친.. 2021. 5. 4.
<오마이뉴스>는 뜨겁다 예민한 기사에 몰리는 독자의 클릭 에 블로그를 열고 기사를 쓰기 시작한 지 옹근 3년이 지났다. 그동안 드문드문 쓴 기사가 90편이 넘었고, 블로그에 올린 글은 모두 700편을 웃돈다. 이런저런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이웃들도 꽤 되고 가물에 콩 나듯 하지만 가끔 의 원고 청탁을 받기도 하니 시쳇말로 ‘자리를 잡았다’라고도 할 수 있겠다. 요즘은 한결 나아졌지만 뭔가 쫓기듯 글을 쓰게 되는 것은 블로거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음 직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긴장감은 좀 느슨해지고 이래저래 게으름을 피우면서 글도 탄력을 잃고 느슨해졌다. 처음에는 신명으로 하던 ‘기사 쓰기’에 심드렁해진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중언부언하는 글을 굳이 기사의 형식으로 내놓아야 하는가 하는 회의를 쉽게 .. 2021. 5. 3.
‘떼법(法)’의 복수(?) 사용자와 권력의 담론, ‘떼법’은 어떻게 응전했나 ‘떼법’이라면 언제부터인가 귀에 익은 낱말이다. 이 낱말은 참여정부 때부터 유행한 말이었다고 하는데 데 글쎄, 과문한 탓인지 내 기억은 긴기민가하다. 오히려 이 합성어는 현 정부 들면서 대통령이 “우리 사전에서 ‘떼법’이니, 정서법(情緖法)이니 다 지워버리자”라고 일갈한 이래 ‘불합리한 억지’라는 뜻으로 쓰이면서 더 널리 알려진 게 아닌가 싶다. ‘‘떼법’은 노무현 정부 시절 유행어로 ‘파업하기 좋은 나라’와 더불어 노무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빗댄 표현으로 특히 기업인들 사이에 유행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었으나 이제 더 강력한 떼법이 생겼다는 것이다. ‘떼’에는 다중, 억지라는 두 의미가 모두 있으니, 떼법은 숫자의 힘으로 밀.. 2021. 5. 2.
구미시, ‘죽은 자의 제사상’보다 ‘산 자들의 삶’을 돌보라 [2017 전국 일주 - 대구·경북 ⑭] 박정희 생가 방문객 수 급격히 감소… 민생과 거리 먼 ‘박정희 기념사업’ 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기사 보강 : 24일 오전 9시 38분] 지난 24일 구미참여연대(아래 참여연대)는 우정사업본부가 ‘박정희 기념 우표’ 발행 계획을 취소하고 경상북도가 ‘박정희 100년 사업 계획’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민심을 거스를 수는 없다. 박정희 100년 사업 취소하라!’라는 내용의 성명을 내고 박정희 유물전시관 건립 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2021. 5. 2.
‘수의사 혹은 농사꾼’이 딸과 나눈 생태 이야기 [서평] ‘해를 그리며’ 박종무의 블로그 가운데 ‘태양 아래 사람이 머무는 풍경’은 웬만한 중학생도 하나쯤 갖고 있다는 이 블로그 전성시대에도 꽤 진귀(?)한 동네다. 가볍고 유쾌한 일상을 꾸밈없이 전하고 있는 우리 시대의 숱한 블로그에 비기면 이 블로그는 꽤 고답적인 곳이라고 여기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 아래 사람이 머무는 풍경’이라는 블로그의 문패도 그렇지만, 여기 오르는 글들이 뿜어내는 포스(?) 또한 여간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기실 ‘생태주의’는 오늘날의 ‘트렌드’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다가가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영역이다. 그러나 그것과 관련하여 이 블로그의 주인장이 펼치는 사유와 천착, 그 흐름은 비록 전문가의 그것처럼 유장하지는 않되 만만치 않은 진정성으로 다가오는 까.. 2021. 5. 1.
‘박정희 우표’가 끝이 아니다, 200억 ‘박정희 유물관’이 온다 구미참여연대 “우표 발행 고집한 남유진 시장 사과해야”… “유물관 건립도 취소해야” 결국 논란이 일었던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우표’의 발행 계획이 철회되었다. 지난 12일 아침 8시부터 남유진 구미시장이 애초의 결정대로 우표를 발행하라며 벌인 1인시위는 도로에 그쳤다. 이날 서울 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우표 발행 심의위원회 회의에서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우표 발행 건에 대해 재심의한 결과, 우표를 발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관련 기사 : 박정희 우표 찍으라고 ‘1인시위’, “구미시장님, 남사스럽습니다”] 지난해 4월 구미시의 발행 요청에 따라 다음 달에 열린 우표 발행 심의위원회에서 발행을 결정한 지 14개월 만이다. 우표 발행이 결정되면서 시민단체와 노동조합, 학계 등에서.. 2021. 4. 30.
스타, 팬, 그리고 ‘한겨레 의견광고’ 한겨레신문의 ‘의견광고’ 일간지에 이른바 ‘의견광고’가 처음 실린 신문은 아마 였을 것이다. 1974년 연말, 광고 해약 사태가 일어나면서 가 백지 광고를 내보내자 시민들의 이를 격려하는 광고로 범국민적 언론자유 운동을 벌인 것 말이다. 형식은 다르지만 의견광고가 다시 지면에 등장한 건 에서였던 것 같다. 내가 기억하기에 그것은 1989년 여름, 전교조 관련으로 교사들이 대량 해직되던 시기에 이들에 대한 지지·격려 광고로 재등장하였던 듯하다. 그 무렵 내 고교 후배들이 낸, 해직된 선배 셋을 지지하는 광고와 해직된 학교의 제자들이 낸 광고가 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20년, 다른 신문은 어떤지 몰라도 한겨레의 의견 광고는 나름대로 진보를 거듭해 왔다. 정치 사회적인 의견 광고뿐 아니라 일반시민들.. 2021. 4. 29.
박정희 재떨이 모시는 200억짜리 ‘자료관’이라니… 1,368억 들여 ‘박정희 도시’ 만들기 나선 구미시…누구를 위한 기억인가 재떨이가 화제다. 그것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이라고 기증된 재떨이다. 뜬금없이 재떨이가 화제가 된 것은 경북 구미시에서 총사업비 200억 원이 소요되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세우려 하면서 거기 보관할 ‘유물’을 기증받는 캠페인을 벌이면서다. 애당초 구미시가 세운 유물 확보 사업의 취지는 야심 찼다. ‘(……) 개인이 자료를 관리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도난 멸실 훼손 등으로부터 자료를 보호하고, 건립 예정인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의 전시 교육 연구에 활용’하겠다며 구미시는 ‘유물 기증 캠페인’을 시작한 것이다. ‘재떨이’는 어떤 역사를 환기해 줄까 그러나 1차 캠페인(2016.4~7)에 이은 2차 캠페인(2016... 2021. 4. 28.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친일인명사전>을! 동네 도서관에 신청하기 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최대, 최고의 인물 사전’이다. 연구소를 설립한 지 18년, 편찬위원회를 꾸린 지 8년 만에 반역사적 수구 세력의 방해를 넘어 내놓은 이 사전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시작한 식민지 역사 청산의 첫걸음이었다. 은 발간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각종 소송으로 인한 법정 다툼과 열악한 재정난을 딛고 은 2009년 세상에 나왔다. 발간 한 해 만에 4천여 질이 판매됨으로써 ‘역사 정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애정’의 크기를 확인하기도 했다. 4,389명의 친일 인사들의 친일·반민족 행위가 기록된 은 순수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정리된 ‘친일의 역사’다. 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 5천여 명의 회원들의 후원금과 국민 성금 운동을 통해 모인 7억.. 2021.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