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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우리 모두가 ‘상복’을 입어야 한다

by 낮달2018 2022.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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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9일 만에 용산참사 장례 치러진다

▲ 참사 349일 만에야 장례가 치러진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 범대위 누리집에서

용산에 비친 ‘우리’와 ‘우리 시대’의 ‘초상’

 

‘용산’은 탐욕으로 얼룩진 개발의 시대에 부끄러움으로 남은 우리 시대, 삶의 거울이다. 거기 비친 것은 자기만의 작은 이익에는 기꺼이 노예가 되면서 이웃의 아픔과 분노는 짐짓 외면해 온 동시대인들의 비굴하고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관련 글 : 용산참사, 기억의 투쟁]

 

가난하고 힘없는 시민들에게 가해진 공권력의 부당한 ‘폭력’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맞선 ‘저항’에 던져진‘폭력’의 몰매는 가혹했다. 그 얼굴 없는 ‘폭력’ 앞에 ‘나는 아니다’, 도리질한 사람들의 침묵이 그들의 죽음을, 수백 일 동안의 폭력을 용인했고, 그 주검 위에 침을 뱉은 것이다.

 

용산은 2010년, ‘선진화’를 자랑하는 정치권력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이 땅이 여전히 ‘야만의 세상’임을 증언하고, 이 땅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허울 좋은 모래 위의 성채였음을 깨우쳐 준다. 유명을 달리한 전직 대통령에게 조문하기 위해 5시간을 기꺼이 버리던 시민들이 억울한 희생자들의 죽음을 위하여 단 5분의 시간을 내지 못하는 이 엄청난 괴리가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이다.

 

용산, 349일 만에 ‘범국민장’으로

 

오는 1월 9일, 용산 희생자 다섯 분의 장례가 치러진다. 참사 발생 349일째 만이다. 용산참사 범국민 대책위원회(범대위·공동대표 조희주 등)는 이 장례를 ‘시민 상주’ 5천 명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하는 형태로 치른다고 발표했다.(관련 <한겨레> 기사 참조)

 

범대위는 ‘범국민장’으로 치러질 이 장례에 참여할 시민 상주 5천 명을 오늘 7일 낮 12시까지 누리집을 통해서 모집한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배웅에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이들은 누리집에 신청한 뒤, 묘지 조성 비용과 신문 광고비 등으로 쓰일 참가비 1만 원을 입금하면 된다.

 

참여 시민의 명단은 8일 치 신문광고 등을 통해 공개된다고.(이름 공개를 원하지 않거나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싶은 않은 이들은 은행에 입금한 후 누리집으로 메일을 보내면 된다.) ‘유가족 및 구속자 지원·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모금’에도 참여할 수 있다.

 

▶클릭! 용산참사 범국민 대책위원회 장례위원 참여

 

희생자뿐 아니라 ‘부끄러운 침묵’과도 ‘영결’하여야

 

기사를 읽고서 바로 범대위 누리집에 접속할 때가 8시께였다. 그때까지 장례위원으로 신청한 이는 67명. 게시판에 남긴 글에 드러난 것은 부끄러움과 참회다. 그나마 그것이 우리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서글프게 확인하는 순간이다. 늘 망자는 죽음으로써 산 자를 가르치는 것이다.

 

· 용산은 저에게 부끄러움입니다.

· 누구 한 사람이라도 고통을 받는다면 누구든 편히 잠잘 권리가 없다.

· 행하지 못해 눈물만 흘리고 부끄러웠습니다.

·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그 참 세상은 꼭 올 것입니다.

 

· 고인들이 꿈꾸었던 세상? 살아남은 우리들이 이루어야 할 몫입니다.

· 밤은 길지라도…, 우린…… 승리하리라!!

· 이렇게 살아서 미안해요. 아버님들, 아, 어쩌죠, 아, 어쩌나요.

· 남은 과제는 산자의 몫으로 남기시고 편안히 쉬소서.

 

· 모든 사물을 따뜻하게 감싸는 눈송이처럼 우리 주변의 작은 아픔까지도 돌아볼 줄 아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 편히 쉬세요. 그리고 이곳을 지켜봐 주시고 깨우쳐 주세요.

· 타인의 아픔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함께해 본 저에게 용산참사는 사회와 연대의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던 산 교육장이었습니다.

 

9시 20분 현재, 글을 남긴 이는 모두 72명이다. 1월 9일, 부끄러움과 슬픔을 아는 이웃이라면 마땅히 마음으로라도 상복을 입어야 한다. 장례에 참석하든 않든 그것이 이 땅에 함께 살아온 이웃으로서의 우리의 몫일 터이기 때문이다.

 

영결할 것은 1년여 동안 영면하지 못한 희생자 다섯 분만이 아니다. 이웃의 아픔과 눈물을 짐짓 외면하고 자신의 이해에 골몰해 오느라 작아진 우리 자신과도 작별하여야 한다. 분노조차 잊은 부끄러운 침묵과도 영결하여야 한다.

 

용산참사 관련 글

· 180, 나라가 국민을 버린 시간

· 누가 저들의 이웃입니까?

· 무제(용산참사 최종 선고)

 

2010. 1. 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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