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낙동강체육공원의 억새와 코스모스
강변 곳곳에 체육공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4대강 사업의 결과다. 개중에는 흉내만 내놓고 관리가 안 돼 흉물이 된 데도 있지만, 근처 주민들에게 생광스러운 체육과 여가 공간이 된 곳도 있다. 구미의 낙동강 체육공원도 그중 하나다.
구미 낙동강 체육공원은 2012년, 지산동과 고아읍 괴평리 일대 둔치에 2.11㎢ 규모로 조성된, 종합경기장과 축구장, 야구장, 족구장, 풋살경기장, 게이트볼장 등 전체 42면의 다양한 체육시설과 구미 캠핑장, 자전거대여소, 어린이 놀이시설 등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체육공원이다.
여유로운 공간은 봄에는 금계국 단지, 가을엔 핑크뮬리와 억새 등 계절 별로 다양한 꽃을 심어 장관을 연출한다. 2018년에 연간 이용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니, 구미 인구 42만을 고려하면 정작 모르는 사람 빼고는 다 다녀간 명소가 된 셈이다.
체육시설을 이용할 일도, 일부러 거기 구경을 갈 만한 호사 취미도 없어 나는 체육공원에 거의 가 보지 않았다. 얼마 전에는 코스모스가 어디 없나 싶어 거기 들렀는데, 주말이라 사람과 차가 붐비고 있어, 살펴보다가 부근의 억새 몇 장을 찍고 돌아와 버렸다.
나중에 아내한테 들으니 핑크뮬리 단지를 지나면 천여 평의 코스모스밭이 있다는 거였다. 23일에는 아내와 함께, 25일에는 혼자서 아침 일찍 들렀다. 코스모스라면 코로나19로 열지는 못했지만, 인근 장천면에 코스모스 축제를 여는 코스모스길과 밭이 있다. 거기 코스모스가 키가 큰 놈들이다.
체육공원의 코스모스밭에는 빨강, 분홍 등의 꽃을 단 키 작은 코스모스를 빽빽하게 심어 놓았는데, 비록 꾸며놓은 풍경이지만, 장관이라 할 만했다. 두 번째로 들르면서 보니, 그 위쪽 낙동강 강변에 꽤 널따란 억새밭이 펼쳐져 있었다. 다니지 않으면 코앞의 절경도 알지 못한다는 건 맞는 말이다.
억새밭은 아쉽게도 그 장관을 조망할 만한 자리가 없었다. 시내 쫌으로 꽤 높게 만든 포장도로에 전망대가 있었지만, 미루나무 가로수가 조망을 막았다. 사진을 찍으면서 확인하니, 억새 속에 가끔 갈대도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순천만의 갈대도 제철을 맞고 있겠다.
거칠게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이 때론 실제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질 때도 있긴 하지만, 장관은 눈으로 확인하는 게 제일이다. 사진이 현실을 재현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렌즈를 통해 굴절된 현재니 말이다.
2020. 10. 2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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