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 북삼읍 인평리 달제(달지못)의 왕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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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하다는 약방이나 의사가 제 터에서보다 다른 고장에 먼저 알려지듯, 명승도 타관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체로 사람들은 입소문이나 유명세를 좇아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내 고향 앞 샛강에 있던 미루나무숲이 주말이면 대구나 인근 도시에서 온 나들이객으로 북적였던 것도 같은 경우다. [관련 글 : ‘샛강’, 사라지거나 바뀌거나]
혹시 인근에 풍경 좋은 데가 있나 싶어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알게 된 곳이 칠곡군 북삼읍 인평리 895-1의 저수지 ‘달제’다. 한자어인 듯한데, 사람들은 ‘달지못’, ‘달비못’ 등으로 부른다는 조그만 연못이다. 칠곡군 공식 블로그에서는 ‘달제’를 숨은 명소 ‘연꽃 공원’으로 소개하고 있다.[관련 글 : 칠곡군 숨은 명소 연꽃공원 달제 저수지]
수면을 뒤덮은 연꽃과 함께 연못가의 왕버들 풍경이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심심찮게 사진가들의 발길도 이어지는 모양이었다. 지역 신문들은 노을 명소로 소개하고, 몇몇 블로그에 올라온 겨울과 봄의 저수지 풍경이 예사롭지 않았다. 여름이면 연잎으로 덮인 수면에 백련이 고왔지만, 나는 왕버들 잎에 어리는 연록의 봄빛에 매료되었다.
차일피일하다가 길을 나선 게 지난 월요일(13일)이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서 30여 분 만에 저수지 둑 아래에 닿았다. 수은주가 갑자기 곤두박질치면서 세찬 바람이 매웠는데, 둑의 흙길에 올라서니 반대편에 낚시꾼 하나가 낚시를 드리우고 있었을 뿐, 연잎이 말라가고 있는 호수 주변은 적막했다.
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이라 왕버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뜻밖에 역광으로 드러나는 왕버들 잎사귀 연록 빛이 반짝반짝 빛을 냈다. 둑길에 올라서 살펴보니 못은 크지 않다. 축대 없이 맨흙으로 이루어진 둑도 물이 흘러드는 수구도 허술했고, 둑길에 설치해 놓은 벤치 몇 개 외에는 따로 손댄 흔적이 없는 시골 연못이었다.
왕버들은 언제쯤 심은 것일까. 아직 그만그만한 굵기의 나무들 가운데 고목이라 할 만한 건 한 그루뿐이었다. 왕버들은 지름 1m 이상 자라고 높이 20m에 달하는 나무로서, 키가 크고 잎도 버드나무에 비하여 넓어서 ‘왕버들’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측된다.
전라남북도에 각각 1그루씩, 경상북도에는 2곳의 왕버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유명한 청송군 파천면 관리에 있는 왕버들(1주)과 성주 성밖숲 왕버들이 그것이다. 실제 왕버들 풍경으로 유명한 곳은 청송군 주왕산면 주산지리의 왕버들이다. [관련 글 : 성주 성밖숲과 백년설 노래비 / 주산지(注山池), 왕버들과 물안개의 호수]
버드나무는 우리나라 전국 어디든지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우리 나무다. 버드나무의 학명은 ‘Salix koreensis Andersson’로 여기서 ‘koreensis’는 라틴어로 한국에 살고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버드나무 영어 이름 또한 ‘Korean willow’로 이름이니 버들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나무임이 분명하다.
버드나무는 우리 어릴 적 시골 신작로 좌우에 심긴 오래된 가로수였고, 가지가 부드러워서 이른 봄, 우리는 물오른 가지로 버들피리(호드기)를 만들곤 했다. 버드나무는 버드나뭇과에 속하는 낙엽 교목인데, 한반도에 자생하는 버드나무는 능수버들, 왕버들, 갯버들(낙엽 관목) 등으로 총 30종이 있다고 한다. [관련 글 : ‘버들피리(호드기)’의 계절]
달제의 왕버들은 아직 고목이 안 된 젊은 나무여서 주산지의 절경에 비길 수는 없다. 그러나 봄의 신록과 여름의 연꽃 등의 풍경은 연잎이 말라가고 있는 늦가을의 그것과 견줄 수 없을 것이다. 그게, 겨울 지나고 새로 오는 봄과 한여름에 신록과 백련을 만나러 이 저수지를 다시 찾겠다고 마음먹지 않을 도리가 없는 이유다.
2023. 11. 1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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