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사진] 2024, ‘지산 샛강’에 이른 봄

by 낮달2018 2024. 3. 22.
728x90

샛강호수 둘레길 따라 황토와 마사토 ‘맨발길’도 조성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지산 샛강은 낙동강 지류로 지역의 마지막 습지가 된 뒤 2002년 구미시에서가 생태습지로 조성하여 '지산 샛강생태공원'이 되었다.
▲ 지난해부터 샛강생태공원은 큰고니 조형물 등 곳곳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있다.

구미시 지산동에 있는 샛강은 낙동강 본류가 가지를 친 ‘샛강’으로 불리었지만, 강의 기능을 잃으면서 점차 습지로 바뀌어 온 낙동강의 망상하천(網狀河川), 즉 ‘강이 그물 모양으로 얽혀 흐르는 모양의 하천’이다. 전체 면적이 4.88km²인 샛강은 본류가 변한 우각호성(牛角湖性 : 우각호는 ‘낮은 평야 지대를 사행(蛇行)하던 하천이 끊겨 생긴, 쇠뿔 모양의 호수’) 습지라고도 한다.

 

습지로 바뀌면서 샛강은 연, 줄, 아기 연꽃, 가래, 마름, 물옥잠 등의 식물상과 잉엇과 어류(붕어, 가물치), 식용 달팽이, 황소개구리, 왜가리, 백로, 논병아리 등의 동물상(相)을 갖춘 생태계가 되었다. 4대강 사업으로 인근 해평습지가 사라지면서 샛강은 이 지역의 마지막 습지가 되면서 구미시가 2002년부터 샛강 일원을 생태습지로 조성하고 시민의 휴식 공간과 자연 친화적 체험 학습장으로 꾸미면서 ‘지산 샛강생태공원’이 되었다. [관련 글 : 샛강이 생태공원이 되었다]

 

‘샛강’은 보통명사여서 앞에 동네 이름을 붙여서 ‘지산 샛강’으로 부른다. 2012년 구미로 들어와 살면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샛강은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이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공간은 여름에는 연꽃단지로 꾸며지곤 했지만, 들를 때마다 우리 가족은 오붓이 이 공간을 즐길 수 있었다.

▲ 샛강 입구의 포토존인 듯한 조형물. 텔레비전 모니터 형식으로 조성했다.
▲ 샛강의 데크 산책로. 수면이 연꽃으로 덮히는 6, 7월이면 이 산책로는 요긴하게 이용된다.
▲ 샛강 상류의 끝 부분. 왼쪽 황톳길은 오른쪽 출발점에서 여기까지다. 오른쪽은 신발장이다.
▲ 샛강 상류 쪽에 있는 조각배. 호수 수면에는 철새들이 노닐고 있다.

지산 샛강이 시민들에게 더 널리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발길을 모으게 된 것은 2021년부터가 아닌가 한다. 10여 년을 다녔으나, 무심코 지났던 ‘샛강’이 둘레길을 따라 서 있는 벚꽃의 봄으로 다시 보이게 된 것이다. 호수와 어우러져 둑길을 따라 행진하듯 이어지는 벚꽃 행렬을 나는 ‘벚꽃 열차’라고 이름하면서 샛강의 봄을 해마다 렌즈에 담곤 했다. [관련 글 : 올해도 샛강 벚꽃열차는 달린다]

 

벚꽃 풍경으로 이름이 나자, 지산 샛강은 지난해에는 호수 둘레에 조명등을 설치하면서 주차장이 모자라 시민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구미시의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전국에서 불붙은 ‘맨발 걷기’ 열풍에 따라 호수 상류 일부 구간에 황톳길을 조성하는 등 발 빠른 조치가 이루어졌었다. [관련 글 : 맨발 걷기 목표는 맨발 걷기를 이어가며 겨울나기]

▲ 샛강 맨발길 노선도. 상류 끝에 있다.
▲ 샛강 상류의 황토 맨발길. 상류를 한 바퀴 돌아 상류 끝까지 이어진다.
▲ 출발점 반대편의  홧토 맨발길. 벚나무는 지금 꽃눈이 무르익고 있다.
▲ 하류 쪽의 마사토로 된 맨발길.오른쪽에도 신발장이 놓여 있다.

그런데, 겨우내 걸음을 하지 않았던 샛강에 우연히 들렀더니, 둘레길 따라 맨발 걷기 길 연장 공사가 한창이었다. 구미시에서 이 열풍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구나 싶었는데, 어저께는 사진기를 들고, 샛강 둘레길을 한 바퀴 돌았다. 상류 구간은 황톳길로 조성되었고, 하류 둘레길은 마사토로 조성한 걷기 길이었다. 하류 오른쪽 길옆에 주차장도 새로 만들었다.

 

서둘러 한 공사였지만, ‘맨발길’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제대로 공사한 티가 났다. 한 바퀴를 맨발로 돌고 난 느낌은 ‘만족’이었다. 중간에 다른 길과의 교차점에 돌길로 끊긴 부분이 있긴 했어도 그만하면 90점은 줄 만했다. 나는 구미에 와서 처음으로 납세자로서 시 행정의 ‘효능감’을 느꼈다.

 

이르면 다음 주 말쯤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터, 샛강은 구미 시민들의 발길로 미어질 것이다. 어쨌거나 도시의 주인은 시민, 그들의 건강과 여가 선용을 돕는 시정은 얼마든지 더 장려되어야 할 것이다. 쓸데없는 박정희 추모 사업에 수백억 예산을 쓰는 것보다 일반 시민을 위해 마땅히 시의 쌈지를 여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정이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지산 샛강의 벚꽃은 다음 주에 전해드리겠다. 호수의 물빛과 어우러진 샛강의 풍경, 무르익고 있는 꽃눈 등의 풍경으로 지산 샛강에 이른 봄, 그 전식(前食, 에피타이저)을 맛보시길…….

▲ 무르익고 있는 벚꽃 꽃눈이 다닥다닥 달린 벚나무 가지가 수면 위에 드리워져 있다.
▲ 벚나무와 함께 서 있는 버들개지의 노란 새잎이 산뜻했다.
▲ 주차장 쪽에 있는 무인 카페, '고니벅스'. 고니는 샛강생태공원의 상징 같은 철새다.

 

 

2024. 3.22. 낮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