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체육공원의 아스타, 샛강생태공원의 버들마편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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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면서 공원이나 유원지에 피는 꽃이란 늘 비슷비슷하다. 가을꽃이라 하면, 국화나 코스모스가 제일 먼저인데, 너무 익숙하게 보는 꽃이라 별 감흥이 없다. 구미의 낙동강체육공원에서는 올해 ‘낭만 구미 꽃 축제’가 열렸던 모양이다.
거리에 펼침막이 걸렸지만, 무심히 보고 넘겼다. 나는 축제가 열리기 전에 체육공원을 다녀왔는데, 정작 축제는 그 며칠 뒤에 열렸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나는 축제 전에 미리 꽃을 돌아본 셈이었다. 체육공원에서는 몇 해 전부터 1천여 평의 터에 코스모스를 심어 꽃을 피우고 핑크뮬리 군락을 조성하여 시민들을 불러냈다. [관련 글 : 억새와 코스모스-구미 낙동강 체육공원]
조경으로 심은 키 작은 코스모스는 몇 해 지나면서 좀 맥이 빠졌다. 원래 줄기가 연약해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드나들다 보면 꽃밭은 헝클어지고, 모양새가 빠질 수밖에 없어서다. 나는 대신 강변에 빽빽하게 들어찬 야생 억새에 꽂혀 여러 번 사진을 찍기도 했었다. [관련 글 : 낙동강 강변에 펼쳐진 ‘으악새’를 아시나요]
올해 꽃 축제에서는 코스모스와 핑크뮬리 외에 국화와 아스타가 새로 선을 보였다. 아스타(Aster)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일년초 아스타 꽃인 과꽃(Callistepus)을 개량한 원예종이다. 경남 거창 감악산(紺岳山, 952m)에서 베풀어지는 ‘꽃&별 여행’ 축제의 주역이었던 꽃이다. [관련 글 : 보랏빛 아스타 꽃밭에 ‘풍차’까지…여기 진짜 한국 맞아?]
보랏빛이 돋보이는 아스타 꽃 단지가 인상적이긴 했다. 그러나 산등성이에 펼쳐진 감악산의 아스타와는 달리 평지에 조성된 꽃 단지는 좀 밋밋하고 사진으로 담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래도 흔치 않은 꽃에 혹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체육공원 가장자리에 난 포장도로 옆으로 1열로 늘어선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펼쳐졌다. 일부에는 2열로 조성한 가로수 사이에 야자섬유 매트를 깐 산책길도 있었다. 공원의 끝부분에는 강아지풀 닮은, 억센 원기둥 모양의 꽃이삭이 이어졌다. 지난해 이맘때, 대부도 가는 길 시화 방조제에서 만난 그 꽃, 벼목 볏과의 여러해살이풀인 수크령이다.
강가에 자생하는 억새와 갈대는 체육공원의 보물이다. 그러나 억새밭을 지날 때마다 광활한 억새 단지의 풍경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아쉬웠다. 저절로 자란 억새밭을 잘 구획하여 시민들이 그 안에서 어우러져 가을을 만끽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를 나는 늘 생각하곤 한다.
샛강생태공원, 관리사무소 건너편 강가에도 보랏빛 새 꽃이 피었다. 가까이 가 보니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수목원에서 만난 버들마편초다.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부둣가에 여러해살이풀로 자라는 귀화식물인 버들마편초는 경남 마산에 귀화하여 자랐다고 한다. 붉은 보라색으로 피는 꽃은 꽃대에서 자라는 작은 꽃자루에서 핀다. [관련 글 :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 여름휴가 대신 가면 딱이네]
올해 어린 꽃을 심어서인지 키도 작고 아직 꽃이 온전히 만개하지 않았다. 꽃잎도 작아서일까, 한눈에 들어오기보다 마치 점묘화처럼 공중에 뜬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샛강 가에 핀 버들마편초의 보랏빛은 익숙한 샛강의 풍경을 아주 잔잔하게 일렁이게 만들고 있다.
150m 황톳길 옆 강가의 산수유에 붉은 열매 잔뜩 열렸다. 산수유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거기 그렇게 다닥다닥 잘 익은 산수유가 열린 걸 확인하는 건 처음이다. 계절마다 심심찮게 샛강을 들른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내가 본 풍경은 단지 샛강의 일부분일 뿐이었는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4월에 강 주변을 꽃으로 화사하게 밝히던 벚나무는 벌써 잎을 죄다 떨어뜨리고 있다. 벚나무 단풍도 꽤 볼 만한데, 하고 말꼬리를 흐리며 돌아보니 모처럼 맑아진 하늘 저 멀리 금오산 현월봉이 성큼 다가온다.
2023. 10. 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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