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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여행, 그 떠남과 이름의 기록

에코랜드 ‘곶자왈 숲속 기차여행’은 좀 싱거웠다

by 낮달2018 2022.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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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 2일 차(2022. 4. 19.)

*PC에서는 가로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 이미지로 볼 수 있음.

▲ 에코랜드 기차여행은 4.5km 거리에 네 개의 역이 있는 풍경을 한 바퀴 돈다.
▲ 에코브릿지 역 근처에 있는 풍차. 이런 잘 꾸며진 풍경이 이용객들의 발길을 당긴다.

아내는 이전에 실버대학 등의 교회 행사로 두어 차례 제주를 찾았었다. 그게 2012년 이후였으니, 제주도의 여행지는 한층 더 발전해 있었을 것이다. 아내는 ‘곶자왈 숲속 기차여행’의 감동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에코랜드에 가 보지 못한 내게는 별로 와 닿지 않았다.  이번에 제주로 오면서 우리는 에코랜드에서 기차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둘째 날, 에코랜드는 비자림 다음의 목적지였으니 결과적으로 우리는 여정을 잘못 짠 셈이었다. 비자림의 원시림이 주는 감동이 너무 커서 아내는 에코랜드의 숲은 비자림에 비기면 우습겠다고 말했는데 그건 사실이었다. 비자림의 수백 년 묵은 나무로 빽빽한 비자림에 익은 눈에 에코랜드의 잡목 숲은 너무 심심했으니까 말이다. 

 

에코랜드는 “1800년대 증기기관차인 볼드윈 기종을 모델화하여 영국에서 수제품으로 제작된 링컨 기차로 30만 평의 곶자왈 원시림을 기차로 체험하는 테마파크”(에코랜드 누리집)다. 에코랜드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의 ‘교래 곶자왈’에 걸쳐 있다.

 

곶자왈은 화산활동 중 분출한 용암류가 만들어낸 불규칙한 암괴(巖塊) 지대로 숲과 덤불 등 다양한 식생을 이루는 곳을 이르는데, ‘곶’과 ‘자왈’의 합성어인 제주말이다. 즉 곶자왈이란 암괴가 불규칙하게 널린 지대에 형성된 숲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며 독특한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다.

▲ 제주의 곶자왈 ⓒ 제주곶자왈도립공원

곶자왈 지역은 주로 완만한 경사를 가진 제주의 동서 방향을 따라 발달하고 있다. 그중 특히 보전상태가 양호한 제주도 서부의 한경-안덕 곶자왈, 애월 곶자왈, 그리고 동부의 조천-함덕 곶자왈, 구좌-성산 곶자왈 지대를 제주의 4대 곶자왈이라 한다. 에코랜드는 그중 동부의 조천-함덕 곶자왈 중 조천 교래 곶자왈에 걸쳐 있다.

 

에코랜드 테마파크에서는 교래 곶자왈 주변을 4.5km의 기차여행으로 돌아보며, “신비의 숲 곶자왈에서 서식하는 곤충과 동물 그리고 다양한 식물을 체험할 수 있”고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무한한 혜택을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용자가 적극적으로 상당한 시간’을 들여 노력할 때 가능한 체험이고, 학습이다.

▲ 기차는 교래 곶자왈의 숲을 지나지만, 속력 때문에 느긋하게 숲과 나무를 바라볼 수는 없다.
▲ 에코랜드의 기차 내부. 우리가 탄 기차에는 빈 자리가 많았다.

기차가 4.5km 거리를 네 개의 역을 돌며 운행할 때, 이용자는 아무 역이나 내려 구경, 체험하고 다시 오는 기차를 타고 최종적으로 출발·종착역(누리집에는 ‘메인역’)으로 돌아올 수 있다. 수상 데크가 있는 에코브릿지 역, 초지와 풍차, 그리고 호수가 있는 레이크사이드 역, 금잔디에서 소풍을 즐길 수 있는 피크닉 가든 역, 계절별 다양한 꽃이 가득한 유럽식 정원이 있는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 역 등 네 역을 거치면서 이용자들은 구경하고 사진 찍기에바쁘다.

 

기차의 속도는 대략 시속 10km 안쪽인 듯한데, 느낌으로는 좀 빨랐다. 사진을 찍을라치면 풍경은 쏜살같이 사라지곤 했으니까. 역마다 내려 주변의 풍경을 돌아보거나, 기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공원을 둘러보면 어떨까, 사실상 공원 전체의 풍경과 자연을 단시간에 돌아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기찻길 옆 숲도 잡목숲이 많았고, 직전에 비자림에서 만났던 원시림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숲은 바라보는 순간 이미 저만치 지나가 버리는 상황에서 숲과 나무를 온전히 살펴보기는 어렵기도 했다. 아내는 비자림의 숲을 보다가 여길 보니까 장난 같네, 하고 웃었다. 정말 거기 비하면 곶자왈의 숲은 싱겁고 심심했다.

▲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 역의 라벤더 화분.
▲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 역의 라벤더 밭. 저 끝에 일하는 사내는 마네킹이다.
▲ 왕벚꽃 사이에 엘이디 등불을 달았다. 대낮인데도 불은 켜져 있었다.
▲ 갖가지 색깔의 튤립꽃. 그러나 철이 다 됐는지 튤립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 역의 다리 위에서 찍은 철길.
▲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 역에서 로즈가든으로 넘어가는 다리 위에 서 있는 나무에 별 모양의 등이 잔뜩 걸려 있었다.
▲ 팜하우스에서 사 먹은 길쭉이 호떡. 비샀지만, 맛은 괜찮았다.

우리는 마지막 역인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 역에 내려서 유럽식 정원과 라벤더밭, 목장 산책로 등을 둘러보았다. 튤립은 끝물인지 슬슬 시들고 있었고, 무어 눈이 확 떠지는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왕벚꽃 단지 부근의 팜하우스에서 길쭉이 호떡을 사 먹었다.

 

그리고 우리는 본역까지 걷기로 했다. 기찻길 말고 따로 걷는 데크 길은 조용하고 시원했다. 동백꽃이 마지막 꽃을 피우고 있었고, 중간중간에 길옆으로 기차가 지나가기도 했고, 쉬는 기차가 멈춰져 있기도 했다.

▲ 라벤더, 그린티 & 로즈가든 역에서 걸어서 종착역으로 오는 데크 길. 길은 조용하고 시원하였다.
▲ 길옆 주박선에서 쉬고 있는 기차. 노란색 기차다.
▲ 데크 길 주변에는 동백나무가 우거져 있었고, 철지난 꽃이 가끔씩 눈에 띄었다.
▲ 데크 길 옆 가루스는 동백나무다.
▲ 데크 길 옆에 가끔 눈에 띄는 비자나무.
▲ 기찻길. 숲속을 기차를 타고 누빈다는 건 상상을 뒤집는 행위다.
▲ 종착역 주변에 쉬고 있는 기차. 증기 기관차 모양을 하고 있지만 증기로 움직이는 건 아니다.

날씨가 꽤 더웠다. 아마 우리가 제주에 머문 날 중에서 기온이 제일 높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인근의 맛집을 검색하여 제주흑돼지구이를 먹었다. 흑돼지 맛은 괜찮았는데, 기본 반찬이나, 된장찌개 맛은 영 아니었다. 여행지의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건 돌아갈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사려니숲을 향해 차를 몰았다.

 

 

2022. 5. 2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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