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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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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북후면 신전리의 메밀밭 안동시 북후면 신전리(薪田里)의 1만8천 평 메밀꽃 단지 안동시 북후면 신전리(薪田里)는 KBS 중계소로 올라가는 학가산 기슭에 있다. 이 마을에는 경북에서 하나뿐인 정부 예산 지원을 받은, 만8천 평의 메밀꽃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농림부가 추진하는 ‘경관보전직접지불제’ 시범사업 대상지다. ‘경관보전직불제’는 농촌 지역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전하기 위해 메밀꽃 등 비소득용 작물을 집단적으로 심고 주민들이 이 작물로 메밀묵과 메밀국수 등 음식을 가공 판매해 소득을 올리도록 하는 지원하는 제도다. 어제 아이들과 함께 신전리를 찾았다. 재를 넘자마자 눈 아래 펼쳐지는 학가산 기슭 전체가 하얗게 뒤덮여 있었던 이태 전과는 달리 뭔가 좀 허전한 느낌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메밀꽃 만개 시기. 길가에서 누렇게 익어가는.. 2021. 9. 1.
이제,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이제,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짜장면은 짜장면이다.” “나는 우리나라 어느 중국집도 자장면을 파는 집을 보지 못했다. 중국집에는 짜장면이 있고,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시인 안도현이 쓴 어른들을 위한 동화 “짜장면”의 후기에 쓴 글이다. 그렇다. 짜장면은 짜장면일 뿐이다. 그런데 이 재미없는 동어반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짜장면의 표준어가 ‘자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자장면’은 일부 아나운서들이 방송에서나 쓰던 말로 정작 다수 언중(言衆)과는 인연이 없는 죽은 낱말이었다. 그런데 그 짜장면이 다시 표준말의 지위를 얻었다. 국립국어원(원장 권재일)이 국민이 실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나 그동안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았던 ‘짜장면, 먹거리’ 등 39개를 표준어로 인정하고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stdwe.. 2021. 8. 31.
스마트폰으로 <친일 인명사전>을 볼 수 있다 민문연, 앱 출시 민족문제연구소가 을 발간한 것은 2009년 11월이었다. 4,389명의 친일 인사가 수록된 전 3권 총 3,0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사전이 빛을 보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해방 반세기를 넘겼어도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반역사성’도 그러했거니와 사전이 탄생하기까지 유무형의 압력과 방해도 적지 않았다. 2003년 말에 국회에서 편찬을 위한 기초조사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은 대표적 사례라 할 만하다. 분기탱천한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이듬해 1월 모금 캠페인 ‘ 편찬 국민의 힘으로’가 돛을 올렸다. 단 열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대거 참여한 이 캠페인은 삭감액인 5억 원 전액을 모금하는 성과를 이루며 발간의 대의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 주었다. 경술국치 102돌인 지난.. 2021. 8. 30.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목원, 여름휴가 대신 가면 딱이네 다 구경하려면 하루도 모라자... 볼거리 많은 경북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지난 20일, 가족과 함께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있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아래 수목원)을 다녀왔다. '산림 생물 자원 보전에 특화된 수목원'(수목원 누리집)이라는 이 수목원은 2018년 상반기에 정식 개관하였지만, 우리는 초행이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오르내리는 시기에 언감생심인 여름휴가 대신 우리는 이 수목원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었다. 현대판 ‘노아의 방주’, 수목원의 시드 볼트 애당초 별렀던 여행은 아니었다. 당일, 우리는 점심때까지 늑장을 부리다가 오후 2시가 다 돼서 출발했다. 가는 데 2시간, 수목원을 둘러보는 데 2시간쯤 걸리는 거로 잡고 떠났으나, 오후 4시에 도착해 수목원을 들어서면서.. 2021. 8. 29.
[2017 텃밭 일기 4] 탄저가 와도 ‘익을 것은 익는다’ 지난 일기에서 밝혔듯 장마 전에 찾아온 불청객, 탄저(炭疽)를 막아보겠다고 우리 내외는 꽤 가상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 내키진 않았지만 나는 아내의 성화에 식초 희석액을 여러 차례 뿌렸다. 내가 좀 뜨악해하는 눈치를 보이자 아내가 직접 분무기를 메고 약을 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관련 글 : 진딧물 가고 탄저 오다] 아내가 일이 있어 두 번쯤은 나 혼자서 텃밭을 다녀왔다. 지지난 주에 시간 반쯤 걸려 익은 고추를 따는데 탄저로 흉하게 말라 죽고 있는 고추를 보면서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한두 주쯤 먼저 가꾼 묵은 밭은 이미 손쓸 수 없을 정도여서 다음번에 들를 때는 밭을 갈아엎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탄저는 ‘자낭균류에 의해 일어나는 식물의 병’()이다. ‘탄저.. 2021. 8. 29.
아폴로 11호 ‘달 착륙’과 공휴일 1969년 7월 20일 아폴로 달착륙, 이튿날(월요일) 우리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닐 올던 암스트롱(Neil Alden Armstrong, 1930~2012)이 세상을 떠났다. 그는 ‘암스트롱’이라는 성 때문에 미국의 재즈음악가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1901~1971)과 헛갈리기도 하는, 미국의 우주비행사로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다’는 사람이다. 암스트롱, 1969년 7월 20일 달에 착륙하다 닐 암스트롱은 1969년 7월 16일 우주왕복선 아폴로(Apollo) 11호의 선장으로 버즈 올드린, 마이클 콜린스 등 두 명의 비행사와 함께 케네디 우주기지를 출발했다. 닷새 후인 20일 그는 달 주위를 도는 궤도 위에서 모선에 남은 마이클 콜린스와 헤어져서, 올드린과 함께 달 .. 2021. 8. 28.
‘미용실과 스카프, 양산 ’, 더는 ‘여성 전용’ 아니다 [가겨 찻집] 2021년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주요 내용 지난 7월 말께 ‘2021년 2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이 발표된 걸 뒤늦게 알았다. ‘양산’의 뜻풀이에서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에서 ‘주로 여자들이’가 빠졌고, 미용실과 스카프도 같은 형식으로 바뀌었다는 신문 기사를 통해서다. 2021년 2분기 정보 수정 정보가 수정된 낱말은 모두 30개다. ①표제어로 추가된 낱말이 5개, ②표제어 수정이 10개, ③ 원어 수정(한자어의 원문, 그리니까 한자를 수정한 것)이 4개다. 거기다 ④뜻풀이와 용례가 추가된 게 2개, 마지막으로 ⑤뜻풀이 수정이 9개다. (국립국어원 자료 참조) ‘미용실’과 ‘스카프’, ‘양산’은 ⑤뜻풀이가 수정된 경우다. 에서 보는 것처럼 이.. 2021. 8. 27.
‘구미맘(mom)’들이 밝힌 사드(THAAD) 반대 촛불 구미의 엄마들, 사드 반대 촛불을 밝히다 지난 26일 밤, 구미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구미시민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나는 ‘사드 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에서 만든 단체 카톡방을 통해 들었다. 구미는 ‘성주촛불 50일 맞이 전국 50곳 동시다발 행동’으로 촛불을 밝히는 대구·경북의 여덟 군데 가운데 하나다. 26일 밤, 구미시민 촛불문화제 당연히 거기 참여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나는 구미에서 밝혀진 몇 번의 촛불 집회, 그 쓸쓸한 풍경[관련기사 : 잔인한 봄―노란 리본의 공감과 분노(2014/04/26),아이들아, 너희가 바로 새잎이었다(2014/05/01)]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실망스러웠다고 얘기하기는 그렇다. 16만 인구의 시골 안동에 비겨 세 배인 42만 인구의 공.. 2021. 8. 27.
‘저항의 거점’ 창비, 뻔뻔스러워지다? ‘저항의 거점’이었던 창비는 어떻게 바뀌었나 계간 2015년 가을호가 나오면서 한동안 수면 아래 가라앉았던 ‘신경숙 표절 사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는 모양이다. 이번 가을호 머리글에서 백영서 편집주간이 신경숙 표절에 관한 입장을 새로이 밝히면서부터다. (시중에 책이 배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26일 오전 현재 온라인서점에는 이 책이 올라와 있지 않다.)[관련 기사] 신경숙 표절을 바라보는 의 ‘동어반복’ 백 편집주간은 이런저런 ‘의혹’에 대한 창비의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일반의 기대와는 꽤 멀리 떨어진 내용 탓에 문학계의 실망과 비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창비의 공식 입장은 일단 ‘표절 의혹’에 대한 사실상의 ‘반박’이다. ‘표절과 문학 권력 논란을 겪으며’라는 제목의 머리글에 나타난 창비의.. 2021. 8. 26.
‘길 위의 마라토너’ 이봉주에게 바침 꾸밈없는 한 인간의 도전과 자기 삶의 선택에 대한 말 없는 자부 이봉주의 베이징 올림픽 마라톤 경기를 나는 보지 못했다. 나는 이봉주가 생애 마지막 올림픽 경기에서의 입상 가능성 따위를 전혀 궁금해하지 않았다. 나는 우리나라의 대표하는 마라토너라는 사실 외에 이봉주에 대해서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직접은커녕 먼빛으로도 그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그가 완주하리라는 걸 믿고 있었고 어떤 성적을 내든 그를 기리는 글을 한 편 쓰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2008년 8월 24일, 베이징 올림픽의 폐막일 벌어진 마라톤 경기에서 이봉주는 42.195km를 2시간 17분 56초로 완주하며 28위에 올랐다. 마라톤에 출전한 98명 중 28위. 이로써 이 노장 마라토너는 1996년 첫 출전한 애틀랜타 올림픽 은.. 2021. 8. 25.
사드(THAAD), ‘폭탄 돌리기’는 그만! 뜬금없이 시작된 경북 지방의 사드 폭탄 돌리기 나라 안팎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로 시끄럽다. 발표 이전에 칠곡에서 달아오른 반대 열기는 이웃 성주가 배치지역으로 확정 발표되면서 제대로 뜨거워졌다. 블로그에 기사 ‘내 고향 칠곡과 사드(THAAD), 그리고 이웃 성주’를 쓴 게 지난달 26일이다. 기사에서 썼듯 나는 ‘오래 길들어 온 우리 지역의 보수성이 이 신종 무기 체제 앞에서 무력하지 않을까’하고 저어했다. 그러나 3천여 군민이 운집한 집회는 예의 ‘보수성’ 따위는 지역민들의 공통된 이해 앞에서 별 맥을 추지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지역의 보수적 이해를 대변하는 여당 당적의 군수와 군 의회 의장이 머리를 깎으면서 ‘미군 철수’를 운운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풍문에 발.. 2021. 8. 24.
‘사드 반대’ 다 끝난 거 아니냐고요? 김천은 아직 ‘촛불’입니다 [김천 촛불 2돌] 김천시민들의 속내를 물어보다 지난 19일 밤 8시, 김천역 평화광장에서 694회째 ‘사드 배치 결사반대 김천시민 촛불집회’가 열렸다. 2016년 8월 20일 경북 김천시 부곡동 강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첫 번째 촛불을 밝힌 뒤 꽉 찬 두 돌을 맞은 것이다. 거듭하는 말이거니와 그날, 강변에서 촛불을 밝힌 시민들 가운데 촛불이 두 해 동안이나 이어지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관련 글 : 사드(THAAD), ‘폭탄 돌리기’는 그만!] 그해 8월 31일 집회 장소를 김천역 광장으로 옮겨온 뒤, 이듬해 6월 16일 300일째 촛불을 밝히면서도 긴가민가한 시민들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8월 20일에 시민들은 촛불의 첫 돌을 심상하게 맞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의 변화는 더뎠.. 2021. 8.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