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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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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은둔의 나라 조선, 강화도 조약으로 ‘나라를 열다’ [역사 공부 ‘오늘’] 1876년 2월 27일, 강화 연무당에서 조일수호조규 체결 1876년 오늘(2월 27일), 강화산성 연무당에서 조선의 접견대관 판중추부사 신헌(申櫶, 1811~1884)과 일본의 전권대사 구로다 기요타카(黒田清隆, 1840~1900, 2대 내각 총리대신)는 조일수호조규를 체결했다. 흔히들 강화도조약, 병자수호조규 등으로 불리는 이 통상조약은 조선이 일본과 맺은 최초의 근대적 조약이면서 불평등조약이었다. 당시 조선은 흥선대원군이 프랑스(병인양요·1866)와 미국(신미양요·1871)의 통상요구를 물리치고 전국에 척화비를 세우는 등 통상 수교 거부정책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것은 제국주의 세력이 강요하는 자본주의 세계 질서로의 편입을 거부하는 이른바 ‘쇄국(鎖國) 정책’이었다. 은둔의 나.. 2024. 2. 27.
시골 ‘이발 요금’은 왜 도시보다 더 비쌀까 시골 이발비 15,000원 유감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가끔 머리카락이나 손·발톱은 노화와 무관하게 자라는가 보다 싶을 때가 있다. 머리는 3주쯤 지나면, 손·발톱은 그보다 더 짧은 주기로 깎아주어야 해서다. 수염은 젊을 때보다 더 왕성하게 자란다. 군대 있을 때는 이발할 때 외에 수염을 깎아 본 기억이 없고, 제대하고 나서야 전기면도기를 쓰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다행히 전기면도기로 다스려도 될 만큼이어서 면도날을 쓸 일은 따로 없었다. 그러나 노년에 접어들면서 이틀에 한 번 깎는 거로도 감당이 안 되는 이유는 양도 많아졌지만, 하얗게 센 놈을 그냥 두면 갑자기 수년은 더 늙어 보이기 때문이다. 집 밖 나들이가 있으면, 수염부터 밀기 시작하게.. 2024. 2. 26.
정월 대보름, ‘액은 보내고 복은 부른다’ 정월 대보름의 ‘세시 풍속’ 정월 대보름이다. 시절이 예전 같지 않으니 세상은 심드렁하기만 하다. 대보름은 고작 시장에서 절식(節食) 마련을 위한 ‘반짝 수요’로나 기억될까. 그러나 내 어릴 적에 정월 대보름은 설날에 못지않은 절일(節日)이었다. 한자어로 ‘상원(上元)’이라고도 하는 대보름은 백중(7.15.), 한가위와 함께 보름을 모태로 한 세시풍속일이다. 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 농경사회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차고 이지러지길 거듭하는 달의 변화에서 꽉 찬 만월은 ‘풍요’의 상징이었다. 음양 사상에 따르면 달은 ‘음(陰)’, 즉 여성으로 인격화된다. 따라서 달의 상징구조는 달-여신-대지로 표상되며, 여신은 만물을 낳는 지모신(地母神)으로서의 생산력의 상징인 것이다. 태곳적 풍속으론 대보름을 .. 2024. 2. 23.
[오늘] 나치에 항거한 백장미단, 히틀러의 칼날 아래 지다 [역사 공부 ‘오늘’] 1943년 2월 22일, 백장미단의 숄 남매 등 처형되다 무릇 모든 압제에는 저항이 존재한다. 그것은 때로 실낱같은 의지로 명맥을 이어가기도 하고 때론 거대한 용암처럼 분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활동의 규모로 저항의 의지를 재단할 수는 없다. 활동의 내용과 무관하게 그것은 늘 죽음을 불사하는 담대한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치 범죄에 맞선 백장미 세계 제2차 대전 시기의 저항으로는 우리의 독립투쟁이나 프랑스의 레지스탕스의 예가 있지만, 독일에서 나치와 맞서 싸웠던 ‘백장미단’(독일어 Weiße Rose 바이세 로제)의 경우는 좀 특이하다. 이들의 저항은 자국을 점령하거나 지배한 적국과 맞선 게 아니라 유대인 학살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자국의 지배자를 상대로 했기 때문이다. 폴.. 2024. 2. 22.
[순국(殉國)] ‘살아서도, 죽어서도 사람’ 신채호 뤼순 감옥에서 지다 [순국(殉國)] 1936년 2월 21일, 뤼순 감옥에서 지다 1936년 2월 21일, 뤼순감옥에서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1880~1936)가 뇌내출혈로 쓰러진 지 사흘 만에 눈을 감았다. 그는 1928년 무정부주의 동방연맹 국제 위폐 사건에 연루되어 타이완 지룽에서 일본 경찰에게 체포된 뒤 1930년 10년형을 선고받고 뤼순에서 6년째 복역 중이었다. 향년 56세. 고대사의 정통이 단군에서 부여와 고구려로 계승된다고 주장하며 신라 중심의 를 배척하고 ‘묘청의 난’을 ‘조선 역사상 1천년래(來) 제일 대사건’이라 평가했던 역사가, 의열단에 가입하여 무장투쟁을 주장한 아나키스트, 그러나 무려 60년 넘게 무국적자 남아 있었던 사람, 신채호는 그렇게 외곬의 삶을 마감했다. 선배 아나키스트 이회영(186.. 2024. 2. 21.
[오늘] 재일 교포 권희로, 엽총으로 야쿠자를 살해하다 [역사 공부 ‘오늘’] 1968년 2월 20일 권희로 사건 1968년 2월 20일, 시즈오카(靜岡)현 시미즈(淸水)시의 클럽 밍크스에서 권희로(權禧老,1928~2010)는 일본 사회의 폭력배, 이른바 ‘야쿠자’ 2명을 엽총으로 사살했다. 야쿠자가 채권자의 부탁을 받아 빚 독촉을 하면서 ‘조센진, 더러운 돼지 새끼’라 욕하자 격분한 것이었다. 범행 후 그는 실탄과 다이너마이트(무기의 출처에 대해 그는 죽을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를 들고 차량으로 도주하여 현장에서 45km 떨어진 시즈오카(靜岡)현 스마타쿄(寸又峽)의 후지노미 온천여관에 들어갔다. 그는 이후 여관 주인과 투숙객 13명을 인질로 잡고 장장 88시간의 인질극을 벌였다. 텔레비전과 신문으로 매일같이 중계된 이 인질극을 통해 권희로는 자신이 일본에.. 2024. 2. 20.
② 우수(雨水), ‘봄바람’과 ‘새싹’으로 깨어나는 봄 우수(雨水), ‘눈이 비 되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 2월 19일(2019년 기준, 2024년도 같음)은 우수(雨水), 입춘에 이은 봄의 두 번째 절기다. ‘비 우(雨)’에 ‘물 수(水)’, 말 그대로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고 하는 뜻이니 바야흐로 날씨가 풀려서 봄기운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때다. 옛 세시기(歲時記)에 “입춘이 지나면 동해 동풍(東風)이라, 차가운 북풍이 걷히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라고 했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우수 이후 경칩까지 15일 동안의 기간을 삼후(三候)로 닷새씩 세분하여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첫 5일 동안[초후(初候)]은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다음 5일간[중후(中候)]은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마.. 2024. 2. 19.
[오늘] ‘지구가 돈다’, 코페르니쿠스 태어나다 [역사 공부 ‘오늘’] 1473년 2월 19일-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의 출생 2월 19일은 1473년, 폴란드 출신 독일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가 태어난 날이다. 코페르니쿠스는 중세 교회가 지지해 온 세계관 ‘천동설’을 부정하고 지동설을 주장함으로써 근대 자연과학의 획기적인 전환을 끌어낸 학자다. 그 무렵 유럽에서는 모든 천체가 지구 주위를 돈다는 지구중심설, 즉 ‘천동설(天動說)이 유일하게 공인된 세계관이었다. 일찍이 2세기에 클라우디우스 프톨레마이오스(Claudius Ptolemaios)에 의해 체계화된 천동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인간은 그 위에 사는 존엄한 존재이며 달 위의 천상계는 영원한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중세의 우주관.. 2024. 2. 19.
KBS 사장의 ‘성공’, 혹은 망가진 ‘공영방송’ 폭망한 KBS라디오의 유튜브 채널 조회수, 천만 대에서 백만 대로 박민 사장이 취임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그는 “재창조 수준의 조직 통폐합과 인력 재배치를 주저해선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개혁을 예고”했고, “자기 혁신이 선행되면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될 거라면서, 국민의 사랑과 재정적 안정성을 되찾는다면 지상파의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공영 미디어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고 강조”(이상 KBS뉴스)했다. 이후 그는 전광석화처럼 주요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진행자와 패널 등을 교체하는 등의 이른바 ‘개혁’을 시작했는데, 이후 KBS는 이른바 ‘땡윤방송’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관련 글 : 망가져 가는 공영방송 , 반복되는 ‘퇴행의 데자뷔’] 정부 여당은 친야당, .. 2024. 2. 18.
다시 찾은 대구박물관, 바삐 둘러본 ‘조선 현판(懸板) 특별전’ [달구벌 나들이] ⑪ 대구박물관 특별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대구미술관에서 렘브란트 전을 보고, 바로 근처의 국립대구박물관에 들렀다. 2017년에 처음 들렀으니 거의 7년 만이다. 특별전으로 이 열리고 있다는 걸 일간지 기사를 보고 알았고, 들르겠다고 작정했으나, 결국 대구미술관에 오는 길에 곁들여 찾은 것이다. [관련 글 : 1994년에 연 국립대구박물관, 20년이 지나서 처음 들렀다] 현판에 담긴 역사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현판을 “글자나 그림을 새겨 문 위나 벽에 다는 널조각. 흔히 절이나 누각, 사당, 정자 따위의 들어가는 문 위, 처마 아래에 걸어 놓는다.”로 풀이하고 있다. 박물관 누리집에서는 “조선의 건물에는 왕실과 민간에 이르기.. 2024. 2. 17.
[순국(殉國)] 스물일곱 윤동주, 후쿠오카 감옥에서 지다 [순국(殉國)]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지다 1945년 오늘(2월 16일) 오전 3시 36분,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간도 출신의 조선 청년 윤동주(尹東柱, 1917~1945)가 스물일곱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는 1943년 7월, 귀향길에 오르려다 일경에 체포된 이래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이듬해 3월, 징역 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다. 일제는 뇌일혈로 사망했다고 통보했지만, 윤동주는 학창시절에 축구선수로도 활약할 만큼 건강했다. 건장한 20대 청년이 수감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돌연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은 쉬 믿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의문의 주사와 생체실험 40여 년 전, 그의 아우 윤일주와 후배 정병욱의 증언으로 그가 일제의 생체실험에 희생된 것이 아닌가 .. 2024. 2. 16.
명절 연휴 전시회 나들이, ‘렘브란트의 판화’로 눈 호강하다 [달구벌 나들이] ⑩ 대구미술관 해외교류전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국내에서 한때 서울, 부산에 이은 세 번째 도시로 알려졌지만, 대구는 이미 인구 순위에서 인천에 3위를 내주었다. 2021년 6월 기준으로 인천은 290만을 넘겼지만, 대구는 230만 대에 그친 것이다. 좀 묵은 통계이긴 하지만, 2018년 기준으로 대구의 문화기반시설은 모두 74개로 서울 등 7대 도시의 4번째, 전국 13위의 최하위 수준이었다. [관련 기사 : (사설) 전국 최하위에다 구·군별 격차마저 심한 대구 문화시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1980년대만 해도 대구의 이른바 ‘문화 수준’은 하위권이라는 얘기가 자자했다. 대구에는 예술영화를 개봉해도 반응이 제일 미적지.. 2024. 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