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미장이’와 ‘멋쟁이’를 가르는 기준, ‘수공업적 기술자’ 여부

by 낮달2018 2025. 2. 1.

[가겨 찻집] 접미사 ‘-장이’와 ‘-쟁이’의 쓰임

▲ 접미사  ‘-장이’와 ‘-쟁이’의 쓰임은 '수공업적 기술자' 여부가 기준이 된다.

 ‘-장이’와 ‘-쟁이’를 가르는 기준은 ‘ 소공업적 기술자’ 여부다

 

기술자에게는 ‘-장이’를, 그 외에는 ‘-쟁이’가 붙는 형태가 표준어다. “흙, 회, 시멘트 따위를 바르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미장이’, “키버들로 고리짝이나 키 따위를 만들어 파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유기(柳器)장이’라 하지만, “멋있거나 멋을 잘 부리는 사람”을 ‘멋쟁이’로, 곤충 가운데 “소금쟁잇과의 애소금쟁이, 좀등빨간소금쟁이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을 ‘소금쟁이’로 쓰는 이유다.

 

-장이 : 간판장이, 궁(弓)장이, 금(金)장이, 기와장이, 단청장이, 대장장이, 도배장이, 옹기장이, 칠(漆)장이, 토기(土器)장이…….

 

-쟁이 : 개구쟁이, 거짓말쟁이, 겁쟁이, 고집쟁이, 난쟁이, 떼쟁이, 말쟁이, 몽니쟁이, 무식쟁이, 바람쟁이, 변덕쟁이, 빚쟁이, 수다쟁이, 심술쟁이…….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기술자’는 ‘수공업적인 기술자’로 한정된다. 점치는 사람을 ‘점쟁이’, 그림 그리는 사람을 낮추어 ‘환쟁이’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수공업적인 기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글 맞춤법 제 9항

 

‘-장이’와 ‘-쟁이’를 각각 표준어로 삼는 규정은 한글 맞춤법 제9항을 근거로 한다. 이 조항은 ‘ㅣ’ 모음 역행동화에 따른 발음은 원칙적으로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동화가 적용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 예를 규정하고 있다.

 

국어 문법에서 ‘동화(同化)’는 “어떤 음운이 인접한 또 다른 음운의 영향을 받아서 그와 성질이 비슷한 음운으로 변화하는 현상”을 이른다. 동화는 자음에서는 물론이고, 모음에서도 이루어지는데, 이를 각각 ‘자음동화’, ‘모음동화라’고 한다.

 

자음동화는 예전 문법에서는 ‘자음접변’이라 부르던 현상인데, 우리말에서는 콧소리(ㄴ, ㅁ, ㅇ)로 바뀌는 ‘비음화’와 유음(流音 : ㄹ)으로 바뀌는 ‘유음화’가 있다. 학문[항문])·종로[종노]·밥물[밤물]이 비음화고, 진리[질리]와 같은 현상이 유음화다. 여기에 흔히 ‘같이[가치]·굳이[구지]’와 같은 ‘구개음화’ 역시 자음동화에 해당한다.

 

모음동화는 크게 모음조화와 전설모음화(ㅣ모음 역행 동화)를 이르는 개념이다. 모음조화는 알다시피 양성모음(ㅏ,ㅗ)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ㅓ, ㅜ)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려는 현상을 이른다. 의성어, 의태어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록달록 : 얼룩덜룩, 살랑살랑 : 설렁설렁, 또박또박 : 뚜벅뚜벅, 졸졸 : 줄줄’ 등이 그것이다.


전설모음화(ㅣ모음 역행 동화)로 인한 ‘쟁이’의 근거는 제9항 붙임2

 

전설모음화는 달리 ‘ㅣ모음 역행 동화’라고 하는데, ‘아비→애비, 어미→에미, 먹이다→멕이다, 죽이다→쥑이다’ 등과 같이 앞 음절의 ‘ㅏ, ㅓ, ㅗ, ㅜ’이 뒤 음절의 전설(前舌)모음(혀의 위치를 가장 앞으로 하여 발음하는 모음) ‘ㅣ’의 영향을 받아 모음 ‘ㅣ’가 덧나서 ‘ㅐ, ㅔ, ㅚ, ㅟ’와 같은 전설모음으로 발음되는 현상이다.

 

전설모음화는 일단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냄비, 서울내기, 시골내기, 신출내기, 풋내기, 소금쟁이, 담쟁이덩굴, 멋쟁이, 골목쟁이, 발목쟁이, (불을) 댕기다, 동댕이치다’처럼 표준어로 인정하는 예도 있다. [한글 맞춤법 9항과 붙임2 참조]


전설모음화를 ‘ㅣ모음 역행 동화’라고 하는 것은, 앞의 후설 모음이 뒤의 전설모음 ‘ㅣ’의 영향을 받아 ‘ㅣ’가 덧나서 이루어지는 동화기 때문에 동화의 방향이 거꾸로라고 하여 ‘역행 동화’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9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낱말 외에는 표준어로 인정하지 않는다.

 

‘애비, 에미, 쥑이다’가 쓰이는 덩달아 ‘소주’를 ‘쇠주’라고 하는 예도 있는데 이는 흉내를 냈을 뿐, 전설모음화와는 상관이 없는 낱말이다. ‘학교’가 ‘핵교’도 발음되는 것은, 뒤의 ‘교’가 ‘ㅣ+ ㅗ’로 이루어진 복모음이라 앞의 ‘ㅣ’모음이 역행 동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주’에는 영향을 줄 ‘ㅣ’모음이 없어서 앞에 영향을 줄 수 없으니 역행 동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 1978년에 출간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88년 맞춤법 개정 전의 작품이라 원제를 살리고 있다.

1978년에 출간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표준어’가 아닌 ‘난장이’로 쓰였는데, 이는 문학작품을 이르는 고유 명사여서 원 제명으로 쓴다. 현재의 한글 맞춤법은 1988년 개정(표준어 사정)으로 접미사 ‘-장이’와 ‘-쟁이’의 용법이 바뀌었으므로 <난쏘공>을 굳이 바뀐 맞춤법에 따라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2025. 2. 1. 낮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