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옥·박용진의 <4인 스케치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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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의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에서 조영옥·박용진 선생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황 선생과 함께 어제(6일) 상주를 다녀왔다. 두 사람을 다 만날 수 있는 날을 받으니 수요일이었다. 떠날 때는 새초롬하던 날씨가 카페 앞에서 내리니 마치 봄날처럼 포근했다.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서는 여전했다. 주인장 안인기 화백의 한결 더 손이 갔는지 겨울인데도 마당도 장식을 더했는데도 한결 차분해져 있었다. 철제구조물로 만든 대문 모양의 입구 철제 빔을 감은 덩굴식물에 빨간 꽃이 피어 있었는데 나중에 들으나 인동초(인동덩굴)라고 했다.
현재 진행되는 전시는 ‘4인 스케치 전’이다. 모두 상주에서 활동하는 분들인데 그중 조 선배는 펜화에 색칠한 드로잉을, 동갑내기 친구 박용진은 콘테 드로잉을 걸었다.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지라 나는 드로잉과 스케치를 구분할 능력이 없으니 그냥 그림으로 보아주시기를 바란다.
나는 오래전에 조영옥 선생이 낸 4권의 시집과 스케치와 글모음을, 내가 지켜본 그의 삶과 지칠 줄 모르는 발걸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칠순을 넘기고 그는 지금 투병 중이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긍정과 낙관의 태도를 잃지 않아서 얼마 전에도 중국 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어쨌든 그의 ‘쉼 없는 발걸음’은 그냥 ‘열심히 산다’라는 표현으로는 다 담지 못한 깊이와 폭이 있다. 나이 들면서 꽁무니를 빼고, 뒷방 늙은이 노릇을 마다치 않는 우리에 비기면 그는 여전히 늠름한 현역이다. 그런 그의 삶을 경이롭게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그게 그냥 시늉하거나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갤러리 카페의 <조영옥 드로잉전>- 쉼 없는 발걸음이 부럽다]
박용진은 내가 스무 살 적 친군데, 복직해서 조합원으로 다시 만난 친구다. ‘자유분방’이 예술 하는 이들의 기본 정서라고 접어주는 분위기지만, 그는 수십 년 동안 성실한 노조 조합원으로, 미술 교사로, 흔들리지 않는 진국의 동료로 살아왔다. 나는 2018년에 카페 갤러리에서 연 그의 전시회 얘기를 쓰면서 내가 새삼스레 ‘우정’과 친구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음을 고백한 바 있다. [관련 글 : 시골 화가의 ‘드로잉’으로 세상 바라보기]
카페에 도착해서 미리 와 있던 두 사람과 옛 동료 이 선생, 그리고 주인장 안 화백 등과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었다. 그림을 둘러보고 커피를 한 잔씩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바로 갑장사 아래 밥집으로 옮겨서 반주를 곁들여 칼국수를 들었다. 뒤따라 예천에서 박용진과 이웃해 산 정 선생 내외도 같이했다.
나중에 들으니, 갤러리 카페에도 변화가 올 모양이다. 지금처럼 운영하지 않고, 전시가 필요한 이에게 임대, 대여하는 방식이라는 데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어쨌든 이 한적한 골짜기를 전시가 이루어지는 문화 공간으로 바꾸어 내는 데 일조한 ‘포플러나무 아래’가 변화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인지. [관련 글 : 3년 만에… 한적한 연악산 골짜기가 ‘아트 밸리’로 바뀐 까닭] 여전히 나는 그 미래가 궁금하다.[관련 글 :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의 미래가 궁금하다]
카페로 돌아와 잠깐 담소하다가 우리는 일어섰다. 지난해 여름 이후 1년 만에 들른 셈인데, 기억이 아득했다. 한 살씩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노화의 징표들이 자꾸 두드러지는 시간이어서인가, 우리의 감각은 단절에 단절을 거듭하기만 한다.
겨울에도 사진기를 들고 풍경을 담는 걸 개의치 않았었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잿빛 풍경이 어쩐지 마음에 켕겼다. 다시 봄이나 와야지 풍경을 둘러볼 텐데, 참 시간은 어김없구나 싶었다. 처음으로 이번 겨울은 또 어떻게 나나 싶어서 실소했다. 어물쩍거리다 보면 다시 봄은 올 거니까 말이다. 연악산 골짜기를 떠나서 귀로에 오르면서 나는 다가오고 있는 겨울을 생각하고 있었다.
2023. 12.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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