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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상주 연악산 골짜기로의 ‘전시회 나들이’

by 낮달2018 2023. 1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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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옥·박용진의 <4인 스케치전>을 다녀와서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4인 스케치 전의 약식 팸플릿.
▲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는 여전했다. 벽에는 전시 작품이 걸리고, 셀프 찻집은 그대론데, 이 카페에는 변화가 있으리라고 한다.

상주의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에서 조영옥·박용진 선생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황 선생과 함께 어제(6일) 상주를 다녀왔다. 두 사람을 다 만날 수 있는 날을 받으니 수요일이었다. 떠날 때는 새초롬하던 날씨가 카페 앞에서 내리니 마치 봄날처럼 포근했다.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서는 여전했다. 주인장 안인기 화백의 한결 더 손이 갔는지 겨울인데도 마당도 장식을 더했는데도 한결 차분해져 있었다. 철제구조물로 만든 대문 모양의 입구 철제 빔을 감은 덩굴식물에 빨간 꽃이 피어 있었는데 나중에 들으나 인동초(인동덩굴)라고 했다.

▲ 전시장 입구의 박용진의 콘테로 그린 드로잉.
▲ 수채화 (김형택)
▲ 수채화(안정선)
▲ 조영옥의 드로잉. 펜으로 그린 그림에 색칠을 했다.

현재 진행되는 전시는 ‘4인 스케치 전’이다. 모두 상주에서 활동하는 분들인데 그중 조 선배는 펜화에 색칠한 드로잉을, 동갑내기 친구 박용진은 콘테 드로잉을 걸었다.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지라 나는 드로잉과 스케치를 구분할 능력이 없으니 그냥 그림으로 보아주시기를 바란다.

 

나는 오래전에 조영옥 선생이 낸 4권의 시집과 스케치와 글모음을, 내가 지켜본 그의 삶과 지칠 줄 모르는 발걸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칠순을 넘기고 그는 지금 투병 중이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긍정과 낙관의 태도를 잃지 않아서 얼마 전에도 중국 여행도 다녀왔다고 한다.

 

어쨌든 그의 ‘쉼 없는 발걸음’은 그냥 ‘열심히 산다’라는 표현으로는 다 담지 못한 깊이와 폭이 있다. 나이 들면서 꽁무니를 빼고, 뒷방 늙은이 노릇을 마다치 않는 우리에 비기면 그는 여전히 늠름한 현역이다. 그런 그의 삶을 경이롭게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그게 그냥 시늉하거나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갤러리 카페의 <조영옥 드로잉전>- 쉼 없는 발걸음이 부럽다]

▲ 조영옥 '온수 푸른 수목원 잔디밭에서'
▲ 조영옥 '여성의 날'
▲ 조영옥 선생은 자신의 드로잉을 엽서로도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박용진은 내가 스무 살 적 친군데, 복직해서 조합원으로 다시 만난 친구다. ‘자유분방’이 예술 하는 이들의 기본 정서라고 접어주는 분위기지만, 그는 수십 년 동안 성실한 노조 조합원으로, 미술 교사로, 흔들리지 않는 진국의 동료로 살아왔다. 나는 2018년에 카페 갤러리에서 연 그의 전시회 얘기를 쓰면서 내가 새삼스레 ‘우정’과 친구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음을 고백한 바 있다. [관련 글 : 시골 화가의 드로잉으로 세상 바라보기]

박용진 콘테화 '신오리에서 본 갑장산'
▲ 박용진, '우산사거리, 겨울바람'
▲ 박용진, '묵상리 골목 풍경'

카페에 도착해서 미리 와 있던 두 사람과 옛 동료 이 선생, 그리고 주인장 안 화백 등과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나누었다. 그림을 둘러보고 커피를 한 잔씩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바로 갑장사 아래 밥집으로 옮겨서 반주를 곁들여 칼국수를 들었다. 뒤따라 예천에서 박용진과 이웃해 산 정 선생 내외도 같이했다.

 

나중에 들으니, 갤러리 카페에도 변화가 올 모양이다. 지금처럼 운영하지 않고, 전시가 필요한 이에게 임대, 대여하는 방식이라는 데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어쨌든 이 한적한 골짜기를 전시가 이루어지는 문화 공간으로 바꾸어 내는 데 일조한 ‘포플러나무 아래’가 변화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인지. [관련 글 : 3년 만에한적한 연악산 골짜기가 아트 밸리로 바뀐 까닭] 여전히 나는 그 미래가 궁금하다.[관련 글 :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의 미래가 궁금하다]

▲ 갤러리 카페 '포플러나무 아래'의 입구. 오른쪽 기둥에 빨간 인동초가 피어 있었다.

카페로 돌아와 잠깐 담소하다가 우리는 일어섰다. 지난해 여름 이후 1년 만에 들른 셈인데, 기억이 아득했다. 한 살씩 나이만 먹는 게 아니라, 노화의 징표들이 자꾸 두드러지는 시간이어서인가, 우리의 감각은 단절에 단절을 거듭하기만 한다.

 

겨울에도 사진기를 들고 풍경을 담는 걸 개의치 않았었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잿빛 풍경이 어쩐지 마음에 켕겼다. 다시 봄이나 와야지 풍경을 둘러볼 텐데, 참 시간은 어김없구나 싶었다. 처음으로 이번 겨울은 또 어떻게 나나 싶어서 실소했다. 어물쩍거리다 보면 다시 봄은 올 거니까 말이다. 연악산 골짜기를 떠나서 귀로에 오르면서 나는 다가오고 있는 겨울을 생각하고 있었다.

 

 

2023. 12.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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