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별’과 전직 군인들, 서울 한복판에서 전두환을 추모하고 역사를 능멸하다
지난 23일이 전두환의 2주기였던 모양이다. 서울 한복판에 전직 군인들이 모여 전두환을 추도하고 역사 왜곡하는 발언을 쏟아냈다는 기사를 읽고 광주 시민을 학살하고 권좌에 올라 똥별 출신의 한 전직 대통령을 기억해 냈다. [관련 기사 : 서울 복판서 “각하, 5.18 진압 잘했다”… 전두환 기린 전직 군인들]
퇴역 장교 등 군인들의 전두환 2주기 추모제
이날 행사는 ‘새로이 기억하다’란 주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구국추모제’. 참석자는 육·해·공군, 해병대 예비역 장교들로 대부분 전두환 군사정권 당시 복무한 군인들이었단다. 이들은 무대의 전두환 영정을 향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가 경제발전에 헌신한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묵념”을 올리고 전두환 약력 보고에 이어 생전 연설 동영상을 함께 시청한 뒤 추모곡을 부르는 순으로 진행됐다.
육사총구국동지회, 해군사관학교구국동지회, 국군간호사관학교구국동지회 등 13개 예비역 장교 단체로 구성된 전군구국동지연합회가 참여했으며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이정린 전 국방부 차관 등 군 관련 전직 고위 인사들도 자리를 지켰다고.
이 추종자들은 “5·18=폭도”라며 학살 책임 부정했고, 역사를 왜곡하고 능멸하는 발언 마구 쏟아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며 혀를 찼고, 5.18민주화운동 관계자들 또한 “위험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들이다.
“전두환 대통령은 당시 계엄군의 지휘계통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직책에 있었음에도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계엄군 지휘자로 엮여 온갖 비난과 수모를 당했다. (……) 대통령이 남긴 큰 위엄을 받들어 역사 바로잡기에 정진하겠다.”
- 박희도 전 육군참모총장
“각하께서 헤쳐 나가신 국가 보위의 길은 자유와 정의를 향한 숙명이었다. (……) 청문회, 구치소, 재판, 사형, 사면이라는 가시밭길을 견디면서도 육사인의 정신으로 그 세월을 이겨내신 각하가 먼 길을 떠나셨다.”
- 장낙승 육사총구국동지회 회장
정규 사관학교 등 지휘관 양성기관 총망라한 ‘구국 동지회’
‘구국(救國)’이 들어간 육사와 해사, 그리고 간호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단체를 비롯해 예비역 장교로 조직된 전군구국동지연합회 구성 단체가 모두 13개라는데, 나머지는 어떤 단체들일까. ‘전군구국동지연합회’로 구글링해 간신히 그 일단의 정보를 얻었다. 다음은 한 극우 성향으로 파악되는 인터넷 매체에 소개된 전군구국동지연합회 구성 단체들이다.
△육군사관학교총구국동지회 △해군사관학교구국동지회△공군사관학교구국동지회 △해병대장교구국동지회 △국군간호사관학교구국동지회△육군3사관학교총구국동지회 △갑종장교구국동지회 △간부사관구국동지회 △기술행정사관구국동지회 △육군학사장교구국동지회 △해군OCS구국동지회 △공군학사장교구국동지회 △ROTC구국동지회
우리나라의 지상군 정예 지휘관을 배출하는 육군사관학교를 비롯 해군과 공군 사관학교 출신들은 물론, 해병대, 육군3사, 간호사관, 갑종장교, 간부사관, 기술행정사관, 학사장교(ROTC)는 물론, 육군과 공군의 학사장교, 해군OCS(학사사관)에 이르기까지 엔간한 전군의 주요 지휘관 양성 기관을 총망라했다.
정규 사관학교는 물론이고, 엔간한 출신별 예비역 장교까지 망라할 만큼 ‘구국’이 절박했던가. 이들 예비역 장교가 ‘구국’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들어 시위를 벌일 만큼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이른 건 언제였을까. 전군연합은 2017년 설립되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와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진, 2020년 4·15 부정선거 진실 규명 촉구 집회 등에 앞장섰다.
지난 대선 때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를 한결같이 지지한 이 단체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비로소 두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었다”라고 하니 바야흐로 때를 만난 듯하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들을 ‘어이없다’라며 흘겨보고, 5·18 민주화운동 관계자들도 “위험한 행동”이라며 경계할 뿐이니, 이들이 말하는 ‘위기’든 ‘구국’은 그들만의 정서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독재와 쿠데타 옹호, 극우 성향의 정치적 스탠스
물론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나라 사관학교 출신 전직 장교들이 이런 방식으로 역사를 거스르면서 독재와 쿠데타를 옹호하는 사례가 있을까. 권력을 탈취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을 학살했던 이들 정치군인에게 사면의 관용을 베푼 나라는 또 어디 있을까. [관련 글 : 1979년 오늘-중앙정보부장은 절대권력의 심장을 쏘았다/ 전두환의 신군부, ‘군사 반란’으로 군권을 장악하다]
흔히 태극기부대로 일컬어지는 극우 성향의 시민들과 다르지 않은 사상적, 정치적 스탠스를 취하면서 냉전과 반공 이데올로그를 자처하는 이들이 전직 군인, 그것도 정규 사관학교 출신 장교라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육군사관학교에서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을 철거하는 등의 독립군 배제 정책은 이들의 정치적 지향과 얼마나 맞아떨어질까. [관련 글 : ‘역사 인식’의 아이러니, 친일 전력은 육사의 ‘정체성’에 맞나?]
전두환을 찬양한 박희도는 어떤 인물인가. 그는 육군 참모총장을 지내고 예편했으나, 1996년 12·12 군사 반란이 문민정부에 의하여 사법처리가 확실시되자 미국으로 도피했다 1997년 12월 22일 12·12 군사 반란 가담자가 사면된 뒤 한국과 미국의 범죄인 인도 협정이 발효될 예정이자 1998년 귀국해 자수했다. [관련 글 : 12·12 쿠데타, 그리고 30년…]
쿠데타의 기억은 막을 내렸으나 ‘똥별’의 시대는 이어진다
1999년 7월 재판부는 그에게 반란지휘죄를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12·12쿠데타 가담자들이 모두 사면·복권된 후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반란을 지휘한 범죄자지만, 사실상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전두환의 억울함을 강변하고, ‘역사를 바로잡겠다’라고 하니 기가 막힐 지경이다. [관련 기사 : 끊임없는 역사 왜곡… 12.12-5.18 관련자들의 민낯]
5·18과 관련되어 기소된 정치군인들은 전두환, 노태우 정부 시기에 장관을 역임한 이들도 적지 않다. 군부독재 시절이긴 하지만, 국무위원까지 역임한 이들이 반역사적, 반민주적 태도로 파당을 지어 국가 정체성까지 부정하는 태도로 일관하는 행태는 참담할 뿐이다.
전두환은 백담사에 은둔한 2년을 제외하면 2010년까지는 여전히 군부 안에서 자기 영향력을 과시하며 살았던 듯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박탈당한 이후에도 그가 전방에 출현하면 일선 사단장으로부터 최고의 영접을 받는 등 여전히 전임 대통령의 위세를 잃지 않았다.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는 발언에 이어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되면서 그는 급격하게 힘을 잃었다. 박근혜 탄핵 등 촛불 혁명으로 권력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 권좌를 떠나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시절을 맞으면서다. 그는 지난해 사망하였지만, 마땅한 장지를 찾지 못해 유해는 지금껏 자택에 임시 안치 중인데, 최근에야 파주 장산리의 한 사유지에 안장되리라고 한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의 유고 이후, 전두환과 노태우 등의 정치군인들은 군사 반란으로 정권을 탈취하고 15년 가까이 군부독재를 이어갔다. 국민의 안전과 평화를 지키는 일 대신, 자신의 권력을 위해 국민과 상관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이들 하극상 군인의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이들 이른바 ‘똥별’의 시대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위원으로, 합참의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퇴역이긴 해도 군 통수권자인 현직 대통령의 ‘모가지’를 따겠다는 망언으로 빛나는 국방부 장관, 근무 중 주식 투자와 골프 논란, 경계 실패, 학폭 논란 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합동참모회의 의장 아래, 우리의 안보는 든든하단다. 그들만의 리그에서는.
2023. 11. 2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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