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링에서 쓰러져 떠난 프로 복서 최요삼 선수 ‘WBC 명예의 전당’에 헌액
2008년 1월 2일, 새해 벽두에 유명을 달리한 프로 복서 최요삼(1973∼2008)이 더블유비시(WBC 세계권투평의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명예의 전당 헌액은 고인의 사망 1년 뒤인 2009년에 이루어졌다고 한다.
최요삼은 1999년 WBC 라이트 플라이급 세계 챔피언이 되어 타이틀을 3차까지 방어한 뒤 2007년 9월에 WBO 플라이급 인터콘티넨탈 챔피언에 올랐다. 같은 해 12월 25일 1차 방어에 성공하였지만, 경기 직후 실신하여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뇌사 판정을 받고 숨졌다. [관련 기사 : 최요삼과 김득구, 두 죽음에 부쳐(2008/01/02)]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권투를 시작해 1993년에 프로로 데뷔했던 최요삼은 심장, 신장, 간장, 췌장 등 최대 9부분의 장기를 이식자들에게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정부는 2008년 1월 4일, 그에게 체육훈장 백마장(4등급) 추서했다.
이번 명예의 전당 헌액 사실을 확인한 이는 그의 친동생(최경호 Y3복싱클럽 대표). WBC는 최요삼을 명예의 전당에 헌액한 사실을 자체 기록으로만 남겨두다가 지난해 10월 26일에야 공식 누리집에 정식 등록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더 이상 맞고 싶지 않다. 피 냄새 맡고 싶지 않다. 그리고 어려운 사람 도와주고 싶다.”
그의 일기장에서 발견된 기록이다. 매를 맞으며 돈을 벌어야 하는 프로 복서였던 그도 ‘맞는 것’이 끔찍했던 것일까. 그러나 그의 소망은 그가 죽어서야 이루어졌다. 그가 기증한 각막, 신장, 간, 심장 등으로 6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자기 몸을 아낌없이 내줌으로써 그는 ‘영원한 챔피언’이 되었다.
6명에게 새 생명을 나누고 떠난 챔피언
그가 숨진 1월 2일은 그의 부친 기일이었다.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병원에서는 그의 법적 사망일을 1월 2일로 맞추어 주었다. 그에게 제삿밥이라도 차려주기 위한 가족들의 마지막 배려였다고 한다. 그래서 해마다 1월 2일에, 그는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제삿밥을 받고 있는가.
명예란 무엇일까. 부(富)도 권력도 없이 낮은 데서 맨몸으로 살아야 했던 최요삼에게 그것은 마지막 존재 증명이 되었다. 모든 챔피언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지는 않는다. 그러나 챔피언 최요삼은 자기 육신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줌으로써 여느 챔피언과는 다른 지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 죽음에 대한 추모가 여러 산 사람의 삶을 성찰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뒤늦게 들려온 이 소식이 저세상의 챔피언에게 작은 위안과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6. 5. 30. 낮달
* 다 옮겼다고 생각했는데 공교롭게 이 글이 빠져서 뒤늦게 새로 블로그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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