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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⑭ 반환점을 돈 올 농사, 문제는 ‘고추 농사’다

by 낮달2018 2023.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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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호박 수확은 생광스러워도, 해충과 맞서야 하는 ‘고추 농사는 힘겹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우리 고추밭은 아주 꼴을 갖추었다. 고추는 실하게 잘 자라는데, 군데군데 해충의 습격을 견디는 게 쉽지 않다.
▲ 생산성 최고의 가지. 특별히 병에 걸리지도 않고, 시간만 지나면 쑥쑥 자란 가지를 제공해 주는 가지는 텃밭의 효자다.
▲ 방울토마토도 잘 자라고 있는데 익는 게 어쩐지 더디다. 한 차례 따갔지만, 설익어 먹기에는 마땅찮았다.
▲ 마늘을 수확하고 걷은 밭에 심은 대파도 잘 자라고 있다. 고랑에 풀이 꽤 자랐다. 풀이든 작물이든 비가 비료다.

7월이니 올 텃밭 농사는 이미 반환점을 돌았다. 마늘은 수확을 마쳤고, 가지, 호박, 박, 오이, 토마토 등은 익는 대로 따 먹는 중이고, 뒤늦게 파종한 대파와 들깨는 그만그만한 속도로 자라고 있다.

 

7월 10일과 7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서 텃밭에 다녀왔다. 오이는 이미 열대여섯 개, 호박도 적지 않게 따서 먹었다. 사진을 못 찍었지만, 제법 큰 박도 하나 따서 나물로 볶아먹었다. 방울토마토는 한 번 따긴 했는데, 설익어 먹기에는 마땅찮았다.

 

토마토는 제법 주먹보다 크게 자라긴 했는데, 도무지 익지 않는 것 같아서 산책길에 텃밭 농부에게 물어보았더니, 아직 때가 덜 되지 않은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다가 어저께 두 개를 땄는데, 꼭지 부분에 병이 들었는지 보기에 온전치 않았다. 상한 부분을 도려내고 믹서에 갈아서 먹긴 했지만, 역시 병충해가 찾아온 듯하여 기분이 찜찜하다.

 

‘생산성 최고’의 가지는 정말 많이 따서 먹었다. 누차 얘기한 대로 나는 가지로 만든 반찬은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어릴 적엔 물컹한 식감이 조금 걸렸지만, 그 맛을 알게 된 뒤엔 외려 그걸 즐기는 정도다. 먹고도 남으면 잘라 말려서 보관해 두면 겨울에도 요긴한 나물이 되어 주는 게 가지다. [관련 글 : ‘가지’, 맛있고 몸에 좋다!

▲ 수확물. 왼쪽은 7월 10일에, 오른쪽은 7월 15일에 집에 가져온 것이다. 저리 실한 고추가 해충에 시달리고 있으니 가슴 아프다.
▲ 고추는 엄청나게 달렸고, 잘 익어가고 있는데, 담배나방 같은 불청객의 침입으로 들를 때마다 한 바가지씩 병든 고추를 따서 버려야 한다.
▲ 7월 15일에 따낸 벌레먹고 병든 고추들. 빨갛게 익은 놈을 따서 버려야 하는 임자의 마음은 쓰리다.

남은 문제는 고추다. 워낙 실한 품종인지라 자라면서 그 굵기와 크기가 탄복할 정도이지만, 풋고추 따 먹을 무렵부터 시작된 병이 여러 차례의 방제에도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 한 번씩 들를 때마다 아내가 병들어 떨어지거나, 상해 버린 놈을 따서 아주 멀찌감치 내다 버리는데, 그게 한 바가지 분량이다.

 

문제는 고추, 담배나방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어저께는 조그만 바가지로 모자라 작은 대야에 가득하다. 거기엔 빨갛게 익은 홍고추도 끼어 있으니 애통 터질 일이다. 아내는 유튜브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관련 정보를 찾는데 골몰하지만, 정보를 아는 것과 병충해는 별개의 문제다.

 

요즘 문제가 된 담배나방은 애벌레가 고추 열매를 직접 파먹는 해충인데, 고추꽃이 핀 뒤에는 알 덩어리와 애벌레 발생 상태를 잘 관찰해서 초기에 방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시기를 놓쳤고, 열매로 들어가면 약을 쳐도 효과가 떨어진다고 하는데, 우리 고추는 이놈들에게 된통 걸려 버린 거 같다.

 

그래서 아주 잔뜩 맥이 풀려서 돌아올 때마다 우리는 올해로 그만 고추 농사는 접자고 약속한다. 해충 문제뿐 아니라, 고추가 익어서 따기 시작하면 이걸 말리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다. 농가의 고추 건조기에 가져다줄 만한 양도 아니니, 집에서 말려야 하는데, 아침저녁으로 널고 걷어야 해서 시골집에다 내버려 둘 수도 없다.

 

그래서 부득이 소형 가정용 건조기에다 말리는데, 아내는 한밤중에도 깨어서 그걸 뒤집기도 하고, 한 사나흘씩 아주 거기 매여서 지내야 한다. 2020년과 2021년에 스무 근이 넘게 고춧가루를 수확한 게 그런 수고를 다 한 결과였다. 그런데 아직 홍고추 따기는 개시도 못 했으니 차례가 먼 것이다.

▲ 마늘 밭가에 심은 한 포기 호박이 이리 줄기를 벋었고, 마침맞게 호박을 달아 우리를 기쁘게 해 주고 있다.
▲ 고추밭 옆 장독대 부근에 심은 호박의 즐기가 장독대를 점령했다. 잘 안 보이지만, 군데군데 박이 달렸다.
▲ 따서 먹으면 딱 그만인 크기로 자란 애호박. 역시 정성들여 가꾼 만큼 작물도 보답을 하는 것 같다.
▲ 박과 호박 열매들. 맨 왼쪽은 박이고, 나머지는 전부 호박이다. 꼭지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애호박으로 잘 자랄 것이다.

그나마 우리를 위무해 주는 건 쑥쑥 잘 자라고 있는 호박과 박이다. 호박은 올해 아내가 잔뜩 신경을 쓴 탓인지, 텃밭에 갈 때마다 한두 개씩은 따올 만큼 잘 자라주고 있다. 담벼락 쪽에 익고 있는 호박 하나는 늙은 호박으로 따겠다고 버려두고, 나머지는 적당한 크기에 따서 아주 생광스럽게 잘 먹고 있다.

 

순마다 조그맣게 달리는 호박과 줄기를 더듬어 살펴보면 한둘씩 자라고 있는 박을 확인하는 즐거움은 작지 않다. 어쨌든 올해는 고추 병치레를 감당하면서 9월 초까지는 고추와 씨름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때까지라도 병충해가 더 심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서 우리는 장마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2023. 7.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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