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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2 텃밭 농사 ⑤] 고구마와 땅콩 수확, 올 농사는 이제 ‘파장’

by 낮달2018 2022.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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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를 심은 새밭. 앞부분은 앞서 맛보기로 수확해서 비어 있다. 덤불이 워낙 뻗어서 그거 걷어내는 게 힘이 들었다.
▲ 묵은 밭에 심은 땅콩. 앞에 두어 포기는 미리 캐낸 자취다. 뒤에 대파가 조금 남았고, 왼쪽에 고추와 가지가 보인다.

지난 8일에 이어 오늘은 고구마와 땅콩을 수확하려고 텃밭에 들렀다. 지난번 시험 삼아 수확한 고구마와 땅콩은 한가위에 고구마전으로, 그리고 땅콩 밥으로 식구들에게 선을 보였다. 다락같이 오른 한가위 물가가 아니더라도 이 텃밭 농사가 생광스럽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그야말로 손바닥만 한 땅에 심은 스무 포기 미만의 미니 농사지만, 뜻밖에 고구마 덤불을 걷어내는 게 꽤 힘이 들었다. 워낙 얼기설기 뻗어나가 걷어내는 게 쉽지 않았다. 땅콩은 그냥 줄기를 쥐고 당기면 간단히 뽑혀서 쉬웠다. 금방 해치울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좋이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고구마는 일일이 호미로 파서 숨은 고구마를 찾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은 자칫 호미를 잘못 놀리면 고구마 껍질에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이에 비기면 줄기 채로 뽑으면 열매가 고스란히 드러나서 줍기만 하면 되는 감자 캐기는 정말 손쉽다.

 

▲ 맛보기로 수확한 고구마와 고추(위). 아래는 한가위데 붙인 고구마전.
▲ 먼저 덤불을 걷어내고, 고구마를 캤다. 고구마는 포기마다 서너 개가 고작이었으나, 크기가 제법 됐다.
▲ 뽑아놓은 땅콩. 땅콩 밭은 새들이 수시로 달려들어 남는 게 없다고 하는데, 우리 밭에는 새도 오지 않은 듯하다.

밭에 캐 놓은 땅콩과 고구마를 수돗가로 옮겨주자, 아내는 고무 함지에다 물을 담아 고구마와 땅콩을 씻었다. 흙을 씻어내자, 호미 날에 찍힌 상처가 그대로 드러났다. 아내는 좀 조심하지, 타박했으나 그게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땅콩은 워낙 씨알이 작아 서글펐지만, 조그만 대야에 가득하니 아내는 두 되는 됨 직하다고 말했다.

 

검정 비닐봉지에 넣으니 고구마는 두 봉지, 땅콩이 한 봉지, 그리고 가지와 호박이 한 봉지다. 이제 밭에 남은 작물은 가지 두 포기, 고추가 네 포기, 그리고 대파가 조금이다. 조만간 밭은 정리해야 한다. 내년 마늘 농사를 위해서다.

 

올해는 정말 텃밭에 작물을 심어놓고 쉬엄쉬엄 들러서 게으름을 한껏 피웠다. 모두 고추 농사를 포기한 덕분이다. 고추였다면, 주 한 번으로는 어림도 없다. 무엇보다도 병충해 방제를 위해 여러 번 약을 쳐야 했을 것이고, 그래도 병들어 떨어지고 짓무르는 고추를 바라볼 수밖에 없어 애를 태워야 한다.

▲ 마침맞은 크기로 익은 호박 두 개. 앞에는 홍시다.
▲ 집으로 가져간 오늘의 수확물. 고구마가 두 봉지, 땅콩이 한 봉지, 그리고 호박과 가지가 또 한 봉지다.
▲ 의성 마늘

그렇게 해서 지난해와 지지난해에 스무 근이 넘는 고춧가루를 수확했다. 고추를 사지 않고 우리가 지은 농사로 지난 1년간 먹을 수 있었던 것은 따서 말리고, 틈만 나면 들여다보면서 노심초사한 결과였다. 소꿉장난 같은 텃밭 농사를 지으며 우리가 그러했을진대 땅에다 생계를 걸어야 하는 농민들은 오죽하였을까.

 

아내는 10월에 거기다 마늘을 심은 요량으로 씨 마늘 한 접을 미리 사놓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마늘 농사를 지어 보지 않았다. 한지형 마늘은 10월 상순~중순에 파종하고, 다음 해 6월 중순~7월 상순에 수확한다. 거의 8달 동안 이루어지는 농사다. 만만찮은 농산데 아내가 한번 해 보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으나, 어쩐지 자신이 없다.

 

집에 와서 아내는 땅콩과 고구마를 베란다에 널어 말렸다. 그리고 고구마를 얼마간 쪄냈다. 꿀고구마라 하였는데, 먹어보니 당도는 별로다. 그런데 워낙 차져서 달지 않아도 입 안을 채우는 맛이 괜찮다. 양이 얼마 되지 않으니, 겨울에 따로 고구마를 사 먹지 않아도 될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다.

 

아내는 벌써, 밭을 정리하고 거기 고구마 심을 걱정이 늘어졌다. 늘 그렇듯 나는,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면 된다고 위로한다. 그걸 미리 앞당겨 걱정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게 얼치기 농부의 시건방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22. 9.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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