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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독재화’로 민주주의 뒷걸음질(민주주의 리포트 2024)

by 낮달2018 2024.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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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

▲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Dem)의 '민주주의 리포트 2024' 표지

“세계에서도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 중인 사례로 소개됐던 한국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2014년 스테판 린드버그가 설립하여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교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Variety of Democracy, V-dem)가 공개한 연례보고서 민주주의 리포트 2024’의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다. [관련 기사 : 국제연구보고서 한국, 민주화에서 독재화로 뒷걸음질]

 

한국, 자유 민주주의 지수 순위 47위로 하락

 

한 마디로 회복세로 보이고 있던 한국의 민주주의 지표가 하락세라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법치, 견제와 균형, 시민의 자유 등으로 구성된 ‘자유 민주주의 지수’에서 0.60점을 받아 179개 나라 중 47위를 기록했다. 2019년 0.78점(18위), 2020~2021년 0.79점(17위) 2022년 0.73점(28위)에서 점수와 순위 모두 크게 하락한 것이다.

 

유럽의 덴마크, 스웨덴, 에스토니아가 나란히 1~3위에 기록됐고, 일본은 30위, 타이완은 31위, 북한은 178위, 중국은 172위, 꼴찌는 아프리카 동부의 작은 나라 에리트레아다. 웃지 못할 일은 한국 앞에 나라가 수리남(45위), 몰도바(46위)라는 점이다.

▲ 자유 민주주의 지수 순위 가운데 1~50위. 한국은 47위로 크게 떨어졌다.

수리남은 같은 이름의 한국 영화에서 마약 운송 국가로 묘사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할 뻔한 나라고, 몰도바는 동유럽의 소국인데 이들 나라보다 자유 민주주의 지수가 낮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망가지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서글프게 환기한다.

 

하락 지표가 뚜렷해 ‘독재화’ 진행 국가로 분류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의 한국과 박근혜, 윤석열의 한국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국가지만, 그 위상은 이처럼 달라진다. 민주주의는 시스템과 함께 그것을 운영하는 정당과 지도자의 민주적 능력과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 등 더 높은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지도자를 뽑는가에 따라 국가 위상이 달라지는 근본적 이유다.

 

자유 민주주의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폐쇄적인 독재국가’, 1에 가까울수록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한다.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는 전 세계 4,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참여해 세계 각국의 선거 공정성, 시민과 언론 자유, 사법부 독립, 성평등 등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이를 바탕으로 선거·자유·참여·숙의·평등 민주주의 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연구소는 이 지표가 떨어지는 추세가 뚜렷한 국가를 ‘독재화’(Autocratization)가 진행 중인 곳으로 평가하는데 한국은 독재화가 진행 중인 42개국 중의 하나로 분류됐다. 다음 그래프는 이를 도표를 제시한 것이다. ‘독재화’ 진행 국가 중 ‘벨(종) 모양 움직임’을 보인 국가들의 그래프에서 한국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0.6점에서 0.7점 후반대로 상승해 유지되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0.6점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 종 모양의 변화를 보인 독재화 중 국가들 중 맨 위에 한국이 있다.

보고서는 한국의 정치 변화를 두고 “세계에서도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 중인 사례로 소개됐”다고 하면서 그런 한국이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라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과 대규모 (탄핵) 시위 이후 인권운동가 출신 문재인 대통령을 거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나아졌지만, 우익 보수 성향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전임 정권의 노력을 사실상 무력화했다”라고 덧붙임으로써 구체화했다.

 

한국 자유 민주주의 지수 하락 요인

 

보고서는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 지수의 하락을 부른 요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전 정부 인사 처벌하고자 한 강압적인 조치’와 ‘성평등을 공격’ 등을 들었다. 현 정부가 전 정부 인사의 사법 처리를 위해 검경은 물론 감사원 등을 동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성평등에 대한 공격으로 평가한 것이다.

 

또한 비판적인 방송·언론에 대한 정부의 검열, 미디어의 자기 검열, 기자에 대한 탄압 등 언론·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현실을 짚은 것이다. 보고서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언론 장악을 위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폭주는 상식을 넘은 지 오래다. [관련 글 : 한국, 2023세계 언론자유 지수순위 47위로 하락]

 

▲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집단 중 유일하게 '독재화' 중 국가다.

합의제 기관으로 운영해야 할 위원회를 여권 추천위원만으로 기형적으로 운영할 뿐만 아니라,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가 김건희 ‘여사’ 호칭을 생략했다는 이유로 SBS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로부터 행정지도 제재를 받는 실정이다. 대통령의 배우자에 불과한 자연인 김건희가 일종의 성역이 되었다는 세간의 평가가 사실임을 증명한 셈이다.

 

보고서에는 한국이 민주주의 수준에 따라 분류한 4개 그룹 중 최상위 32개국이 속한 ‘자유로운 민주주의’ 집단 중에서 유일하게 ‘독재화’ 중인 국가로 표시되어 있다. 도표에서 붉은 화살표는 독재화, 파란색 화살표는 민주화를 의미한다.

 

한국처럼 독재화 유형에 속하는 국가로는 홍콩(폐쇄형 독재), 폴란드(선거 민주주의), 헝가리(선거 독재) 등이 있다. 독재화 국가는 2003년 11곳에서 2023년 42곳으로 20년 새 4배 가까이 늘어 민주주의의 후퇴가 세계적인 현상임을 전하고 있다.

 

윤 대통령 체제 한국의 국격 훼손

 

3월 11일 MBC 뉴스는 윤 대통령이 ‘한국의 트럼프’라고 불리며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는 독일 일간지 베를리너모르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의 보도를 전하고 있다. [관련 기사 : , 한국의 트럼프” “독재화유럽서 들려온 잇단 경고 / 유튜브로 보기]

 

이 매체는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발생한 ‘입틀막’ 사건과 야당 대표 수사, 여당 대표 축출,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와 언론을 '가짜뉴스'로 규정해 억압하고 있다며 비판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압수수색, '바이든 날리면' 보도와 관련해 MBC를 고소한 사례 등도 열거했다.

 

윤 대통령을 잦은 순방 외교를 통하여 ‘국격’을 높였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태롭고 바라보고 있는 유럽의 연구보고서와 언론의 평가를 보면 대한민국 국격은 목하 추락 중인 것으로 보인다.

 

오늘 자 뉴스는 ‘채 상병 순직 사건’의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취재진과 야당 의원단을 피해 호주로 출국하여 대사로 부임했는데, 호주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고 전한다. 호주의 공영언론인 ABC방송에서 이를 크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 국격은 세계 각지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관련 동영상 보기]

▲ 호주의 공영방송 ABC의 오늘자 화면. 제목은 "한국대사 이종섭, 국내 비리 조사에도 불구하고 호주로 입국"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여전히 여론조사는 대통령의 지지도를 30% 후반을 유지하고, 집권당의 지지도 굳건하다.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여야 지지율도 일반의 예상과는 떨어져 있다. 그것은 어쩌면 이른바 ‘선진 대한민국’의 미스터리인지도 모른다.

 

 

2024. 3. 12.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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