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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총독의 소리 - ‘패전으로 형성된 질서 부인’의 한길로

by 낮달2018 202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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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훈 연작 소설 ‘총독의 소리’ 오마쥬 (2)

 

<총독의 소리>는 작가 최인훈의 연작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가상한 신식민지 현실을 배경으로 패전 후 지하로 들어간 조선총독부의 총독이 유령 방송을 통해 반도의 재점령을 노리고 있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가상의 인물인 총독의 모습은 일련의 연설 속에 감춰져 있을 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인물의 행위가 없는 담화 상황만으로 짜인, 서사적 규범을 뛰어넘는 형태적 파격을 통해 새로운 문학적 인식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 글은 작가의 작품 형식과 그 일부 내용을 빌려 2008년의 한국, 그리고 한일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글 가운데 원작을 인용한 부분의 글자는 붉은 색깔로 표시하였다.

 


▲ 한일정상회담에서의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 윤대통령은 대일외교에 올인, 2023년에만 7번이나 기시다를 만났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조선총독부 지하부가 보내드리는 유령 해적방송인 총독의 소리입니다. 총독 각하의 노변담화(爐邊談話) 시간입니다.
 
충용한 제국(帝國) 신민(臣民)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은인자중 맡은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浪人) 여러분. 제국의 불행한 패전이 있은 지 어언 79년.
 
16년 만의 안부, 반도에서 보수우파 재집권
 
헤이세이(平成 : 일왕 아키히토의 연호) 20년(2008)에 소식을 전하고 무려 16년이 흘러 다시 안부를 전합니다. 돌이켜보면 헤이세이 20년의 상황은 반도(조선의 통칭)의 남쪽 절반을 다스리던 좌파 정권 10년이 종식되고 드디어 보수우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해였습니다. 이명박, 쇼와(昭和 : 히로히토의 연호) 16년(1941) 내지(內地: 일본) 오사카에서 출생한 스키야마 아키히로(月山明博)는 가상하게도 아키히토(明仁)) 천황 폐하를 알현하고 ‘폐하의 반도 방문’을 권유하기도 했으며 ‘성숙한 한일관계를 위해 일본에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글 : 2008, 총독의 소리]
 
5년 뒤인 헤이세이 25년(2013) 대선에서 반도에선 다시 보수우파가 정권을 재창출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출신 인사인 문재인이 분전했지만,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하여 18년간 철권통치를 이어간 다카기 마사오(高木正雄), 즉 만주군 출신으로 대일본제국의 육사를 졸업한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당선됨으로써 바야흐로 다시 우파의 전성시대가 열리는가 했습니다.
 
식민지 역사 청산과 각종 현안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기 바쁜 좌파 정부와 달리 우파 정부는 유독 우리 대일본제국과 우호적 관계를 희망했고, 실제로 이러한 경향은 집권 과정에서 대체로 관철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비록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은 막을 수밖에 없었으나, 내지의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대부분을 반도에서 수입해 줌으로써 폐기물 처리장 구실을 훌륭히 수행해 주었습니다. 

▲ 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이 "굴욕스러운 한일 협상 중단하라"며 정부의 강제동원(징용) 해법을 규탄하고 있다. (2023.1.31.)

무엇보다도 박근혜 정부의 외교는 헤이세이 27년(2015)에 이루어진 ‘위안부 협상’에서 제국의 이해를 관철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으니 참으로 기껍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일찍이 헤이세이 5년(1993)에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의, ‘위안부 문제에 군의 강제성을 인정’한 이른바 ‘고노 담화’나, 헤이세이 7년(1995)에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일본이 태평양 전쟁과 전쟁 이전에 행한 침략이나 식민지 지배’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하는 뜻을 밝힌 ‘무라야마 담화’의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관련 글 : 1993년 오늘, 고노 담화 - ‘정의의 기억’, 그 행방을 묻는다]
 
‘역사수정주의’의 성과로 이어지는 담대한 변화
 
이는 아베 신조 총리의, ‘고노 담화 검증’ 등 ‘일본의 패전으로 형성된 질서를 부인하는’ 정책을 꾸준히 밀고 온 ‘역사수정주의’가 구체적 성과로 이어지는 담대한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아베의 고노 담화 검증 1년 6개월 뒤에 박근혜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협상을 매듭지은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협상에서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 것은 이 협상의 핵심 성과라 할 것입니다.
 
충용한 제국 신민 여러분, 79년 전, 제국이 피눈물을 삼키고, 개화 이래 겨레의 슬기와 힘을 모아 가꾸어 오던 대제국 건설의 빛나는 걸음을 멈추고, 영용한 신민 장병의 거룩한 피와 꿈도 땅 밑에서 흐느끼는 모든 구령(舊領)과 싸움터에서 성전의 칼을 놓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이 노병의 가슴은 폐하에 대한 죄스러움이 어제같이 되살아납니다.
 

아키히토 덴노(천황)께서 등극, 헤이세이(平成 : 아키히토의 연호)의 태평성대를 여시었고, 바야흐로 레이와 (令和 : 나루히토의 연호) 원년(2019)에는 나루히토(徳仁) 덴노께서 긴조[금상(今上) : 지금의 천황]로 황위에 올라 ,만세일계(萬歲一系)를 이으시며 팔굉일우(八紘一宇)를 굽어보고 계시니 황은이 눈물겨울 따름입니다.
 
박근혜가 헤이세이 29년(2017)에 미친 백성들의 촛불에 굴복하여 쫓겨난 뒤, 문재인 좌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일본제국과 반도와의 관계는 퇴행을 거듭했습니다. 이는 대일본제국이 베푼, 지난 서른여섯 해 동안의 반도 통치를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이름으로 기리던 세력의 퇴조와 맥을 같이 합니다. 당시 피폐해진 조선을 아국(我國)이 합병함으로써 반도의 산업화와 근대화가 시작되었고, 그로 말미암아 반도 발전의 초석이 꾸려진 역사를 좌파 정부는 일관되게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적 공분을 샀던 위안부 합의 재검증, 그리고 일본의 소녀상 철거 요구 등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면서 일한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모두가 아는 일입니다. 그러나 헤이세이 30년(2018) 하반기부터 아국과 반도의 관계에서 제주 국제관함식 자위대 욱일기 논란, 초계기 사건, 징용공 판결 등으로 말미암은 외교적 마찰이 커졌습니다.
 
한일무역분쟁 등 ‘반도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다
 

이에 우리 대일본제국은 레이와 원년(2019) 7월 1일부터 반도에 공업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이른바 ‘한일 무역 분쟁’을 시작하여 보복에 나섰습니다. 이에 반도는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로 대응했고, 민간에서는 이른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노 재팬(No Japan)’이라는 이 불매운동은 한때 기업의 매출을 반토막 내는 등 위력을 떨치고, 반도에서 가장 잘 팔리던 우리 맥주도 매출이 영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소나기가 지나가고 난 지금 다시 우리 맥주는 반도의 편의점마다 다투어 사 가는 최애 제품으로 돌아가고 있으니 이 분쟁으로 이루어진 대차대조표는 대일본제국의 승리로 매기는 게 마땅할 터입니다.
 
이어서 레이와 4년(2022), 좌파 정부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보수우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도의 정세는 우리가 오매불망 꿈꾸어 오던 권토중래(捲土重來)의 시간이 가까워질 수 있다는 희망적 상황으로 급변했고,  그것은 구체적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충용한 제국(帝國) 신민(臣民)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은인자중 맡은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浪人) 여러분. 지금 내지는 아베 신조(安倍 晋三), 아소 다로(麻生太郎)를 거쳐 아베 신조가 다시 총리를 지냈고, 지금은 외상으로 박근혜 정부와 위안부 협상을 타결지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시대입니다.

▲ 2008년 이후 자유민주당 출신 총리들. 아베는 '고노 담화 검증' 등 패전으로 형성된 질서를 부인하는 '역사수정주의'를 견지했다.

새 대통령 윤석열, 악화된 ‘일한관계’를 담대하게 ‘복원’

 

내지(內地) 오사카에서 출생한 이명박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현 대통령도 일본과의 연이 있습니다. 그의 부친은 쇼와 40년(1965) 한일 수교 직후에 일본 문부성 국비 장학생 1호로 선발되어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유학하여 박사 과정을 수료한 대학교수이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그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은 반도 대법원의 ‘징용공 문제’(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피고인 일본 기업이 아닌 한국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배상금을 내는 일방적 양보안(이른바 ‘제3자 변제안’)을 ‘강행’하면서 극한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를 복원했습니다.

▲ 일본 훗카이도 샤쿠베츠(尺別)탄광 오쿠사와갱(奧澤坑) 노동자 단체 사진. ⓒ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

일부 피해자들의 반발 등 한국의 ‘일방적 양보’를 겨냥한 비판이 무성하지만, 그는 오불관언 ‘새로운 일한관계’ 드라이브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관계 개선 의지가 일관된 이상, 우리가 굳이 징용공 피해자들이 원했던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 우리 기업이 사과나 배상을 위한 기금 참여를 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헤이세이 27년(2015)에 하시마(군함도) 등 조선인 동원이 이뤄진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했던 내용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또 도쿄에 만든 산업유산정보센터에도 ‘조선인 차별은 없었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실’의 영역을 확인한 것일 뿐 결코  ‘왜곡’일 수 없습니다.   [관련 글 :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과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반도 대통령의 결단, ‘사죄할 숙명’에서 벗어나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00년을 맞은 간토대지진에서의 ‘조선인 학살’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초·중·고 역사 교과서에서도 ‘위안부’의 강제성과 ‘징용’(반도에서 말하는 강제동원) 피해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해 일한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를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라고 언급한 이유도 같습니다. 이는 식민 지배와 관련하여 “뒷세대 아이들에게 사과를 계속할 숙명을 지게 해서는 안 된다”는 2015년 ‘아베 담화’와 맥을 같이 하는 조치입니다. [관련 글 : 아베 신조의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 그리고 요시다 쇼인]
 

▲ 2021년 문부성 검증을 통과한 고교사회 교과서에 독도가 영토로 표기됐다.

내지에서는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그 ‘사죄할 숙명’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그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결정적 이유입니다. 우리 정부에서 ‘징용의 강제성을 희석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퍼주고 뒤통수 맞은 격”이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을 뚝심으로 밀고 가는 윤 대통령을 우리가 어찌 거듭 평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헤이세이 26년(2014), 아베 신조 정부가 근현대사와 관련해 교과서 검정 기준을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는 경우 그것에 근거해 기술한다”라고 바꾼 이래 이러한 정부의 견해가 교과서에 그대로 반영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반도에서 ‘독도’로 부르는 ‘다케시마(竹島)’를 ‘일본의 영토’가 아니라, ‘한 번도 다른 나라의 영토가 된 적이 없다’는 의미에서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쓴 것은 이 기준을 충실히 따른 것일 뿐입니다.
 
우리 정부는 레이와 3년(2021) ‘종군 위안부’라는 말이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면서 ‘위안부’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습니다. 또 식민지 시기 반도 노동자를 데려가 강제로 노역시킨 것을 ‘강제연행’ 또는 ‘연행’으로 쓰는 대신, ‘징용’으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참으로 공자가 설파한 ‘정명(正名)’을 지향하는 조치라 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정부와 관련한 현안에 대해선 의도적 회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다케시마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은 기왕에 개선되고 있는 양국 관계를 다지자 뜻일 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와 관련해 윤 대통령이 언급을 회피하는 것 또한 그러한 대의를 지키기 위한 충정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반도에서 연면히 이어온 ‘친일’의 논리, 제국 재기의 기반
 
이번 총선에 나온 집권 여당 후보들의 설화(舌禍)도 우리 일본과의 친화나 우호적 수사가 중심입니다. 현직 재선 의원은 장학금 전달식에서 인재 육성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일본제국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 공을 두고 ‘일본이 키워낸 인재’로 인용했습니다. 그는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조선 초대 통감으로 대동아 평화를 위해 헌신한 이토 공이 불세출의 인재라는 사실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 뉴라이트학자 이영훈 등이 펴낸 <반일 종족주의>. 이책은 일본 자체를 악(惡)으로 간주하는 세계관을 '반일종족주의'로 간주한다.

대전의 한 후보는 페이스북에 우리가 조선을 식민 지배하던 시절이 “더 살기 좋았을지도 모른다”라는 내용을 올리고 “조선은 오래전부터 국가 기능이 마비된 식물 나라”라고 주장하며, 일본을 고양이, 조선을 생선에 비유해 “생선이 된 자신을 한탄하고 반성해야지 그것을 먹은 고양이를 탓한다고 위안이 되겠나”라고도 했다고 합니다.
 
인천에 입후보한 여당 후보의 과거 ‘친일 망언’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그는 반도 국민의 반일 감정을 “피해의식”, “열등의식” 등으로 기술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피해의식’과 빚을 갚아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병존한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35년 만에 반도에서 물러난 이래, 저들은 과거사 청산이니, 민족 자주성과 정체성을 집요하게 따져왔습니다. 그러나 반도인들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아왔고, 자립 능력이 없는 정체된 민족이었으므로 대일본제국에 합병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대일본제국이 조선을 지배함으로써 ‘자력으로 근대화를 이룰 수 없는 낙후되고 정체된 후진사회’를 ‘근대적 사회’로 발전시켜 준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때는 기다리는 자의 것 ”
 
충용한 제국(帝國) 신민(臣民)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은인자중 맡은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浪人) 여러분. 때는 기다리는 자의 것이라 했습니다. 79년 전에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반도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반도 안에 연면히 계승되고 있는 식민지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른바 ‘친일’의 논리는 ‘대일본 재기’의 원동력이 될 터입니다. 뉴라이트라 불리는 이들이 나날이 확장해 가고 있는 ‘식민지 근대화론’이나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혐오가 그 강력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비록 우리는 35년 만에 반도를 떠나야 했지만, 제국의 유덕(遺德)과 치적은 맥맥히 이 산하와 인심 속에 살아 있어서 이 노병(老兵)의 지난한 임무를 가능하게 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여러 가지 지표에서 반도는 이미 일본을 앞질렀다고 보도합니다. 실질임금은 수년 전에, 국가경쟁력 순위도 역전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미국(米國)을 비롯한 서방 세계 강국들과 전쟁을 벌였던 대일본제국의 진면목은 여전히 야수의 발톱처럼 감추어져 있음을 잊어선 안 됩니다.
 

우리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달러 환산으로 세계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고, 실질 성장률은 5년 만에 처음으로 침체에 진입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추월했습니다. “일본은 지는 해, 한국은 떠오르는 해” 따위의 수사는 쥐꼬리만 한 발전에 들뜬 반도 조센징의 허언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미(英米) 귀축(鬼畜)을 상대로 4년여 대동아전쟁을 수행한 대일본제국의 저력은 대일본 정부뿐 아니라, 충용한 제국(帝國) 신민(臣民) 여러분. 제국이 재기하여 반도에 다시 영광을 누릴 그날을 기다리면서 은인자중 맡은바 고난의 항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든 제국 군인과 경찰과 밀정과 낭인(浪人) 여러분에게 연면히 살아 있음을 확인합니다.


동요하지 말고, 진충보국(盡忠報國)’의 자세로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견인지구(堅忍持久), 다시 일어나 반도에 영광을 누릴 그날을 앞당기려 최선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시라.


반도의 전운(戰雲)이여. 때맞춰 일어나고, 때맞춰 스러지라.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산하 생령을 맡고 있는 본인의 뜻을 어기지 말라. 나의 휘하 장병이여. 관민 여러분. 식민지의 모든 밀정, 낭인 여러분. 불발(不拔)의 믿음으로 매진하라. 제국(帝國)의 반도(半島) 만세.
 
이상으로 총독 각하의 노변담화를 마치겠습니다. 제국의 반도 만세. 여기는 조선총독부 지하부가 보내드리는 총독의 소리입니다.

▲ 정부 수립 후 정부 청사와 국회의사당으로 쓰인 조선총독부 청사. 1995년 일제 잔재의 청산 등의 목적으로 철거됐다.

 

 
2024. 3. 1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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