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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2019/0448

조선인 강제노동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과 ‘메이지(明治)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일제의 강제동원에 대한 대법원 배상 판결과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일본 기업 신일철주금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내렸다. 1941~1943년 일본제철소에 강제 동원됐던 피해자 네 명이 2005년 우리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지 13년 8개월 만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해자들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 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신일철주금이 가해 기업인 구 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인지에 대해 “원심과 같이 법적으로 동일한 기업으로 인정된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은 이들 피해자들이 낸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일본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 2019. 4. 10.
5월, 보리와 보리밭 보리와 보리밭 이야기 요즘은 보리밭 보기도 쉽지 않다. 어저께 처가에 들렀다가 장모님의 비닐하우스 앞에서 정말 드물게 보리밭을 만났다. 주변은 참외 농사를 짓는 비닐하우스 천진데 웬일로 보리를 심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일찌감치 팬 보리는 시방 씩씩하게 여물어가고 있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늘 그렇듯 그 결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짙푸르게 불타고 있는 보리밭을 바라보는 마음은 좀 각별하다. 짙은 초록빛은 인간의 마음에 희망과 너그러움을 환기해 주는 듯하다. 들에는 ‘보리밭’ 대신 참외 ‘비닐하우스’ 보리밭을 마주하며 느끼는 기쁨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무덤 주위에 노란 해바라기를 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시 ‘해바라기의 비명’)고 노래한 함형.. 2019. 4. 8.
가끔 그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때로 아이들 앞에 서서 강의하는 내 모습을 그리지만… 오륙 년 전에 퇴직한 내 친구는 명퇴한 교사가 기간제 교사로 학교로 돌아오는 걸 특유의 독설로 비난하곤 한다. 제 뜻으로 떠난 인간이 왜 다시 돌아와 젊은이들 일자리를 빼앗는가 하고 말이다. 동감이다. 같은 조건으로 젊은이와 경쟁하는 경우에 경력 교사가 뽑히리라는 건 물으나 마나기 때문이다. 학교를 떠나면서 내가 다시 교단으로 돌아올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한 것은 그래서였다. 교원 자격을 갖고 있지만 임용되지 못한 예비교사 자원은 넘친다. 그러나 이들을 잘 구할 수 없게 되는 때도 있기는 하다. 임용시험이 가까워지면 넘치던 이 자원이 갑작스레 고갈되는 것이다. 기다렸지만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런 시기에 부득이하게 잠깐 교단으로 돌아온 이들이 주변에.. 2019. 4. 7.
‘김일성과 동급’ 허형식 장군은 서훈받을 수 있을까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 항일 파르티잔 허형식 서훈 신청 지난 2일에 마침내,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아래 민문연, 지회장 전병택)가 창립 이후 추진해 온 '허형식 장군 독립유공자 포상'이 신청됐다. 이날 오전 11시 50분 민문연 구미지회의 장기태 허형식 장군 서훈추진위원장과 신문식 회원(구미시의원)은 대구지방보훈청에 구미시 임은동 출신 허형식(1909~1942) 장군에 대한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했다. 모바일 단체 대화방으로 낭보를 접하면서 나는 지난해 10월 21일, 110년 만에 이루어진 왕산(旺山) 허위(許蔿, 1855~1908) 선생의 추모제를 떠올렸다. 13도 의병 연합부대(십삼도창의군)를 이끈 왕산이 서대문감옥에서 교수형으로 순국한 것은 1908년 10월 21일이었다. 이날 추모제에서 절규.. 2019. 4. 6.
무, 못나도 맛나고 몸에 이롭다! 조선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채소 ‘무’ 이야기 ‘무’는 다육질(多肉質)의 뿌리를 얻기 위해 기르는 채소다. 김치를 담그는 데 빠지지 않는, 배추와 함께 ‘조선사람’(돌아가실 때까지 내 부모님께서 즐겨 쓰던 말이다.)에게는 가장 가까운 채소라 할 수 있다. 그래선지 고추를 더하여 이 셋을 3대 채소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무, 배추와 함께 조선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채소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설, 중앙아시아·중국설, 인도·서남 아시아설 등이 있으나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이집트 피라미드 비문에 이름이 나오는 거로 보아 재배된 역사는 꽤 오래된 것으로 본다. 중국에서는 기원전 400년부터 재배되었다. 한반도에서도 삼국시대부터 재배하였던 듯하나, 문헌상으로는 고려 시대에 중요 채소로 취급된 기록이 있다고 한다. .. 2019. 4. 5.
차명진, 부천 소사의 ‘머슴’에서 ‘황제’로 선량 차명진, 6300원짜리 ‘황제의 삶’을 누리다 ‘6300원짜리 황제의 삶’이 화제다. 하루분 최저생계비 6300원으로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문화생활까지 누리고 기부까지 했다는 이 화제의 주인공은 한나라당 차명진(51·부천 소사) 의원이다. 이는 가히 ‘오병이어’의 기적 이래 가장 빛나는 기록이 될지도 모르겠다. [ 기사 보기] 6,300원짜리 ‘황제의 삶’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캠페인’의 릴레이 일일체험 참여 후기에서 그가 한 얘기다. 당연히 이 소식에 대해 누리꾼은 환호작약(?)하고 있다. 차명진 누리집 자유게시판에 오른 누리꾼의 반응 중 으뜸은 ‘부천 소사의 머슴에서 황제로 급승격’이다. 참여연대에서는 최저생계비.. 2019. 4. 5.
영화 <암살>, 혹은 역사에 대한 성찰 최동훈 감독의 (2015) 누적 관객 800만을 넘겼다는 영화 을 본 것은 개봉 다음 주 월요일이었다. 지난 1월에 임시정부 노정(路程)을 답사하느라 상하이와 항저우를 다녀왔고, 몇 달에 걸쳐 답사기를 쓰느라고 진을 뺐지만 나는 임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해선 달리 특별한 ‘무엇’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역사는 허구보다 때론 훨씬 비루하다 와 을 연출한 감독이니 그의 솜씨를 의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감독의 시나리오가 여러 해를 넘겨서 묵힌 곰삭은 것이었다는 기사를 거듭 읽으면서 나는 그가 버무려 낸 이 영화를 의심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특별한 무엇’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배경과 역사적 상황을 빌려왔을 뿐 영화가 한편의 잘 짜인 허구라는 것을 알고 .. 2019. 4. 5.
32년 만의 신원(伸寃), 인혁당 희생자들의 <푸른 혼> 김원일 연작소설 김원일의 소설을 처음 만난 건 고교 졸업 후, 장편 와 어느 문고판 단편집을 통해서다. 그 무렵에는 아직 어렸던지라 ‘분단’을 다루고 있던 그의 장편보다 ‘파라암’과 같은, 매우 정교한 묘사와 탁월한 완성도의 단편들에 매료되었던 듯하다. 한 여인의 파란 많은 삶을 묘사한, ‘썩어가면서 더욱 부드러워지는 살의 마비’라는 표현은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1990년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마음의 감옥"을 읽으면서 나는 처음으로 ‘삶과 그 진정성’을 성찰하고 있는 작가의 시선에 감동과 전율을 동시에 느꼈다. 이 소설은 빈민을 위해 살다간 아우의 순교자적 죽음을 계기로 핍박받는 사람들의 정당한 요구에 동참하게 되는, 방관자적 중산층 형의 인식 전환을 다루고 있는 중편이다. 마음의 감옥을 읽으면서 .. 2019. 4. 5.
<순이 삼촌>과 너븐숭이를 아십니까 제주 여행 중 찾은 ‘너븐숭이’, 그리고 현기영의 1980년 광주의 오월은 ‘민주화운동’이라는 정부의 공식적 평가와 무관하게 ‘항쟁(抗爭)’ 또는 ‘민중항쟁’으로 불린다. 마찬가지로 1947년에서 1954년까지 8년여 동안 전개된 제주의 4·3도 공식적으로는 ‘사건’이지만 자연스레 ‘항쟁’으로 불리고 있다. 광주의 오월이 신군부의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출발한 것에 비기면 남로당 무장투쟁이 포함된 4·3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4·3에 ‘항쟁’이 자연스레 붙는 이유를 제주 출신의 작가 현기영은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한 공동체가 멜싸지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는가 말이야. 이념적인 건 문제가 아니야. 거기에 왜 붉은색을 칠하려고 해? 공동체가 무너지고, 누이가 능욕당하고, 재산.. 2019. 4. 4.
2월, 그리고 작별 2월, 그리고 작별의 시간…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눈발이 흩날렸다. 눈송이가 제법 푸짐하다 싶었지만 잠깐 내리다 그칠 거로 생각했는데 웬걸, 눈발은 그치지 않고 이내 사방을 하얗게 물들였다. 2010학년도의 마지막 날이다. 게다가 눈까지 오니 아이들도 좀 들떠 있는 듯했다. 간밤에 좀 일찍 자리에 들었더니 새벽 3시께에 잠에서 깨어 새로 잠들지 못했다. 건넌방에 가서 어제치 신문을 뒤적거렸다. 한 시간쯤 후에 다시 간신히 새 잠이 들었는데, 꿈자리가 어지러웠다. 아이들과 함께 어디 수학여행을 갔는가 보다.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왔는데 3층쯤 되는 숙소가 폭삭 무너져 내렸다. 주변의 땅도 마구 꺼지기 시작하고……. 깨어나니 얼마나 황당한지. 게으른 담임을 잘도 따랐던 살가운 아이들 아침에 넥타이를 매려.. 2019. 4. 3.
[사진] 광화문으로 온 4·3, 동백꽃 제주 4.3 70주년 국민문화제 ‘70년, 끝나지 않는 노래’ 4·3과 동백꽃, 광화문으로 오다 지난 주말(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주4·3 70주년 국민문화제 ‘70년, 끝나지 않는 노래’가 베풀어졌다. 꽃샘추위 때문이었는지 우리 지역에서 전세 버스 편으로 현장에 간 이들은 모두 1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오후 내내 느슨하게 행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는 사진을 찍으며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추위에 몸을 움츠리면서도 사람들은 각종 단체가 운영하는 부스를 찾아 4·3을 기억하고 기렸다. 입성이 시원찮아서 추위를 견디기 어려웠고, 예정에 없던 만남 때문에 나는 역사박물관의 4·3특별전을 관람한 뒤 현장을 떠났다. 행사는 밤 8시, ‘평화콘서트’까지 무사히 치러지고 막을 내렸다고 한다. 2000년 특별법 .. 2019. 4. 3.
한강 정구의 ‘백매원’, 100년 뒤 사람이 즐기다 매화 꽃 대궐 성주 회연서원 답사기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성주의 시골 마을에 숨은 오래된 빗돌을 찾아 사진 몇 장 찍는 거로 ‘봄나들이’를 시작했겠다. 성주군 용암면 ‘염농산 제언 공덕비’ 이야기다. 그러나 달성 권번(券番)의 초대 회장이었던 기생 앵무(鸚鵡)가 자신의 부를 민족운동과 지역, 교육에 이바지했다는 흔치 않은 이야기는 현지에서조차 실낱같은 전승으로만 이어져 오고 있는 듯했다. (관련 기사 : 100년, 성주 사람들은 ‘앵무’도 ‘앵무들’도 잊었다) 빗돌이 어떻고 앵무가 어떠니 하면서 뜬금없이 빗돌을 찾아 나설 때부터 아내는 이 나들이가 늘 재미없게 이어졌던 외출의 재판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나란히 걸으면서 같은 눈높이로 대상을 .. 2019. 4.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