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서관에 <친일 인명사전> 신청하기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최대, 최고의 인물 사전’이다. 연구소를 설립한 지 18년, 편찬위원회를 꾸린 지 8년 만에 반역사적 수구 세력의 방해를 넘어 내놓은 이 사전은 민간이 주도적으로 시작한 식민지 역사 청산의 첫걸음이었다.
<친일인명사전>은 발간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각종 소송으로 인한 법정 다툼과 열악한 재정난을 딛고 <친일인명사전>은 2009년 세상에 나왔다. 발간 한 해 만에 4천여 질이 판매됨으로써 ‘역사 정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애정’의 크기를 확인하기도 했다.
4,389명의 친일 인사들의 친일·반민족 행위가 기록된 <친일인명사전>은 순수한 국민의 지지와 성원으로 정리된 ‘친일의 역사’다. 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 5천여 명의 회원들의 후원금과 국민 성금 운동을 통해 모인 7억여 원의 편찬기금으로 꾸려졌기 때문이다. 발간 전에 5천 명이던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이 1년간 천 명이나 는 것도 <친일인명사전>의 힘이다.
그러나 어렵게 발간한 이 사전의 공공도서관 보급률은 아직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에서 조사한 전국 공공도서관 <친일인명사전> 보급 현황은 30%(전체 687개 중 218개소에 비치)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도서관 비치가 학교장의 방해로 어려움을 겪듯 공공도서관에서 이 사전을 비치하는 데도 보수 세력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각 시도별 도서관의 보유 현황도 편차가 크다. 가장 높은 곳은 뜻밖에 충북(44%, 11/25)과 대전(38.8%, 7/18), 경남(37.7%, 17/45) 등이다. 다른 지역에 비겨 도서관 수가 많은 탓도 있지만, 서울(33%, 35/106), 부산(26.08%, 6/23)의 성적은 초라하다.
20% 미만인 지역도 무려 네 곳이다. 울산은 14.28%로 7개 가운데 단 한 군데만 <친일인명사전>을 갖추었다.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남다르다는 광주도 비슷한 성적이다. 13개소 가운데 두 군데만 사전을 비치해 15.38%다. 제주도(19.04%, 4/21)보다 못하니 광역시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내가 사는 경북도 민망하긴 마찬가지다. 전체 54개소의 도서관 가운데 10군데(18.51%)에만 <친일인명사전>을 갖추고 있다. 시 지역으로는 구미, 상주, 안동, 경주, 문경에만 비치되어 있고, 최대 도시인 포항을 비롯하여 영주, 영천, 김천, 경산 등에선 아직도 <친일인명사전>을 열람할 수 없다. 정작 군세가 약한 울진과 봉화에는 <친일인명사전>이 들어와 있는데도 말이다.
현황을 통해 인근 도서관의 <친일인명사전> 보유현황을 확인해 볼 일이다. 없으면 당장 주민의 자격으로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을 구입을 신청하자. 굳이 도서관을 찾지 않아도 도서관 누리집에 가서 회원 가입을 하고 ‘희망 도서 신청’란에다 구매를 요구하면 된다.
우리 학교 도서관에도 진작 <친일인명사전>을 구입하여 비치하고 있다. 학교 도서관에서도 가능한 사전 열람이 공공도서관에서 불가능하다면 아니 될 말이지 않은가. 그걸 열람하길 원하는 이가 단 한 사람일 뿐일지라도 도서관에는 필요한 자료가 마땅히 있어야 한다. 그게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2011. 4. 2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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