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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풀꽃 이야기

지산동 샛강의 수련(睡蓮)

by 낮달2018 2023.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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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수련(睡蓮)’, ‘연꽃’과는 다른 식물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에는 지금 연의 어린잎이 자라고 있다. 한 달쯤 뒤에는 연잎은 수면을 완전히 뒤덮을 것이다.
▲ 수면에 떠 있는 연의 어린잎. 그러나 연은 무서운 속도로 자라 시퍼런 연잎으로 온 호수를 뒤덮고 만다.

구미시 지산동의 샛강생태공원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2012년에 구미에 들어와 살면서 처음 샛강을 찾을 때만 해도 샛강은 한적하고 외진 곳이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나 금오산 아래 못잖은 벚꽃 단지로 이름이 알려지고, 여름에는 온 강을 뒤덮는 연꽃 군락을 찾아 흙길로 된 둘레를 도는 시민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하면서 주말엔 차 댈 자리가 모자랄 정도가 되었다.
 
지산동 샛강생태공원의 수련
 
3년째 샛강의 벚꽃 행렬을 찍으면서 그 풍경이 같으면서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하긴 살아 있는 자연의 풍경이 어찌 해마다 판박이처럼 같기만 하겠는가. 올해는 강 둘레 벚나무 아래에 조명시설을 설치한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야경을 아직 찾아보질 못했다.[관련 글 : 올해도 ‘샛강 벚꽃 열차’는 달린다]
 
아직 샛강은 어린 연잎이 수면을 드문드문 덮고 있을 뿐이어서 강 전체가 검푸른 연잎으로 뒤덮이려면 한 달쯤의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뻐끔한 데 하나 없이 온 강이 웃자란 연잎으로 도배를 할 때쯤에는 본격적으로 꽃이 피기 시작할 것이다.

▲ 이 어린잎들이 불과 한 달 후쯤이면 온 호수를 뒤덮고 붉고 하얀 꽃을 피운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는다.

관리사무소 쪽 북쪽 강 끝에 따로 형성된 조그만 연못에는 지금 한참 수련이 피어나고 있다. 붉은색과 흰색, 그리고 노란색의 수련의 꽃잎이 수면에 바짝 붙어서 핀 모습은 익숙하다. 10년도 전에 근무한 여학교의 연못에도 5월이면 같은 풍경이 연출되었다. [관련 글 : 6월의 연꽃 구경
 
수련은 수련(水蓮)’ 아닌 수련(睡蓮)’이다
 
수련은 ‘수련(水蓮)’이 아니라, ‘졸 수(睡)’ 자를 쓴 ‘수련(睡蓮)’이다. 수련은 낮에는 꽃을 피우고 날씨가 흐리거나 밤이 되면 꽃잎을 오므리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봉오리를 닫은 모습이 잠든 것과 같다고 하여 잠자는 연꽃, ‘수련(睡蓮)’이라고 부른 것이다(낮에만 꽃이 피는 것은 연꽃도 마찬가지다).

▲ 남북의으로 길게 뻗은 샛강의 북쪽 끝에는 수련이 자라고 있는 작은 연못이 두어 개 있다.
▲ 작은 연못에 피어난 붉은 빛 수련.
▲ 매우 정교한 형태의 붉은 빛의 수련. 수련의 잎은 한쪽이 갈라져 마치 하트 모양 같다.
▲ 수련 잎 사이로 고개를 내민 노란색 수련. 오전 9시께여서 아직 꽃잎을 펴지 않고 있다.
▲ 연못의 흰색 수련과 노랑 수련.

수련은 연꽃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식물
 
돌아와 수련에 대해 검색해 보고서 수련과 연꽃은 서로 다른 식물이라는 걸 알았다. 수련의 연꽃의 하나가 아니라 ‘뿌리는 물속 흙에, 잎은 물 위에 있는, 여러해살이 부엽(浮葉)식물’이라는 것이다. 연꽃과 수련은 공통점이 아주 많은 식물이긴 하지만, 태생에서부터 살아가는 방식에서 차이가 크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에서도 수련은 ‘수련과’, 연꽃은 ‘연꽃과’로 구분하고 있다.
 
일단 연꽃과 수련은 연못이나 호수에 사는 수생식물로 둥근 잎 모양과 잎자루가 잎의 한가운데 달리는 점, 그리고 꽃이 크며 꽃잎과 꽃받침의 구분이 어렵고 많은 수가 달리는 점 등에서 매우 비슷하다. 모두 햇빛이 잘 드는 연못이나 호수에서 비교적 수심이 낮은 곳에서 자란다는 점도 같다. 이는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연꽃은 ‘로터스(lotus)’고, 수련은 ‘워터 릴리(Water lily)’이지만, 대부분의 영미 문화권에서는 수련도 ‘로터스’로 부른다고 한다.
 
그러나 연꽃과 수련은 사는 모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연꽃은 잎과 꽃이 모두 수면에서 높이 올라와 자라지만, 수련은 잎과 꽃이 수면에 붙어서 자라기 때문이다. 수련은 줄기의 힘이 약해서 잎이 수면에 둥둥 떠다니기만 할 뿐, 수면 위로 올라오지는 못한다. 그러나 연꽃은 수련에 비해 줄기의 힘이 강해서 잎이 수면 위 10cm 이상 올라오기도 한다. 또 연꽃의 잎은 단순한 원형이지만, 수련의 잎은 한쪽이 큰 폭으로 깊숙이 갈라져 있어서 하트 모양을 닮았다.

▲ 지난해 7월, 샛강에서 찍은 연꽃.
▲ 하얀색인데 분홍기가 어린 수련. 꽃술은 노랗다.

수련은 5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늦게는 9월까지도 피는 것도 볼 수 있다. 수련은 초록빛 잎 사이에 흰색이나 붉은색 또는 연한 분홍색을 띠는 꽃을 한 송이씩 피우는데 그 모양이 연꽃과 거의 비슷하다. 수련은 우리나라 중부 이남에 나고, 일본·만주·중국·인도에 분포한다.
 
연꽃은 뿌리와 종자를 식용, 수련은 꽃을 약제로 이용
 
연꽃은 관상용 외에도 뿌리, 잎, 종자를 식용하거나 약으로 쓴다. 뿌리는 연근, 종자는 연실이라고 부르며, 어린잎과 꽃은 차(茶)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하는 수련은 꽃을 약으로 쓴다. 수련꽃에는 더위를 가셔 시원하게 하고, 진정 작용이 있어 소아 경기와 불면증, ·야제증(夜啼症:어린아이가 밤이 되면 불안해하고 발작적으로 우는 증상)·서체(暑滯:여름철에 더위로 인하여 생기는 체증) 등에 치료제로 쓰인다.
 
구경하고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나는 은근히 수련을 시뻐한 듯하다. 흰 꽃은 괜찮은데 붉고 노란 꽃들은 백련이나 홍련의 우아한 기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여서 그랬는지 모른다.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꽃이 수련이라는 정호승 시인은 수련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으니 그만하면 족하겠다. *시뻐하다: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시들하게 생각하다
 
물은 꽃의 눈물인가
꽃은 물의 눈물인가
물은 꽃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은 인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정호승, ‘수련’

 
 
2023.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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