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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⑫ 마늘 수확 - 역시 “농사는 거둘 때가 행복하다”

by 낮달2018 2023.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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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달 만에 ‘홍산 마늘’을 수확하다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수확 전까지만 해도 잎마름병으로 말라가는 마늘이 서글펐으나, 막상 캐고 나니 우리 내외는 금세 마음이 풀렸다.

애당초 마늘 수확은 6월 10일로 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주말에 비 소식이 있다니 아내는 좀 당겨서 캐자고 하면서 오늘은 새벽같이 텃밭을 찾았다. 마늘은 이제 거의 말라붙고 있는 참이어서 우리는 얼마간 비감한 심정이 되었다. 그게, 지난해 9월에 심은 이래 아홉 달 동안 우리가 노심초사한 결과라고 한다면 허탈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관련 글 : 마늘 파종을 준비하다]

 

그러나 나는 마늘은 캘 때쯤 되면 다 이렇더라면서 일단 캐 보자고 아내를 달랬다. 그리고 둘이 한 이랑씩 맡아 마늘을 캐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한 손으로 잡아 뽑으면 수월하게 뽑혔다. 통마늘의 크기가 고르지는 않았지만, 큰 거는 아주 실했고, 작은놈도 먹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의 크기였다.

▲ 통마늘이 아주 실하게 여문 놈들. 전체적으로 이는 1/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잎마름병은  굵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 마늘을 건조하기 위해 줄기를 얼마간 자르고, 열 통씩 비닐끈으루 묶었다. 줄기가 떨어진 놈은 따로 그릇에 담았다.

조금은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마늘을 캐면서 우리는 슬슬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염려했던 것처럼 썩은 것은 없었고, 잎마름병은 수확량에 영향을 미친다니, 아마 옹글게 여물지 못한 데 그친 모양이었다. 우리는 이내 기분이 흐뭇해져서 입이 헤벌어졌다.

 

“첫 농사에 이 정도면 성공한 거야, 욕심을 버려야지.”

“그렇네요,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아내가 세어 보니 석 접쯤 되겠다고 했다. 한 접 심어서 한 20% 가까이 제대로 싹이 나지 않았는데도 석 접을 수확한다면 농부들의 수확에 비길 수는 없어도 평년작은 되겠다고 우리는 은근히 마음을 달랬다. 나는 마늘을 심은 의성의 벗 ‘장’에게 마늘 사진 몇 장을 보내면서 첫 농사로는 만족해도 될 듯하다고 쪽지를 보냈다. 벗은 이제 ‘농군 대열’ 서 봄 직하다고 격려해 주었다.

 

일단 캐놓은 마늘을 굵은 놈과 잔 놈으로 구분한 뒤에 비닐 끈으로 통마늘 열 개씩 정도로 묶었다. 조그만 텃밭에 늘어놓은 마늘이 볼 만하더니 그걸 묶고 나니 그 양이 얼마 되지 않는다. 마늘을 캔 자리는 따로 흔적이 남지 않으니, 아내는 멀칭 해 놓은 데다 그대로 다른 걸 심어도 되겠다고 했다. 나는 가을 감자를 심자고 했으나 아내는 답을 하지 않았다.

 

마늘 건조는 밭에 뉘어서 말리기도 하고, 따로 밑에도 공기가 통하도록 망 위에 얹어서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우리는 비가 올지 몰라서 밭에 그대로 두는 것 어려워서, 열 통 단위로 비닐 끈으로 묶어서 헛간 기둥에 걸쳐놓은 쇠 파이프에다 걸어 두기로 했다.

▲ 사방이 트인 창고 기둥에 가로지른 쇠파이프에다 마늘을 걸었더니 훌륭한 건조대가 되었다.
▲ 창고 쇠파이프에 걸린 우리 마늘. 맨 앞에 있는 게 굵은 놈들이다.

양이 많지 않아서 마늘을 거기에 거니 쇠 파이프는 훌륭한 건조대가 되었다. 여기서 한 일주일쯤 말려서 줄기를 잘라내고 집으로 가져가서 양파망에 넣어서 걸어두면 될 터이다. 아내가 마늘밭에 떨어진 마른 줄기 등을 말끔히 청소하니 텃밭이 깨끗해졌다.

▲ 마늘 캐고 난 밭은 청소하니 이렇게 깔끔해졌다.
▲ 우리 고추밭도 이제 제대로 꼴을 갖추어 가고 있다. 키도 잘 자랐고, 고추도 슬슬 달리기 시작했다.
▲ 6월 5일에 잠깐 들렀다가 따간 오이 두 개. 오이무침을 해 먹었다.
▲ 세 포기 심은 오이 주변에 아내가 줄을 얼기설기 쳐 놓았다. 오이 한 개 더 따내고도 두 개가 실하게 여물고 있다.
▲가지에 첫 열매가 달려서 굵어지고 있다. 여름내 우리 식탁을 채워줄 것이다.

아내는 다시 고추밭에 쳐둔 줄을 손보고, 오이 밑에다 페트병에 물을 가득 채웠다. 지난 월요일에 잠깐 들렀다가 오이 두 개를 땄는데, 오늘도 한 개 더 땄다. 벌써 굵어지기 시작한 놈도 두 개나 된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져서 올해는 오이 농사가 좀 되려나 하면서 마주 보고 웃었다.

 

토마토도 슬슬 굵어지기 시작하고, 가지에도 조그만 열매가 하나 달렸다. 소문난 가지의 ‘생산성’은 올해도 여름내 한가위 전까지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해 줄 터이다. 나는 가지로 만든 반찬은 모두 잘 먹는다. 어릴 때는 식감이 조금 꺼려졌지만, 그 맛은 그걸 상쇄해 주었기 때문이다. [관련 글 : ‘가지’, 맛있고 몸에 좋다!]

 

조만간 가지와 고추를 따서 먹을 수 있게 되겠다. 대충 정리하니 점심때가 겨워 우리는 토요일쯤 다시 들르기로 하고, 장독 하나를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거기다 매실청을 담글 예정이다. 어저께 아내의 부탁으로 나는 경남 하동의 농장에 황매실 10kg을 주문해 놓은 것이다.

 

 

2023. 6.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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