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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텃밭일기

[2023 텃밭 농사] ⑩ 마늘은 막바지, 고추·오이가 달리기 시작하다

by 낮달2018 2023.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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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확을 앞둔 우리 마늘밭. 왼쪽 앞쪽이 특히 심한데, 마늘이 줄기채로 하얗게 마르고 있다. 이게 병인지조차 우리는 구분하지 못한다.

마늘 농사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

 

수확이 가까워지면서 병든 것인지조차 헷갈리는 마늘을 바라보는 마음은 좀 느슨해졌다. 한 달 전만 해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병충해를 잡을 것처럼 덤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영양제도 주고 방제도 권하는 만큼 했으니 이제 얼마나 거둘지는 하늘의 소관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까짓것, 하늘의 처분만 기다려야 할 것 같네. 안달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도 없고…….”

“그래요. 첫 농산데 그게 우리 맘대로 될 거라 보는 게 무리였어…….”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마늘은 줄기 부분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게 잎마름병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앓기만 하다가 마침내 마음을 비운 것이다. 마늘밭이 다 그런 거 같던데 수확 때가 되면 원래 저런 거 아닐까, 하고 나는 아내를 위로했다. 수확량이란 건 절대 농부의 기대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면서.

▲ 지난 5월 19일, 아내가 뽑아본 마늘. 인편이 제법인데 쪽은 잘았다.

5월 19일에 와서 아내가 밭 가장자리에서 뽑은 마늘이다. 제법 마늘 인편이 모양을 갖추었다. 그걸 깠더니 마늘쪽은 아직 잘다. 그러나 마늘 인편이 굵어지는 건 수확 전 한 달쯤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올 때마다 마늘에 물을 넉넉하게 주었다. 얼마나 굵은 마늘을 거둘 수 있을지는 마늘의 자생력과 하늘에 달렸다고 믿고 우리는 새 밭의 고추와 오이를 주로 보살폈다.

 

고추와 오이는 순조롭게 자란다

 

땅속에 든 뿌리를 캐어 보지 않는 한 마늘의 생육 상태는 줄기로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추나 오이는 자라나는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니 상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러나 첫 한 달은 그저 무럭무럭 자라는 게 일이어서 주인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주었다.

▲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토마토는 잎이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5.19.)
▲ 고추도 슬슬 달리기 시작했다. 5월 19일.
▲ 아내는 지지대에 고추포기를 묶고 거기다 다시 양옆에 지지대를 세우고 두 줄을 쳐 포기들을 지지했다. 두 줄은 집게로 묶었다.(5.27.)
▲ 저혼자 자라난 파프리카. 몸피보다 큰 열매가 달렸다.(5.19.)

마늘은 제법 빛깔이 짙어지면서 여물어졌고, 간간이 고추도 하나씩 달렸다. 아내는 일구월심 고추와 오이 등을 살피느라 날마다 농사꾼 유튜버들의 지도에 목을 매고 있다. 오이가 꽃을 피우면서 아기 새끼손가락만 한 열매를 맺자, 물을 계속 주어야 한다면서 1.5ℓ 플라스틱 물병에 물을 채워 뚜껑에 구멍을 뚫어서 거꾸로 세워두었는데, 그게 얼마나 가겠는가.

 

태풍 소식도 들리고 하니 서둘러 지지대에다 고추를 묶고, 다시 양옆에 키 큰 지지대를 세우고, 거기다 줄을 쳤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본대로 오이(고추) 집게를 사서 두 줄을 묶어주었다. 나는 그걸 보면서도 저게 무슨 구실을 할까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늘 농을 하듯 ‘농장주’는 아내다. 아내가 하는 걸 지켜만 볼 뿐이다.

 

토마토와 오이를 심은 데는 촘촘히 지지대를 세우고 거기를 무슨 유격장 시설물처럼 비닐 끈으로 얼기설기 엮었다. 그것도 마찬가지, 저래서 되기는 할까 싶지만, 나는 입을 닫았다. 아내가 농사의 문리도, 손끝도 어설픈 나보다는 훨씬 매운 사람이고, 경력도 나보단 낫다고 여기니 일꾼은 충실히 따르면 될 테니까.

▲ 아내가 토마토와 오이 주변에 지지대를 비닐끈으로 얼기설기 얽어서 순이 올라갈 자리를 만들었다. 물을 준다고 물병을 거꾸로 세워놨다.
▲ 제법 꼴을 갖춘 오이. 오이는 자주 살펴보고 물을 주어야 한다는데, 한 주에 한 번 정도 살피고, 과연 얼마나 제대로 자랄지 의문이다.
▲ 지난해 다 잘라버렸다고 여겼는데, 밭 가장자리에서 산딸기가 새로 자라서 열매를 달았다.

관심을 덜 받아도 작물들은 제깐으로 잘 자란다. 두 포긴가 심어둔 파프리카도 몸피에 비겨 버거운 열매를 달았고, 가지도 슬슬 꽃을 피우려 하고 있다. 지난해 몽땅 잘라버렸다고 여겼더니만, 밭 가장자리에 뿌리를 박고 빨간 열매를 달기 시작한 산딸기를 보면서 우리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수확을 기다리며 그래도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아내는 마늘 수확은 6월 10일께로 잡고 있다. 이웃 한 분은 한 접(통마늘 100개)을 심었다니까, 다섯 접은 나겠다고 했지만, 초보 농부는 의심이 많다. 아내는 두 접이라도 나면 되는데, 하고 말끝을 흐리지만, 우리는 은근히 다섯 접을 기대하다가도 죽은 게 얼만데, 욕심부릴 일은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곤 했다. 어쨌거나 한 보름 후면 우리 마늘 농사는 ‘풍흉’이 결정될 것이다.

 

그간 마늘에 약을 두 번쯤 쳤다. 한번은 진딧물을 예방하는 약이라며 고추포기 주변에 과립처럼 된 걸 뿌려두었고, 27일에는 진딧물과 탄저병 등에 듣는다는 약 두 종류를 섞어서 쳤다. 서른 포기밖에 안 되는데, 농약은 20ℓ 기준에 10~20㎖니 계산이 잘 안 나와서 대충 눈대중으로 양을 결정하는데, 그게 독할까 봐 아내는 연신 그만, 그만을 외쳐댄다.

 

마늘 거둔 자리는 어쩔까, 가을 감자를 심어 볼까 우리는 의논 중이다. 의논하면서도 보름 후쯤 거둘 마늘은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에 공연히 마음이 조금 어지럽다.

 

 

2023. 5. 2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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