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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200

‘조사를 남발’하여 말을 ‘늘어뜨리지’ 말자 “예상이 됩니다” 말고 “예상됩니다”로 쓰자 문서편집기 ‘한글 2018’을 쓰면서 이전 판에서는 거의 쓰지 않았던 ‘맞춤법’(F8) 검사·교정 기능을 매우 쏠쏠하게 잘 쓰고 있다. 지금도 평생교육 사이트 ‘우리말 배움터’에서 쓰이고 있는 이 검사기는 부산대학교 인공지능연구실에서 개발한 ‘아래아 한글용’이다. 이전 판에서 거의 쓰지 않았던 이유는 좀 민망하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제 딴에는 국어를 가르치는 처지니 굳이 그 도움을 받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 기능이 지나치게 기계적인 지적에 머무는 게 마뜩잖아서기도 했다. ‘아래아 한글’의 맞춤법 기능은 잘못 쓰인 단어나 어구에 빨간 줄로 표시되는데 유독 이번 판에서는 그 빈도가 는 느낌이 있었다. 흠이 보이지 않는 문장에도 빨간.. 2022. 10. 1.
한가위의 ‘명절 인사’ 펼침막 풍경 잘못된 한가위 명절인사, 정치인도 다르지 않다 한가위다. 그간 해마다 잘못 쓰는 명절 인사 얘기를 빼놓지 않았던 듯하다. 올해는 그냥 가볍게 나가 사는 아파트와 우연히 들른 어느 아파트의 한가위 펼침막을 찍었다. 그 아파트의 명절 인사는 ‘되세요’였고, 우리 아파트는 다행히 어법에 맞는 펼침막이어서 새로 바뀐 관리소장에게 치하하고 싶었다. 어제는 대통령 내외의 명절 인사가 텔레비전으로 방영되었는데, 아뿔싸, 여기도 비문이다. “희망의 보름달을 품는 추석 연휴”까지는 좋았는데, 마지막 마무리가 “되시길 바랍니다”다. 하긴 ‘되세요’나 ‘되십시오’로 맺지 않은 것만 해도 한결 낫긴 하다. 그래도 ‘추석 연휴’가 ‘되’어야 하는 주체는 ‘국민 여러분’일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추석 연휴”가 되어 버린다. .. 2022. 9. 10.
기소당하면 인생이 ‘절단나나’, ‘결딴나나’? ‘끝장나다’의 뜻으로 쓰이는 ‘절단나다’, ‘결딴나다’로 써야 “기소당하면 인생이 절단난다” “윤 대통령 내외부터 쇄신해야…아님 절단난다” 일간지에서 뽑은 기사 제목들이다. 앞엣것은 지난해 11월 박용현 논설위원의 칼럼 제목, 뒤엣것은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을 다룬 의 기사 제목이다. 칼럼은 지난해 11월,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학생들과 대화하며 한 말 가운데 일부다. 그는 “여러분이 만약 기소를 당해 법정에서 상당히 법률적으로 숙련된 검사를 만나서 몇 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여러분의 인생이 절단난다.”라고 말했다. 기사는 지난 8월 1일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20%대로 추락한 것과 관련하여 최 전 정무수석이 대통령 내외의 책임인.. 2022. 9. 4.
‘심심하다’ 모르면 ‘문해력’이 낮다? 관건은 ‘어휘력’! ‘무운’에 이어 세대 간 소통 문제 드러내…관건은 ‘어휘력’, 독서에 답 있다 서울의 한 카페에서 올린 공지문에 나오는 ‘심심한 사과’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문해력’에 관한 새롭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으로 쓴 ‘심심(甚深)하다’가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라는 뜻의 고유어 ‘심심하다’로 읽히면서 세대 간 소통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무운(武運)’에 이어진 ‘심심(甚深)하다’ 소동 지난해에는 ‘무운을 빈다’에서 ‘무운(武運)’이 "전쟁 따위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라는 뜻인 줄 모르고 "운이 없다"라는 ‘무운(無運)’으로 전달한 기자의 방송사고도 있었으니 더는 보탤 게 없을 지경이다.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문해력.. 2022. 8. 29.
<오마이뉴스> ‘편집자 말’? 그냥 ‘편집자’로 쓰면 안 되나? 의 ‘편집자 주’ 표기 방식 유감 신문이나 잡지 등에서 쓰는 용어로 ‘편집자 주(註/注)’가 있다. 이는 스트레이트 보도 기사가 아닌 특집이나 기획 기사 등에서 마치 ‘전문(前文)’처럼 쓰는 기사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주’는 ‘글이나 말의 어떤 부분에 대하여 그 뜻을 자세히 풀어 주거나 보충 설명을 더하여 주는 글이나 말로 ‘주낼 주(註)’ 자와 ‘물댈 주(注)’자를 모두 쓰는 거로 나와 있다.’(표준국어대사전) 그러니까 편집자 주는 어떤 기사의 성격과 방향, 목적과 취지, 배경과 전망, 필자 소개와 연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소개하는 일종의 기사 안내문이다. 독자의 처지에서 보면 기사를 읽기 전에 충분한 사전 예비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생광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주(註)’는 본 기사의 작성자가 .. 2022. 7. 28.
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의 힘 우리말이 궁금하면 국어원에 물어보자 말글 생활의 도우미, 우리 말글을 가르쳐 온 지 벌써 30년이 내일모레다. 우리 말글의 규칙들을 얼추 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뜻밖에 복병들 앞에서는 손을 들 때도 적지 않다. 이럴 때 나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누리집의 ‘온라인 가나다’(☞ 바로 가기)의 도움을 받는다. 물론 실시간 서비스는 아니어서 답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온라인 가나다’는 우리 말글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방금 확인해 보니 5월 24일과 5월 25일에 여기 오른 질문은 각각 36건, 39건이다. ‘온라인 가나다’는 얼추 하루에 마흔 건 가까운 질문을 받아 이를 소화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온라인 가나다’와 연을 맺은 것은 2001년도쯤.. 2022. 5. 26.
초등 교과서, 45년 전으로 돌아가자고?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추진에 관하여 1970년에 사라진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倂記)가 다시 추진되고 있는 모양이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 당국이 한자학계를 중심으로 연구팀을 짜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초등 교과서의 한자병기 논란 애초 이는 교육부가 지난해 ‘2015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 시안을 발표하면서부터 논란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당시 교육부는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 학교급별로 적정한 한자 수를 제시하고 교과서에 한자병기의 확대를 검토한다”라고 밝혔었다. 초등 교과서에서 함께 적던 한자가 사라진 게 1970년이란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게 1969년이니 나는 당연히 괄호 속에 한자가 나란히 표기된 교과서로 공부했다. 내 기억으론 한.. 2022. 4. 28.
‘당선자(者)’와 ‘당선인(人)’, 혹은 ‘무례’와 ‘예의’ 사이 대통령 선거 당선 후보는 ‘당선자(者)’인가, ‘당선인(人)인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한 이를 우리 언론에서는 ‘당선인’이라 부른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기타 선출직 선거에서 승리한 이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호칭은 ‘당선자’인데도 대통령선거 당선자만 ‘당선인’으로 부른다. 언론 가운데선 만이 ‘당선자’라고 불러 다른 선출직의 호칭과 같이 쓰는 게 예외일 뿐이다. 주무 부서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당선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고, 국립국어원도 두 용어를 섞어 써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러나 ‘당선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언론이 권력을 부여한 언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관련 기사 : 윤석열 ‘당선자’인가, ‘당선인’인가] ‘놈 자(者)’ 자 쓴 ‘당선자’ 대신 ‘당선인’ 원한 이명박 인수위 무.. 2022. 4. 12.
국어 교사들의 ‘교정 본능’ 숨길 수 없는 ‘교정 본능’! 아이들은 국어 교사에게 편지 쓰기를 두려워한다. 제 글에서 흠이 잡힐까 저어해서다. 편지 끝에 이런저런 변명을 붙이는 게 그래서다. 그러나 편지를 주고받는 이들은 사연을 나누지 거기 쓰인 글의 흠을 찾고 지적하지 않는다. 국어 교사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국어 교사의 눈은 아무래도 꽤 깐깐하다. 흔히들 말하는 ‘직업의식’ 탓일까. 출판물에서도 오탈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어떤 글이든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은 도드라져 보인다. 그런 허술한 글을 읽을 때는 뜻을 새기면서 한편으로는 잘못을 하나하나 가려내곤 한다. 아는 편집자가 그랬다. 인터넷에서 댓글을 달면서도 교정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숨길 수 없는 ‘교정 본능’이다. 가끔 아이들이 받아주는 이른.. 2022. 1. 11.
‘성낼 노(怒)’, ‘천인공노’와 ‘희로애락’ 사이 [가겨 찻집] ‘활음조 현상’ 따라 바뀌는 표기들 지난 세밑에 한 뉴스 통신사의 기사에서 ‘천인공노(天人共怒)’를 ‘천인공로’로 쓴 걸 보았다. ‘천인공노’는 “하늘과 사람이 함께 노한다”는 뜻으로 쓰이는 사자성어다. 한자음 가운데서 원음이 ‘ㄹ’인데 두음법칙에 따라 ‘노’로 쓰는 늙을 ‘로(老)’와 달리 여기 쓰인 성낼 ‘노(怒)’ 자는 원음이 ‘노’다. 한글맞춤법의 ‘속음’ 표기 그러나 ‘대노(大怒)’나 ‘희노애락(喜怒哀樂)’은 같은 ‘노’자지만, ‘대로’, ‘희로애락’으로 쓴다. 다음은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설명이다. “그는 좀처럼 {희노애락/희로애락}을 낯빛에 나타내지 않았다.”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은 ‘희로애락(喜怒哀樂)’입니다. 제52항에 따라 한자어에서 본음.. 2022. 1. 6.
포스팅, 탑재, 펌 블로거들이 즐겨 쓰는 ‘포스팅’에 대하여 양력이긴 하지만 정초(正初)다. 그런데 마땅히 어떤 감회도 없다. 묵은해를 보냈다는 느낌도, 새로 한 해가 시작된다는 느낌도 없으니 왠지 민망하다. 신문과 TV에서 드문드문 전하는 해돋이 소식이며 그림도 무심하게 지켜보기만 했다. 연하장을 주고받는 시대도 아니다. 지인들과 벗, 그리고 아이들이 보낸 문자 새해 인사를 받고 그 답을 보낸다고 조금 끙끙댔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부터 다시 보충수업. 그나마 한 보름 남짓으로 끝나니 다행이라 해야 하나. 오랜만의 수업이어서인지 목이 칼칼해졌다. 며칠간 묵혀 두었던 컴퓨터를 켜서 기사를 읽다가 어떤 덧붙임 글에 눈길이 머문다. 좋은 기사인데, 기사 끝에 붙은 ‘포스팅’이란 낱말이 왠지 생뚱맞아 보였다. 아무 데서나 직업의식.. 2022. 1. 2.
대통령 배우자 호칭 ‘영부인’은 죄가 없다 ‘문법’이 아니라 ‘문화’라는 ‘호칭’에 대한 생각 20대 대선을 앞두고 소환된 ‘영부인’이 말썽이다. 영부인이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뜻으로 굳어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인 육영수 여사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겪지 못해서 이승만·윤보선 대통령 때도 그랬는지는 알지 못한다. 박정희 정권 때는 ‘영부인’ 호출은 가끔이었지만, 전두환 시절의 ‘땡전 뉴스’에서는그 빈도가 늘었었다. ‘영부인’은 죄가 없다 죄 없는 ‘영부인’이라는 낱말이 말썽이 난 것은 윤석열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의 학력과 경력에 의혹이 일면서다. 의혹이 짙어지자 난처해진 윤 후보가 ‘영부인’이란 호칭을 쓰지 말자고 제안하고, 집권하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히기까지 이른 것이다. 윤 .. 2021.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