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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의 ‘명절 인사’ 펼침막 풍경

by 낮달2018 2022.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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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한가위 명절인사, 정치인도 다르지 않다

▲ 우연히 들른 시내 어느 아파트의 명절 인사 펼침막. 단풍이 막 물들려 하는 좋은 풍경이 '옥에 티'다.
▲ 우리 아파트에 올해 새로 만든 펼침막. 그전까지는 '되세요'였는데 관리소장이 바뀌면서 어법에 맞는펼침막이 걸렸다.
▲ 대통령 내외의 명절인사, 좋았는데 마지막 마무리가 아쉽다. "추석 연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였으면 좀 좋을까.

한가위다. 그간 해마다 잘못 쓰는 명절 인사 얘기를 빼놓지 않았던 듯하다. 올해는 그냥 가볍게 나가 사는 아파트와 우연히 들른 어느 아파트의 한가위 펼침막을 찍었다. 그 아파트의 명절 인사는 ‘되세요’였고, 우리 아파트는 다행히 어법에 맞는 펼침막이어서 새로 바뀐 관리소장에게 치하하고 싶었다.

 

어제는 대통령 내외의 명절 인사가 텔레비전으로 방영되었는데, 아뿔싸, 여기도 비문이다. “희망의 보름달을 품는 추석 연휴”까지는 좋았는데, 마지막 마무리가 “되시길 바랍니다”다. 하긴 ‘되세요’나 ‘되십시오’로 맺지 않은 것만 해도 한결 낫긴 하다.

 

그래도 ‘추석 연휴’가 ‘되’어야 하는 주체는 ‘국민 여러분’일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추석 연휴”가 되어 버린다. “즐거운 쇼핑 되십시오”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나는 그걸 “추석연휴를 보내시길 바랍니다”로 고쳐서 읽어 보았다.

 

 

2022. 9. 10. 한가위 낮달

 


 

어젯밤 컴퓨터로 유튜브에서 8시 뉴스를 보다가 우연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의 추석 인사 동영상을 보았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나온 자막을 보고 어라, 싶었다.

 

“이번 한가위,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이 문장도 ‘좋은 시간 되시길’로 끝나서 비슷한 비문이 아닌가 싶었는데, 조금 다르다. 우선 마지막 서술어가 ‘바랍니다’다. 바라는 주체는 말하는 이(화자)니 이재명 대표 자신이다. ‘좋은 시간이 되’는 주체는 누구일까. 앞에 나온 ‘한가위’다. ‘한가위’ 다음에 반점(쉼표)을 찍었지만, 이 ‘한가위’가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되다’와 주술(주어-서술어) 관계를 이루고 있다.

 

본문에서 지적한 ‘한가위 되세요’와는 분명히 다른 문장이다. 그러나 ‘옥에 티’는 ‘한가위가 되길’이 아니라 ‘한가위 되시길’로 써서 한가위를 ‘높인’ 점이다. 사람이 아닌 ‘무정물’을 높이는 건 잘못이다. 요즘 가게에서 판매원이 가격을 일러주면서 “5천 원 되시겠습니다”라고 쓰는 건 사람이 아니라 ‘가격’을 높인 것이다.

 

그래서 위 인사는 98점쯤 줄 수 있는 한가위 인사다. 이걸 100점으로 만들려면 다음과 같이 써야 한다.

 

“(저는) 이번 한가위(가) 사랑하는 이들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좋은 시간 되길 바랍니다.”

 

 

2022.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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